"커피, 마지막 뒷모습까지 기품이 있었으면"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쓰레기는 단연 일회용 컵이다. 각종음료를 담았던 컵들은 단 한 번의 사용으로 역할을 다하였고 무심한 손길은 재활용 분리수거함으로 컵을 던진다. 이중 다수의 일회용 컵들은 밖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들고 들어와 버려진 컵들이다.
 
커피의 열풍이 일면서 하루에 커피를 한잔 이상을 마시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여겨질 만큼 우리는 지금 커피의 왕국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커피와 식음료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같이 성장을 하게 된 시장이 바로 일회용 컵과 용품들이다.
 
새로운 산업의 성장은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는 단상이 되기도 한다. 바쁜 일상을 커피 한 잔과 함께 시작하고, 식사 이후 일터로 들어가며 시원한 혹은 따뜻한 커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문화는 이제 온 국민의 습관이 되어버린 듯 하다.
 
그런데 문제는 커피를 마시고 난 이후이다. 제대로 된 재활용수거함에 버려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버스정류장이나 큰 대로변을 지나며 무분별하게 버려진 일회용 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례로 강남역 근처의 쓰레기 중 80% 이상이 일회용 컵 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최근 강남역을 중심으로 재미있는 현상이 있었다.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신논현역으로 가는 길에는 쓰레기통이 49개가 설치가 되어있고 10번 출구에서 신논현역으로 가는 길은 쓰레기통이 단 하나도 설치가 되어 있지 않다. 큰 대로를 사이에 두고 관할 행정구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레기통의 설치에 대한 효과를 극명하게 볼 수가 있는 곳이 되었다.
 
강남구에는 쓰레기통을 설치하였고, 서초구에는 쓰레기통을 설치하지 않았다. 서초구에서는 쓰레기통이 없어야 쓰레기도 줄어든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쓰레기통을 없애자 쓰레기의 양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강남역 인근은 후미진 골목이나 틈, 심지어 평평한 곳이면 어디든 누군가 컵을 하나만 버려도 나비효과처럼 그곳은 금세 쓰레기장으로 변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버려지는 쓰레기의 95%가 재활용 쓰레기였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서초구에는 거리에 컵의 모양을 띤 일회용 컵 수거함을 설치하였는데 제법 효과는 있다고 한다.
 
최근 정부에서 2003년부터 시행하던 컵 보증금을 부활한다고 예고하였다. 그러나 100원정도의 보증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2008년 낮은 회수율과 과잉규제라는 지적으로 폐지가 되었었던 정책이기 때문이다. 시행을 하게 된다면 보증금에 대한 적정한 금액을 고민해야한다.
 
행동경제학에서 소비자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강요 보다는 부드러운 개입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넛지 효과라고도 하는데 해법이 모호 할 때는 우회적으로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세계적인 축제 삼바축제기간동안 음주운전 사고율이 급증하자 빈 맥주캔을 가져오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매우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여러 정책들과 사례들을 연구하고 고민하지만 사실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함께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나 하나쯤인 마음이 나 하나부터의 마음으로 바뀐다면 기품 있고 수준 높은 시민이 될 것이다. 나의 하루를 열어주고 채워주는 커피, 마지막 뒷모습까지 기품이 있었으면 한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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