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이슈가 되는 단어가 바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4차 산업혁명이다.
 
2016년 3월 이름도 생소했던 알파고의 등장과 이세돌과의 세기의 바둑 대결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들썩였다. 영화에서만 보던 인공지능 로봇과의 대결에서 인간이 허무하게 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의 시대를 체감하게 된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미래의 모습을 예견하며 여러 분석들을 쏟아냈고 매일같이 신문과 학술지에는 관련 내용들이 실리고 발표되고 있다. 그 중에 하나의 예견은 바로 직업의 생태계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 로봇이 만든 광고와 음악 그리고 소설까지 순수창작의 영역까지 파고들며 그 무한한 가능성에 놀라움과 공포심을 안겨주고 있다. 생활의 편리함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직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기관들의 미래에 전망 있는 직업과 없어질 직업에 대한 발표는 그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위기에 놓여 있는 직업 중에는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도 들어가 있다.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가 발명이 되고 또 자동판매기의 발전으로 사람의 기술이 필요치 않은 음료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스타벅스의 세계진출이 성공을 거두며 커피의 기준을 새롭게 만들었고 그 이후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며 유망 직업으로 소개가 되곤 하였다.
 
최근 들어 머신의 발달로 버튼을 누르면 원두커피가 나오는 기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바리스타가 직접 내린 커피의 맛을 따라가지 못하여 많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은 커피의 연구와 함께 바리스타 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같은 원두, 같은 기계로 커피를 추출하여도 누가 뽑느냐에 따라 그 맛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커피이고 바리스타의 역량 또한 중요하다. 그런데 작년, 이 바리스타분야에 인공지능 로봇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의 한 기업이 카페X라는 로봇을 선보인 것이다. 미쓰비시에서 만든 팔을 가진 이 로봇은 컵을 잡고 물과 원두를 다룰 수 있으며 시럽을 넣는 등의 행동부터 다양한 커피를 제조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이 A.I 바리스타 로봇은 최상의 맛을 만들어 내는 로봇으로 소개를 하며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이 로봇의 큰 장점 중에 하나는 1분에 120잔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속도다.
 
주문은 모바일 앱으로 할 수 있으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자동판매기처럼 빠르게 맛있는 커피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로봇답게 학습이 가능하여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래밍으로 정교한 맛과 진화된 기술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읽고 그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낸다면 바리스타라는 직업도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커피가 가지고 있는 감성적인 매력을 생각하게 된다.
 
커피는 완벽한 맛만을 찾는 음료는 아니다. 커피는 커피의 향과 카페의 분위기, 조금은 기다려도 좋은 한잔의 휴식도 담고 있다. 그리고 정성 가득한 마음도 담겨있다.
 
아직까지의 A.I는 인간의 능력을 도와주는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차 어떤 발전을 이룩하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바리스타 직업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싶다. 더 새로운 맛을 뽑아 낼 수 있는 기술과 바리스타의 역량이 합쳐지면 새로운 커피문화로 발전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옛날 머신의 발전으로 커피의 크레마를 발견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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