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5부요인과 만난 자리에서 안보 관련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힌 가운데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일국의 행정수반이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 발발’위기속에 “지도자로서 할 말이 아니다”는 비판부터 “이해가 간다”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힘 있게 국정운영을 시작할 초기부터 안보 문제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문 대통령의 복잡한 속내를 들여다보자.


- 한반도 안보 문제 ‘코리아 패싱’ 인정한 文 왜?
- 내년 3~4월 한미연합군사훈련…전운 최고조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적폐 청산’을 통해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 안보 관련해서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월10일 정세균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이낙연 국무총리, 김이수 헌법재판소 권한대행,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오찬 자리에서 “안보 상황이 어려운 것은 외부에서 안보 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안보 위기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실토했다.

안보관련 이전 최근 발언인 8.15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참 후퇴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지도자로서 책임 회피용 발언”이라고 공격한 반면 여권에서는 “대통령으로서 답답함을 이해한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안보관련 수세적 발언이 나오기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구여권에서는 하루 전인 영 국발 기사에 주목을 했다. 영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최신 항공모함 파견을 포함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9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북한과 미국 간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을 군에 지시했고 이 대응안에는 현재 시험 항해 중인 최신 항공모함 HMS 퀸엘리자베스함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북 타격 다국적군
구성중…중국 ‘동의’는

퀸 엘리자베스함은 승조원 1650명이 탑승할 수 있는 6만5000톤급으로 F-35B 스텔스 전투기 36대를 비롯해 중형 대잠수함 헬기와 공격헬기, 수송용 헬기 등 항공기를 최대 60대 탑재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402km 반경에서 동시에 1000대 규모의 선박과 항공기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장거리 레이더 기능이 장착돼 있다.

엘리자베스 항모는 예정대로라면 오는 2021년 실전 배치될 계획이었지만 미국 정부 측의 요구로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조기 배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이 매체는 예측했다.

통상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기 전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사전에 다국적 연합군을 구성해 치렀다는 점에서 영국의 제스처는 한반도 입장에서 예사로 볼 수 없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이다. 당시 미국은 9.11 테러 배후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오사마 빈 라덴과 테러리스트를 지목하며 인도를 요구했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이 빈 라덴과 9.11 테러와의 연관성을 밝힐 수 있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자 미국은 ‘시간 끌기’라며 즉각 대대적인 공습을 벌이고 특수부대를 투입해 일거에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과도정권이 수립되도록 했다.

당시 미국은 자국 병력이 사실상 주축임에도 불구하고 미영 연합군에 호주군, 캐나다군, 뉴질랜드군 등을 동참시켜 '다국적 연합군'을 구성했다. 명분은 ‘국제사회의 정의구현’을 내세웠다. 특히 영국 공군은 공습 때마다 미국 공군과 함께 선봉에 서서 적극 협조했다.

군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 대응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 간 엇박자를 내며 당근과 채찍을 날리는 것 역시 ‘공격을 위한 명분축적용’이라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의 경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 친미 성향의 과도정권이나 통일 대한민국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용납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고위 인사는 중국이 미국의 대북 타격에 동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이 인사는 “중국 입장에서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대신 김정은·핵시설 정밀타격에 동의를 할 수도 있다”며 “특히 친중 인사였던 김정남이 김정은에 의해 암살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김정은과 관계가 껄끄러워진 면도 있고 김정은 체제 붕괴후 과도 정부를 중국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내세워 과거 북한 정권처럼 완충국 역할을 대신하게 하려면 반대할 명분도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인사는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을 예의 주시했다. 최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30)은 노동당의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승진했다. 이번 승진으로 김여정은 사실상 북한 권력서열 2인자가 됐고 김정은을 보좌하며 내치도 관할하게 됐다. 미국 언론은 김여정의 부상에 대해 ‘김정은 후계자’, ‘김씨 왕조 체제 다지기’라고 평했다. 김정은 유고시 대비한 인사라는 해석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한국을 제쳐두고 다국적군을 구성하고 중국의 동의를 받아 군사적 옵션을 취할 경우를 대비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김정은 체제 붕괴 후 내세울 북 과도정부 설립에도 우리나라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한편 미국은 국제적 공조와 대북 공격을 위한 명분쌓기를 하면서도 한반도 내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투트랙 대북 압박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한미해군은 동·서해에서 미 해군 7함대 소속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강습단이 참가하는 연합 해상훈련을 10월16일부터 나흘간 벌였다.

