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때아닌 ‘몰카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몰카에 노출됐기 때문이다.연예인 스캔들이나 러브호텔 애용자들의 공포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몰카가 이제 정치권에까지 파고 들고 있다는 사실에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그동안 정치인 몰카 스캔들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갈수록 첨단화되어가고 있는 몰카 기술을 감안하면 이번 양 실장 사건을 쉽게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특히 몰카로 인해 권력기반이 무너졌던 국내외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최근 정치권 주변에서는 ‘몰카 경계령’이 은밀히 나돌고 있다.국내에서는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몰카’에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97년 김 전대통령의 피부비뇨기과 자문의인 박경식 원장은 현철씨가 YTN 사장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와 통화하는 장면과 내용을 ‘비밀 녹취 테이프’와 ‘몰카’에 담아 폭로했고, 이로인해 현철씨는 구속되는 불운을 맞이하게 됐다.외국에서는 몰카와 유사한 사례 등으로 정권이 뒤바뀌는 일도 있었다.대표적인 사례는 페루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권의 몰락 사건. 일본 이민 3세대로 90년 당선된 후지모리 전대통령은 2000년 초까지만 해도 보안당국, 군부와 결탁한 철(鐵)의 3두 체제를 구가하는 등 철옹성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최측근이었던 블라디미르 몬테시노스 국가정보국장의 돈거래 장면을 포착한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결국 실각하고 말았다. 99년에는 러시아 정국이 몰카스캔들에 휘말렸다.

당시 유리 스쿠라토프 검찰총장이 매춘부들과 정사를 벌이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자 러시아 국민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스쿠라토프 총장은 정·재계 부정부패를 수사해 인기를 얻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크렘린과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 가족들까지 조사하는 ‘성역없는 수사’로 명성을 얻었다. 테이프가 공개되자 옐친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스쿠라토프를 해임했고, 이 과정에서 ‘음모론’이 제기되는 등 러시아 사회를 뒤흔들었다.지난해 대만에서는 미모의 여성 정치인의 섹스비디오가 공개돼 대만 정가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발생했다. 기자 출신의 유명 여성 정치인 쥐메이펑과 한 유명인사와의 성행위 장면이 몰래 카메라로 촬영되고, 이것이 대만 전역으로 유통돼 결국 그녀는 ‘쥐메이펑 섹스 참회록’이라는 책을 펴내게 됐다. 그는 이 책에서 14명의 파트너들과 수년 동안 광란의 섹스를 즐겼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말았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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