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남자들은 군대에서 무릎에 물이 차서 훈련이나 작업에서 열외됐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언제부터 쓴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쓰는 일을 할 때면 “난 무릎에 물이 차서 못해요”라며 앓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은 농담으로 하는 얘기다.
뼈가 부러지거나 근육이나 인대가 손상된 것도 아닌데, 관절이 붓고 쑤시는 이들이 있다. 이럴 때 흔히 무릎에 물이 찼다고 표현을 하는데, 앞선 경우처럼 대부분은 엄살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무릎을 검사해 보면 정말로 물이 차 있기도 하다. 아무 이상 없는 무릎에 물이 차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우리의 관절에는 일정한 양의 물이 차 있다. 이를 ‘활액’이라 하는데, 관절과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활막에서 분비되는 체액이다. 다만 그 양은 약 5cc 정도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외상이나 반복적이고 무리한 동작이 계속될 경우, 기타 질환으로 인해 활막이 손상되는 경우 염증성 관절액이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증가된 활액은 관절 부위의 부종과 통증을 유발한다. 나아가 관절을 움직일 때 과다한 양의 활액으로 인해 내부 압력이 증가하여 불편감과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이러한 상태를 물이 찼다고 표현하며 의학적 명칭은 ‘관절수증’ 또는 ‘관절수종’이라 한다.

관절수증은 근력이 약한 중.장년층 특히 여성의 무릎이나 팔, 손목 관절 등에서 자주 관찰되며, 흔히 ‘오금’ 이라고 하는 무릎의 뒷부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또 겨울철과 같이 낮은 기온으로 혈관이 수축하며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기 쉬운 환경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엔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며 가벼운 상해에서 비롯된 관절수증의 발병 빈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게다가 10대에서도 극소수 발견된다. 갈수록 발병 연령층이 낮고 발병원인이 다양해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관절수증의 치료는 비교적 쉬운 편이다. 붓고 통증이 있는 부위에 과다하게 분비되어 고인 관절액을 주사를 이용해 빼내는 것만으로도 관절 내 압력이 감소해 증상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관절에 고름이나 염증이 심한 경우엔 관절액을 제거하는 동시에 세정을 하는 처치도 고려한다. 이후엔 약물과 생활습관 교정, 물리치료 등으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다만 일반적인 치료법에 이후에도 관절 부위가 붓고 통증이 발생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조금 더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혈액막뿐 아니라 관절의 연골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연골이나 연골판이 손상되거나, 활액막염, 미세한 뼈조각 등이 원인이 되어 관절에 물이 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MRI와 같은 정밀 검사를 통해 연골과 연골판, 관절뼈, 조직 등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이후 문제가 있을 경우 외과적 시술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이런 경우 관절내시경을 이용하는데, 1cm미만의 가느다란 관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시행할 수 있다.

관절수증이 의심된다는 가정에서 침과 같은 도구로 관절 부위를 찌르거나, 결절종을 터트리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세균 감염으로 병변 부위를 악화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또 뜨거운 찜질이나, 온열기구를 이용한 민간요법도 되도록 지양해야 한다. 체내에 열이 가해지면 혈관이 확장되고, 근육이 이완되면서 일시적으로 통증이 완화되지만, 연골은 오랜 시간 고온에 노출될 경우 조직이 약화되는 연화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고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기는 원인은 비단 관절수증만의 특징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이 증상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 신중하게 병원을 선택하고 전문의와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천하이병원 원장>

정리=김정아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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