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너무 화려하지 않고 조용하며 묵묵한 정경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감정은 살면서 자칫 빠지기 쉬운 들뜸을 바로 잡아주는 균형 어린 자세이다. 세계인에게 국가 이름이 우수한 브랜드로 인식되는 곳, 독일. 그 독일의 심장, 바바리아에서 만난 그 정경.
 
         흔히들 기억하는 바이에른을 영어로 바바리아라고 한다. 가장 독일다우며, 게르만적인 곳. 남부 독일의 정취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바바리아. 왕가의 도시, 영감의 도시 그리고 독일을 넘어 전 세계에서 오로지 실용과 합리를 함께 경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곳.

이 매력적이고 현대적이며 동시에 고전적이고 우아한 바바리아의 가치는 도시 곳곳에서 반짝인다. 여행지를 고를 때 우선시 되는 것들, 다양한 풍경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 그리고 그것들에서 소환되는 여행적 영감. ‘반드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들이 충족되면 여행지는 눈이 아닌 마음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그런 기억, 그런 독일 그리고 그런 바바리아. 뉘른베르크와 밤베르크 그리고 바이로이트가 함께해 주었기에 빛났던 독일에서 보낸 바바리아의 날들. 드러내지 않아 자못 무표정하지만 속마음은 어느 누구보다도 깊은 그들.
 
        ▲ 뮌헨
바바리아 그러니까, 바이에른 최고의 도시. 독일의 문화와 역사에 가장 많은 영감과 정체성을 가져다 준, 독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독일인의 정신적 고향이자 가장 닮고 싶은, 뮌헨을 둘러보는 것은 그들의 옛 영광과 함께 독일의 미래를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다.

신 시청사 & 마리엔 광장

시청사 바로 앞 마리엔 광장은 뮌헨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으로 뮌헨 시내 여행의 시작점으로 잡으면 좋다.
        주변으로 뮌헨 시내를 대표 하는 대부분의 여행 스폿과 주요 관청들이 자리하고 있고 뮌헨 대부분의 행사와 국가적인 이벤트도 이곳에서 열려 일 년 내내 북적인다. 고딕 양식의 시청사는 우선 웅장미에 압도당하지만 외관에서 풍기는 고고한 자태와는 달리 그리 오래된 건물은 아니다.
        85m의 높이와 100여 년의 역사. 그럼에도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독일이라는 지명의 무게감에 있을 터. 그 무게감은 존재감으로 바뀌어 뮌헨 중심에서 바바리아의 심장으로 뛰고 있다.

청사 시계탑에서는 아침 10시부터 매 시각 정각마다 인형극이 열려 여행객들이 뮌헨에 온 것을 환영한다. 바바리아에서 가장 분주한 곳.
 
       성 미카엘 교회        
                                                   
뮌헨에서 가장 큰 르네상스 양식의 성당으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막시밀리언 1세와 그 유명한 노이슈반스타인 성을 건설한 루드비히 2세를 포함해 바이에른 왕국의 국왕과 공작 등 총 7명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곳이다. 여느 종교시설과 마찬가지로 모자는 벗고 들어가야 한다.
 
       성 피터 교회

뮌헨 시내에는 몇 곳의 전망대가 있지만 성 피터 교회는 신 시청사와 프라우엔 교회를 아우르는 전망이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다. 
      3유로의 입장료를 내면 교회의 가장 높은 부분까지 360개의 계단. 360도 전망대에서 뮌헨 시내를 가득 담을 수 있다. 오후에는 사람이 몰려 좁은 계단을 쉽게 지나갈 수 없으니 아침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다.

프라우엔 교회

신 시청사와 더불어 뮌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며 가장 큰 규모다. 양파 모양의 초록색 지붕의 높이는 100m. 북탑이 99m, 남탑이 1m 더 높은 100m다. 

교회 내부에는 바이에른 왕가의 무덤과 검은 대리석 묘비가 있으며 2만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내부의 장식은 거의 없이 흰색으로 통일돼 더욱 엄숙한 느낌이다.

레지던츠   
  
처음엔 몰랐다. 밖에서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 평범해서 그 안에 어떤 것을 담고 있는지 가늠조차 되질 않았다.

