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 만에 첫 청와대 고위직 인사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냈던 측근 2명이 최근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돼 긴급 체포됐다. 비서관들의 개인 횡령이라고 전 수석은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전 수석을 수사선상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동시에 검찰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탁현민 선임행정관과 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장영달 전 의원을 재판에 회부했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정조준하던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도 포함시키면서 정치권에서는 ‘靑 내부 권력다툼설’부터 ‘보수 청산의 신호탄’, ‘검 개혁에 대한 검찰 내 반격’이라는 관측까지 무성하다. 그 내막을 알아봤다.
 
   - 靑, “檢, 탁현민까지…” ‘되로 주고 말로 받자’ 팽배
- ‘세도 없고 주류도 아닌’ 전 수석 ‘접고’ 고강도 개혁?
 

전병헌 청와대 수석은 일단 “어떠한 불법에도 관여한 바 없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심정”이라고 ‘비서관들 개인 일탈’임을 강조하면서 억울함을 표출했다. 하지만 검찰은 윤 씨·김 씨 등 전직 비서관이 횡령한 돈의 일부가 전 수석에게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수석의 전직 비서관 출신인 윤씨와 김씨가 롯데 홈쇼핑으로부터 3억 원의 돈을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하도록 하고 약 1억1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전 수석을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것은 한국e스포츠와의 관계 때문이다. 17, 18, 19대까지 동작갑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전 수석은 20대 총선인 2016년 4월 총선에서는 공천에 탈락했다. 국회의원 겸직금지로 인해 2014년 한국e스포츠 회장에서 물러난 전 수석은 올해 5월 청와대 입성하기 직전까지 명예회장으로 있었다.
 
윤·김 비서관 현직 때부터 ‘측근·실세’
 
또한 명예회장직을 내놓기전까지 협회로부터 수천만 원의 연봉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검찰이 주목하는 것은 롯데홈쇼핑이 후원금을 건네기 이전인 2015년 4월 홈쇼핑 방송 재승인 결정이 있었고 전 수석은 재승인 업무와 직결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재승인이 난 직후인 2015년 5월 윤 전 비서관은 롯데 홈쇼핑에게 게임단 창단을 제안했고 10억 원가량의 돈이 부담스러웠던 회사는 3억 원을 후원하겠다고 한 배경도 의심을 사고 있다. 롯데홈쇼핑 측은 “이미 홈쇼핑 재승인을 받은 이후여서 대가성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수석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윤 전 비서관은 협회에 아무 직함이 없었음에도 인사와 예산 등에 관여하고 협회 법인카드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씨가 협회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배경에도 전 수석의 후광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단 검찰은 후원한 돈 3억원 중 ‘케스파컵’의 상금규모가 2500만 원에 불과하고 마케팅과 홍보 비용, 대회운영 실비 등을 감안해도 상당수의 돈의 출처가 불분명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서 횡령한 돈의 용처와 전 수석에게 보고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전 수석은 3선 의원에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지낼 정도로 여야 인맥이 튼튼하고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전략본부장’으로 영입한 측근 인사다.
 
전 수석뿐만 아니라 청와대 참중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정치권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전 수석 측근 인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청구 하루 만에 검찰은 청와대 내 ‘행사 기획의 마술사’로 불리는 탁 행정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탁 행정관은 대선을 3일 앞둔 5월6일 홍대 거리에서 펼쳐진 ‘문재인 후보 프리허그’ 장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추천할 수 없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의 대선 로고송을 틀어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음원을 튼 것은 선거법 위반으로 보고 제3의 기관에서 주최한 행사에 무대시설과 음향장비를 사용한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특히 11월7일 전 수석 측근 인사들에 대한 구속에 이어 8일 탁 행정관 기소까지 청와대 핵심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잇따라 터지자 “탁 행정관 기소는 공선법 공소시효가 선거일부터 6개월 전이라 9일 전에 사건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8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해명했다.
 
탁 행정관은 청와대 내 소소한 행사부터 트럼프 미 대통령 만찬에 기자회견까지 기획총괄을 맡을 정도로 청와대 내 신주류 중 단연 선두에 있는 인물이다. 나아가 공석에서 벌어지는 행사에서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해 문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릴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건을 예사롭게 보지 않고 있다. 일단 검찰 발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개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보수 진영으로부터 ‘청와대 하명수사’, ‘정치 보복’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내부적으로 현직 검사의 자살까지 벌어지면서 현 정권에 대한 검찰내 누적된 반감이 표출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국회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문 대통령은 수시로 ‘검경수사권 조정’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검찰이 토사구팽될 판이다.
 
‘알력다툼’이라는 정치적인 해석도 나온다. 두 사건을 보는 청와대 내 기류는 미묘하게 갈린다. 탁 행정관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점을 들어 별거 아니라면서도 적극 옹호하는 모습이지만 전 수석에 대해서는 “본인이 알아서 대응할 일”이라고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 내 ‘자기세력’도 없고 ‘주류’도 아닌 전 수석에 대해 뇌물 수사로 번질까 보호하기보다는 ‘자진사퇴’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정치권에서 보내고 있다. 만약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물러날 경우 청와대 고위직 인사 중 첫 번째 낙마한 인사에다 첫 번째 검찰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반면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탁 행정관 건은 전 수석이 물러날 경우 이슈에서 묻힐 공산이 높다.
 
‘육참골단’식 보수청산 사정 정국 오나
 

한편 보수 야당에서는 전 수석 측근비리 수사가 ‘물타기 수사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 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는 대신 육참골단(肉斬骨端, 내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식의 보수 청산 사정 정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전 수석 측근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전병헌 수석에 대한 수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적폐몰이’ 물타기 수사, 정권 실세를 위한 면죄부 수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과 함께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내에서는 청와대가 전병헌 수석을 포기하는 대신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적폐 청산수사에 더 박차를 가하는 분수령으로 삼고 두 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권 실세와 핵심 측근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정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보수 대통합 기류가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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