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와 페르시아, 공동의 기억”

이란국립박물관 구관.
[일요서울ㅣ경북 이성열 기자]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이란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Iran)과 공동으로 11월 4일부터 12월 15일까지 특별전 ‘신라와 페르시아, 공동의 기억’을 이란국립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6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과 이란국립박물관이 상호 교류협력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을 계기로 성사됐다. 이후 국립경주박물관과 이란국립박물관이 전시 내용의 구성과 전시품 선정 과정에 긴밀히 협조하고 실무를 진행한 결과, 신라의 역사문화와 대외교류를 보여주는 전시품으로 구성해 선보인다.

신라는 한반도 동남부의 작은 나라로 시작해 한반도 전체를 최초로 통일한 국가로, 역사기록에 의하면 서기전 57년부터 935년까지 천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번성했다.

‘신라(新羅)’라는 국명은 제22대 왕인 지증왕(재위500~514) 때 확정됐다. 이 말은 ‘덕업일신망라사방(德業日新網羅四方)이란 구절에서 두 글자를 딴 것으로, 덕업을 날로 새롭게 하고 사방을 아우른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신라가 국가이념으로서 덕에 의한 통치와 국제화·세계화를 지향했음을 보여준다.

신라는 외래문화에 개방적이어서 이웃한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멀리 페르시아를 포함한 서아시아와도 끊임없이 교류했다. 이 전시에서는 대외교류를 포함해 신라 역사와 문화의 여러 특징들을 살펴보고자 했다.

전시는 ‘황금의 나라, 신라’, ‘신라인의 삶’, ‘신라와 페르시아’의 3부로 구성했다.

1부는 신라의 문화 중 가장 독특하다 할 수 있는 황금문화를 주제로 했다. 4~6세기 신라의 거대한 무덤에서 출토된 금제 장신구로 왕의 상징물인 금제 관모와 금제 허리띠를 비롯해서 새 날개 모양 장식, 목걸이, 팔찌, 귀걸이 등 다양한 황금장식품을 소개했다.

2부는 신라인의 생활을 주제로 했다. 무덤에서 출토된 인물상과 동물 토우들, 일상생활에 사용했던 토기와 금속제품, 건물에 사용했던 기와들과 당시 건물의 모습을 알려주는 토기들을 통해 신라인의 의식주문화를 살펴보고, 당시 사람들의 사후세계관을 보여주는 골호와 십이지상을 함께 소개했다.

3부는 신라의 활발한 대외교류를 주제로 했다. 신라는 한반도 동남쪽에 자리했으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멀리 서아시아와도 관계를 맺어 나갔다. 이러한 외부 세계와의 끊임없는 접촉은 신라문화를 융성하게 했다.

특히 계림로 장식보검, 용강동 문관상 등 신라 미술품에 보이는 이란적 요소를 통해 신라와 페르시아의 문화적 관계성 및 신라 문화의 국제적 성격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전시기간 중에 한국과 신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신라와 경주를 주제로 한 영상물과 다양한 디지털자료를 선보이며, 이란의 박물관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라문화와 한국박물관에 대한 특별강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란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Iran)은 이란문화유산수공업관광기구(ICHHTO) 산하 국립박물관으로서 1937년 설립했으며, 연평균 관람객은 약 20만 명이다.

전시관은 이슬람 이전 시대의 유물로 구성된 구관(Iran Bastan Museum)과 이슬람 이후 시대의 유물로 구성된 신관(The Islamic Museum)의 독립적인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오목하게 들어간 아치 형태의 거대한 입구가 인상적인 구관은 프랑스 건축가인 앙드레 고다드(Andre Godard)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가 개최되는 기간은 이란에서도 내외국인 관람객이 가장 많은 시기로, 이란 국민들뿐만 아니라 이란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의 국보․보물 4건을 포함한 총 102건 144점의 귀중한 문화재가 이란 국민에게 처음 선보이는 이 전시는 신라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물론 신라와 페르시아의 문화적 교류를 보여주는 뜻깊은 문화행사로, 이번 전시를 통해 이란 국민들에게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널리 알리고, 향후 양국의 지속적인 문화교류를 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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