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진영각 신축 관련, 국비 12억 지원 로비 대가성 1억 받아“주지 스님이 제3자 통해 건네” … 이씨, 수수의혹 일부시인대통령의 친인척들은 처신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잘못된 처신은 곧바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치명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친인척의 비리 문제는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김 전대통령의 막내 아들인 홍걸씨와 둘째 홍업씨가 법정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비리에 연루된 혐의다. 김 전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도 국민의 정부 때 벌어진 비리 문제가 종종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이상호(민족사랑회 회장)씨. 이씨는 김 전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둘째 남동생. 부인과 사별한 뒤 혼자 살고 있는 이상호씨를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져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남 합천 해인사 진영각 건립로비와 관련, 1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김대중(DJ) 전대통령의 처남 이상호씨가 해인사(경남 합천 소재)의 진영각을 짓는데 국가로부터 특별교부세 12억원을 지원받게 해주는 대가로 1억원을 받은 것중 7,000만원이 통장으로 입금됐음이 확인됐다. 이씨는 진영각 건립과 관련, 1억원 수수의혹에 대해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수수의혹을 인정했다.이씨에게 돈을 건넨 사람은 해인사에 채소 등을 납품했던 A씨. A씨는 이상호씨와 해인사 주지 세민스님을 연결해준 장본인이다. A씨는 “해인사 주지인 세민스님으로부터 3,0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아 이상호 회장에게 건넸고, 나중에 7,000만원은 조흥은행 수송동 지점을 통해 이 회장의 통장에 입금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이상호씨와 세민스님이 당시 국회 모 위원장을 맡고 있던 민주당 K의원을 찾아가 특별교부세를 받도록 부탁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진영각 건립과 관련, 12억원의 특별교부세를 받게 됐고, 그 대가로 이상호씨에게 돈이 건네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조흥은행 수송동 지점은 이씨가 운영중인 ‘민족사랑회’ 사무실이 있는 석탄회관 1층에 있다.A씨는 그 증거로 7,000만원을 이상호씨에게 입금한 입금표를 제시했다. A씨가 제시한 입금표에 따르면, 7,000만원의 입금날짜는 2001년 9월5일. 입금 계좌번호가 조흥은행 390-04-38xxxx로 이상호씨 통장이다.이같은 A씨의 주장에 대해 이씨는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7,000만원 중 3,000만원은 A씨에게 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3,000만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해인사 주지 세민스님은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할 뿐 아니라, 진영각 건립과 관련, 로비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뿐만 아니라 진영각 건립과 관련, 특별교부세를 받기 위해 부탁차 찾아간 민주당 K의원과의 만남 자체도 부정하는 등 사건 일체를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세민스님은 지난 2월 기자와 처음 전화통화를 했을 때 “이상호씨가 누군지 모른다”, “민주당 K의원을 찾아간 적도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러한 세민스님의 말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K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01년 경에 이상호씨와 해인사 주지 세민스님이 찾아와 진영각을 짓는데 특별교부세를 받게 해 달라고 말해 당시 이근식 행자부 장관에게 부탁해 12억원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호씨도 “세민스님과 K의원을 찾아가 부탁을 했다”고 말해, 세민스님의 말과 완전히 달랐다.

세민스님도 전화통화 후 기자와 만나 이상호씨와 K의원을 찾아간 사실을 뒤늦게 털어놓기도 했다. 진영각 건립과 관련해 특별교부세를 받게 되자 세민스님은 K의원을 찾아가 “고맙다”며 선물을 내밀었고, K 의원은 인삼선물은 받고 이상한 선물(?)은 받지 않았다는 것. 이상한 선물(?)이 “돈봉투냐”는 기자의 질문에 K의원은 “봉투를 가져왔지만 돌려 보냈다”며 “후원금도 정도가 지나치면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K의원의 말에도 불구하고 세민스님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한편, 진영각 건립은 독립운동가 33인 중 한사람인 박용성 스님의 유적지 정화사업 차원에서 이루어진 사업이다.

인터뷰 "해인사 주지 세민스님"

“이상호씨에 입금, 모르는 일”경남 합천 해인사 주지인 세민스님과는 여러번의 전화통화와 한번의 만남을 통해 사실확인을 했다. 처음 전화통화에서 세민스님은 “이상호씨가 누군지도 모른다”, “민주당 K의원을 만난 적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서울 조계사 인근에 있는 모 다방에서 만났을 때는 “이상호씨와 두 세번 만났다”고 시인하는 등 처음 전화통화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A씨를 잘 아는가.▲A씨는 대구서 채소장사를 하는 사람이었고, 해인사에 채소일체를 납품하기도 했다. 해인사 원주(공양주)가 바뀌고 난 뒤 불신이 생겨 A씨의 물건을 안쓰게 됐다.

-A씨의 소개로 이상호씨를 만난 적 있는가.▲이희호 여사의 동생이라고 해서 두 세번 만났다.

-이상호씨와 함께 민주당 K의원을 찾아가 진영각 신축과 관련, 특별교부세를 부탁하지 않았나.▲K 의원을 찾아간 적 없다.

-진영각 건립과 관련, 부탁을 한 뒤 한참 뒤 다시 찾아가 인삼과 봉투를 주지 않았는가. ▲인삼과 봉투를 건네지 않았다.

-K 의원은 이상호씨와 함께 찾아왔고, 이후 봉투를 들고 찾아왔다고 하는데.▲K 의원과는 잘 아는 사이다. 전남 순천 서남사 주지일 때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A씨를 통해 이상호씨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나. ▲A씨가 입금했다고 하는 돈은 모르는 일이다.

인터뷰 "DJ처남 이상호씨"

“민주당 K의원 찾아 갔었다”이상호씨와의 인터뷰는 서울 석탄회관에 있는 ‘민족사랑회’ 사무실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씨는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경 청와대 박지원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가 와 “삼촌, 일이 터지지 않도록 하라”는 말을 전해듣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지원 전실장이 이씨를 ‘삼촌’이라고 부른다는 것. 이씨는 수차에 걸쳐 이 사건의 보도를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A씨를 잘 아나.▲잘 안다. A씨는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 사람이다.

-A씨가 진영각 교부세를 받은 대가로 7,000만원을 입금했다고 하는데.▲그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 돈 중 3,000만원은 A씨에게 줬다. 그 일과 관련해 A씨에게 돈을 달라고 한 일이 없다.

-나머지 돈은 어떻게 했나.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지금은 밝힐 수가 없다.

-통장으로 보낸 7,000만원 이외에 3,000만원은 현금으로 갖다 줬다고 하는데.▲(A씨가)가져왔는지 잘 모른다.

- 진영각과 관련, 민주당 K의원을 찾아간 적 있나. ▲세민스님과 함께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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