만약 뮌헨에 와서 레지던츠를 보고 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뮌헨에서의 완벽한 여행이 될 수 없다. 뮌헨의 시작, 뮌헨의 끝 그리고 뮌헨의 뮌헨. 1385년에 지어진 건물로 물론 시대에 따라 무수히 많은 용도 변경이 돼 왔지만 그래도 이토록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무엇보다 내부의 홀인 안티콰리움에 들어서면 레지던츠의 압도적인 공간미와 마주하게 된다. 예비지식이 없다면 물론 이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갑작스런 탄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이 엄숙하며 웅장하고 또 화려함의 극치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석상과 아치형 창문이 완벽한 대칭으로 도열해 있고, 프레스코화는 빼곡하게 천장과 벽면의 빈틈을 채우고 있다. 종교적인 건축물이 아님에도 분명히 사람들은 몇 번이고 고개를 들어 이 공간이 전하는 우아함과 기품을 경건하게 느낄 터다.
    바바리안들의 자신감 그리고 우수성, 이곳에서 나고 자랐음을 확신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하루 종일 바라만 보아도 좋을 레지던츠. 너무 화려해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올 여지가 없지만 홀에서 나와 선조의 갤러리로 들어서는 복도의 천장 역시 안티콰리움에는 못 미치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현란하다.
    150여 개의 방들 중 개방된 몇 곳만을 경험할 수 있지만 안티콰리움을 넘는 공간이 레지던츠에 있다면 이곳은 분명 문화유산을 넘는 절대적인 가치로 남게 될 것이다. 영원하길, 그저 영원히 그대로 남아 있길. 부디 레지던츠.
 
   님펜부르크 궁전

뮌헨 중앙역에서 트램을 타고 20여 분. 영화롭던 과거 바이에른 가문의 여름 별장이자 레지던츠의 별궁인 님펜부르크 궁전과 만날 수 있다. 커다란 중앙 연못과 그곳에서 노니는 하얀 백조를 배경으로 서 있는 님펜부르크. 독일의 성은, 궁전은 그리고 왕궁의 겉모습은 이렇게 검약하다.
   궁전 외부의 모습은 놀랄 만큼 큰 크기에 비해 특별하게 장식적이진 않았다. 물론 내부의 정원도 마찬가지로 간결하다. 옅은 아이보리와 회백색의 외벽 그리고 주황색 지붕의 건물 은 특별한 치장 없이 일부러 나타내어 보여주지 않고 애써 숨겨서 감추지 않는다. 수수함 그리고 절제미.

예전 바바리아의 모습은 지금 현재 바바리아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건물과 숲과 정원은 가문의 정신과 아주 간결하게 연결된다. 더는 필요치 않은 것. 실용 그리고 합리. 독일의 정신은 왕의 궁전에서조차 이렇게 반짝이고 또 빛나고 있다.
   왕궁 내부의 전시실은 님펜부르크의 외관과는 다르게 화려하지만 물론 다른 세계 유명 궁전들보다는 확실히 검소한 모습이다. 정면과 후면에 있는 크고 작은 창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홀 안으로 스며들어 바닥에 반사된 후 천장화를 밝게 투영한다.

플로라 여신과 그녀가 거느린 많은 님프들에 관한 장면들을 그린 1756년 작. 님펜부르크의 이름이 이 그림에 나오는 님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19세기 초 루드비히 1세의 지시에 의해 그려졌다는 당시 최고로 아름다웠다는 36명 여인들의 초상화도 님펜부르크의 또 다른 님프들. 궁전과 요정. 신화인 듯 현실인 듯, 아름다운 두 가지가 만났으니 님펜부르크는 이토록 아름다워도 된다.
 
  영국정원

뮌헨 사람들의 휴식을 책임지는 곳. 영국정원이다. 뮌헨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자르강 북쪽에 있는, 무려 1790년에 조성된 영국정원. 373ha로 백십만 평이 넘는 거대한 대중 공원이다.
  바바리안들은 이미 이 시대에 휴식에 대한 개념이 일찌감치 세워져 있었던 셈인데, 아침나절에 이곳을 조용히 방문한다면 의도치 않은 평범한 곳에서 뮌헨의 숨은 정서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뮌헨의 정서란, 곧 독일의 정서이고 역시 바바리아의 그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반드시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또 표현을 낭비하지 말 것. 이들은 허튼짓을 잘 하지 않는다. 정원 역시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돼 있다.
  영국정원은 당시 영국에서 유행하던 공원의 형식을 본떠 이름 지어졌으며, 정원 중간 지점의 커다란 크기의 차이나 탑은 영국정원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국적인 느낌에 이질적인 풍경을 더한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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