항모강습단은 이지스구축함과 미사일 순양함, 핵추진잠수함 등으로 편성돼 있다. 우리 해군은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 등 수상함과 잠수함 등 40여척을 이번 훈련에 투입해 미측과 항모호송작전과 방공전, 대잠전, 미사일경보훈련, 선단호송, 해양차단작전, 대함·대공 함포 실사격 훈련을 편다.

특히 주한미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23일부터 5일간 한반도 전쟁 상황에 대비해 미군 가족 등 미국적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커레이저스 채널’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미국인 대피훈련 실시 계획을 선제적으로 공개하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 카드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美, 내년 6월 핵미사일
소형화·탑재화 前
군사옵션


이에 대해 야당 국방위 소속 인사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괌이나 하와이 등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이 아니다”며 “북한이 핵탄두 미사일을 소형화·경량화·표준화해 핵 탑재능력까지 완료해 국제적인 테러단체인 IS(이슬람 무장단체)에 수출하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9.11 테러처럼 미 본토가 공격을 당한 직후 미국은 즉각적으로 무차별 공세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단시일에 무너뜨렸다. 빈라덴 역시 미 해병의 집요한 추적 끝에 사살당했다.

빈라덴과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목도한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정권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대량학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상당수다.

반면 국가도 정부도 없는 IS에 핵탄두 미사일을 은밀하게 넘긴다면 상황은 잘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마땅히 공격할 대상도 없고 북한이 제공했다는 증거도 없는 이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으로선 북한이 핵탄두미사일 소형화에 성공하고 탑재능력을 갖추기전에 군사적 옵션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게 야권 국방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특히 국방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개발에는 이미 성공했고 개발 중인 소형화·경량화·표준화하는 시점을 내년 중순 즈음으로 보고 있다. 탑재 능력 역시 비슷한 시기에 갖출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미국이 내년 3~4월에 펼쳐지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시기를 전후해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점친다.

실제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빌미로 실탄을 장착한 채 북한을 한밤중에 공격하는 것이라는 게 대북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한미 양국은 매년 3월과 4월에 연례적으로 폴이글(Foal Eagle) 독수리 훈련과 키리졸브(Key Resolve) 훈련을 해 왔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억제하고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차원이지만 내년 실시되는 한미군사훈련은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상 키리졸브 연습은 한미연합사령부 주관하에 한반도에 전쟁 반발 시 대규모 미 증원군 병력과 장비를 최전방 지역까지 신속하고 파견·배치하는 절차로 주한미군, 육해공군이 참여해 다양한 국면의 전시상황에 숙달하도록 훈련하는 것으로 2주간 컴퓨터 시물레이션 훈련이다.

보수진영, “미본토보다
한국 내 미군기지 주 타깃”

반면 폴이글 독수리 훈련은 키리졸브훈련과 같은 시기에 연동해 실시하는데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 예하의 육, 해, 공, 군이 지상 기동, 공군·해군·원정·특수 작전에 중점을 두고 실시하는 실전을 대비한 야외 기동 훈련이다.

특히 작년에는 새로운 ‘작전계획 5015’를 검증하기 위해  1만7000여명의 미군과 30만 명의 한국의 한미연합군 병력과 존 스테니스호 핵추진 항모를 비롯해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F-22 랩터 폭격기, B-52폭격기, B-2 스텔스 포격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북 지도부와 심장부를 초토화할 수 있는 최첨단 전략장비를 동원했다.

금년도 훈련에는 9만7천톤급 핵 항공모함 칼빈스호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 스텔스 저투기, B1B 초음속전략폭격기들이 청츰으로 출동해 참여했다. 특히 내년에 미국이 지원요청한 영국의 퀸엘리자베스 항공모함까지 가세할 경우 김정은 정권으로선 최대의 위기를 맞을 공산도 높다.

이처럼 한반도 위기상황이 고조되고 있지만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게 없다’는 문 대통령의 말이 나올 법하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반면 야당에서는 한반도에 전쟁 발발 시 군 통수권자로서 책임회피용 발언이라는 비판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내 전쟁 발발은 곧 보수 진영으로 권력 교체의 빌미가 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빌미를 차단하기 위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하기 쉽지 않은 이상 한국 영토 특히 평택 등 미군 기지를 겨냥해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한반도 안보 문제에 ‘할 게 없다’는 푸념보다 대북 군사적 대응에 어떻게 사전에 대처할지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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