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비리 폭로했던 그녀, 노림수 따로 있나?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달 30일 진행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장에서는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게임판 국정 농단세력’을 공개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당시 여 위원장은 ‘게임판에서 국정 농단 세력이 누구냐’는 유성엽 위원장의 질문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모 전 비서관, 김모 교수, 모 게임전문지 등의 실명을 언급했다. 여 위원장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차은택 등의 비리를 폭로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런 만큼 이번 종합감사장에서의 폭탄 발언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전병헌 “윤 전 비서관과 친인척 관계 아니다”
문체부 “전혀 근거 없는 주장, 사실 명확히 확인할 계획”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측근들을 ‘게임판 국정 농단 세력’으로 지목하면서 양측이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있었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장에서 여 위원장은 “그(전병헌 수석)의 친척과 지인들, 그 친척이 속한 게임 언론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과, 고향 후배를 자처하는 게임판의 김모 교수 등을 게임판을 농단하는 4대 기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수석이 도입에 관여한 ‘게임물 자체 등급 분류제도’에 대해 “사후관리체계가 뚫려 있다”며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너무 큰 이슈와 맞물려 있다”고 비판했다.

여 위원장의 발언은 자체 등급분류제도가 도입된 후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 제도상 보완점이 필요했지만 전 수석 등이 이를 막았다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커졌다.
 
전병헌 정무수석
“여 위원장 발언 모두 허위”

 
전직 국회의원인 전병헌 정무수석은 지난 2010년 오픈마켓 게임물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대상에서 제외해 서비스 제공자가 자체 등급 분류를 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2012년에는 바다이야기사건으로 도입된 게임물등급위원회를 폐지하고 민간 자율심의기구에서 게임물 등급 분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수석은 여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여 위원장의 발언 직후 국회 교문위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여 위원장의 발언은 모두 허위”라며 “민형사의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11년 통과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일명 오픈마켓게임법으로 2010년 3월 국내에 차단된 구글, 애플의 게임서비스를 다시 열기 위한 입법이었다”며 “여 위원장은 윤 비서관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막았다고 했으나 윤 비서관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고 반박했다.

전 수석은 사실 관계도 부인했다. 그는 “윤 전 비서관과 친인척 관계가 아니다”며 “윤 전 비서관이 모 게임 전문지에 근무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대해서도 “일면식이 없다”고 말했다.

전 수석은 지난 1일 여 위원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현재 시민단체에서 활동 중인 윤 전 비서관도 31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여 위원장이 제 실명을 거론하며 발언한 내용은 모두 허위”라며 “여 위원장은 2년 7개월 전에 위원장으로 취임했는데 저는 지금까지 통화 한 번, 문자 한 번 나눠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통화 한 번, 문자 한 번
나눈 적 없다는 윤 전 비서관

 
‘게임판 국정 농단 세력’ 중 하나로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가 지목받자 문체부도 지난 1일 유감을 표했다.

문체부는 “게임산업 활성화와 건전한 게임 이용 문화 조성을 위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합리적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게임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 규제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8월 게임산업 생태계의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하는 ‘민관 합동 게임제도 개선 협의체’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 위원장의 ‘게임 농단 세력 관련 발언’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문체부는 “여명숙 위원장이 발언한 내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보고해 달라는 국회의 요구에 따라 사실 여부를 명확히 확인,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보고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1년 시행된 게임물 자체등급분류제는 당시 신산업 분야로 각광받고 있던 모바일게임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전등급분류가 적절하지 않은 모바일 오픈마켓 게임물에 대한 민간 자율심의를 도입한 것이다.

올해 확대 시행된 자체등급분류제는 자율심의 대상을 청소년이용불가 게임과 아케이드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물로 확대하되, 사업자 최소요건(매출액, 인력·시설기준 등), 전담인력 의무교육(연 4회), 업무 적정성 평가(연 1회) 도입 등 사후관리 장치가 대폭 확대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전병헌 수석 숙청?
여명숙 위원장 자리싸움?

 
문체부는 “이 제도가 불법 게임물을 합법적으로 유통하게 하는 통로라는 여명숙 위원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명숙 위원장이 ‘게임판 국정 농단 세력’으로 지목한 당사자들이 하나같이 사실을 부인하자 정치권에서는 여 위원장 발언의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정치평론가 A씨는 이번 사건을 ‘전병헌 정무수석 숙청 시도’라고 분석했다. A씨는 먼저 전 수석이 지난 총선 더불어민주당에서 컷오프 당한 점을 들었다. 당시 전 수석은 무소속이나 국민의당행을 고민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캠프에 중용하면서 청와대까지 데려갔다. 총선 과정에서 그를 싫어했던 세력이 아직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여 위원장 발언의 또 다른 배경이 ‘자리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3월 취임한 여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퇴임 시기가 이제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연임 또는 퇴임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라는 분석이다.

‘게임판 국정 농단 세력’으로 지목된 4인방은 모두 여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 위원장은 종합감사장에서 발언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단 문체부에서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칠 때까지 더 이상 공방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체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여 위원장이나 ‘게임판 국정 농단 세력’으로 지목받은 4인방 중 한쪽은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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