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국감서 방송 제작환경 지적…“정말 황당”
“이미 못 박혀있는 불공정 계약 관행 개선해야”
나영돈 “개선 사항 살펴볼 것…현재 30개 연예기획사 근로감독 중”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고 이한빛PD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불합리한 방송 노동 현실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했다.
 
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등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이PD 유서의 일부 내용을 설명하며 방송 작가, 스텝 등 방송 제작진들의 관한 노동 실태를 지적했다.
 
한 의원은 “나는 노동자를 쥐어짜는 관리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노동착취라는 단어는 내 가슴을 후벼팠다” 등 이PD의 유서를 소개한 뒤, 하루 평균 20시간의 살인적 노동시간, 비일비재한 욕설과 성추행 등 비정상적인 방송 현실을 꼬집었다.
 
무엇보다 그는 방송계의 불합리한 계약 관행을 지적했다. 한 의원은 공영방송 위탁 계약서와 프리랜서 계약서를 공개하며 “화려한 방송 뒤 그 화려함을 만들기 위해 쥐어 짜이는 사람들의 계약서”라고 소개했다.
 
한 의원은 “예컨대 갑(방송사 등)이 제3자의 법률적 분쟁이나 화재‧천재지변‧전쟁‧파업‧기타 불가항력적인 여건으로 프로그램 촬영 완성할 수 없을 경우 계약을 해지하는데 이 경우 을(프리랜서 등)은 받은 용역료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며 “정말 황당(한 계약 조항)”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현재 지방청에서 이 같은 포괄임금제나 노동시간 무한 적용 등에 대해 현장 점검하며 바로 잡아보겠다고 하는데,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미 못 박혀 있는 불합리한 계약 관행 개선 없이 그냥 왔다가는 근로감독으로는 여전히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영돈 서울고용노동청장은 이에 대해 “방송 제작 현실이 심각하다는 것 잘 알고 있다”며 “특히 (프리랜서 등의) 근로자성 (인정)과 관련해 그간 노동부에서 관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으나 금년에 본부하고 특별히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관련 제도 개선 사항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나 청장은 이어 “현재 서울노동청에서 30대 연예기획사 방송제작 분야에 대한 감독을 진행 중”이라며 “11월경 (결과가) 나올 듯하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한 의원은 나 청장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 간 협력을 주문했고, 나 청장은 “관련 기관과 같이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한빛PD는 지난해 10월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을 맡았으나 종영 이튿날인 10월 2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이PD가 초고강도 노동과 동료들의 폭언 등을 이유로 자살했다며 문제 제기했고, 이후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이 도마에 올랐다. 

CJ E&M는 이 사건에 대해 지난 6월 유가족과 대책위원회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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