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수사’ 재점화… 내년 재승인 앞두고 한숨

재승인 취소 가능성 제기하며 롯데홈쇼핑 압박
 
전병헌 정무수석, e스포츠협회 “어처구니 없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롯데홈쇼핑 사업 재승인을 둘러싸고 찜찜한 뒷이야기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의 사업권 인허가 과정에서 각종 의혹만 무성했던 로비 정황을 포착했다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4년 롯데홈쇼핑은 중소 협력업체 납품 갑질로 임원이 구속수사를 받으며 재승인 불허 관측까지 나오던 상황에 2015년 재승인 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당시 홈쇼핑의 사업권 인허가 담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주목했다. e스포츠협회에서 전 수석의 전 비서관과 보좌진 등이 3억 원의 후원금을 일부 세탁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전 수석에게도 돈이 건네졌는지 보고 있는 것. 이에 롯데홈쇼핑은 강현구 전 대표의 집행유예, 프라임타임 방송정지 집행정지 신청 등 한숨 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위기에 빠졌다. 또 오는 2018년 재승인 심사에도 적신호가 켜져 손실 규모는 수사가 진행될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 ‘재승인’ 관련 의혹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한국e스포츠협회에 롯데홈쇼핑이 3억 원대 후원금을 낸 것과 관련 대가성 여부 확인과 자금 유용 등의 단서를 잡기 위해 전병헌 정무수석의 전직 비서관 윤 씨와 전 수석의 전 보좌진으로 알려진 2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날 체포된 전 수석의 옛 비서관과 보좌진이 후원금 3억 원 중 1.1억 원을 협회 사업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자 자금세탁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적인 구속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e스포츠협회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e스포츠협회는 전 수석이 2014년 12월까지 청와대 입성하기 전 회장을 맡은 곳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5년 e스포츠협회에 후원금 명목으로 3억 원을 냈다. 이에 검찰은 전 수석이 19대 의원 시절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이었으며 전 수석의 전직 비서관과 보좌진 등이 e스포츠협회에 있었던 만큼 홈쇼핑 재승인 등을 목적으로 롯데 측이 대가성 협회 후원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신헌 전 롯데홈쇼핑 대표
  빨라지는 검찰의 수사
 
검찰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현 정권 핵심부를 겨냥하자 여론과 언론은 일제히 주목하는 추세다. 그 중심에는 롯데홈쇼핑이 있다. 롯데홈쇼핑 재승인 과정 로비 의혹은 계속 이어져 왔다. 2014년 롯데홈쇼핑은 납품업체서 리베이트를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신헌 전 대표를 포함 7명이 구속, 3명이 불구속 기소됐고 재승인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은 2015년 재승인 심사에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의 후원금에 대가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또 롯데홈쇼핑은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9월 28일부터 6개월간, 프라임(오전·오후 8~11시) 시간대 영업정지 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롯데홈쇼핑은 채널 사용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납품비리로 형사 처분을 받은 임직원의 범죄 사실을 누락했으며 이를 통해 과락을 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을 했고 지난 9월 1심서 승소하며, 최악의 영업정치 처분은 면했다.
 
검찰의 수사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특히 롯데홈쇼핑 후원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에 따르면 전 수석의 전직비서관 윤 씨가 2015년 5월 롯데홈쇼핑에 “e스포츠 발전을 위해 게임단을 창단해 달라”고 제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롯데홈쇼핑 측은 검찰 조사를 통해 “윤 씨가 게임단 창단을 제안했지만 10억 원가량 소요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내부 검토 끝에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최하는 게임리그에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해 3억 원을 후원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롯데홈쇼핑은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이후라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관계자는 같은 해 7월 열린 e스포츠협회 주최 ‘2015 케스파컵시즌2’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했고 이를 근거로 검찰에서 “이미 재승인을 받은 이후여서 대가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기 봉착한 롯데홈쇼핑
 
로비 의혹에 대해 롯데홈쇼핑은 공식적인 기업 후원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롯데홈쇼핑 측은 로비의혹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로비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오는 2018년에 이뤄지는 재승인 심사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 되고 있다.
 
앞서 강현구 롯데홈쇼핑 전 사장은 방송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강 사장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채널 인허가 연장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유관 기관 등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지시하거나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비리의혹들로 시련을 겪은 롯데홈쇼핑은 추락한 기업 이미지와 내부 수습을 위해 이완신 대표이사를 지난 3월 선임한 바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준법경영’을 최우선 경영방침으로 내걸며 다가올 재승인 심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2017년 4월 법무와 감사, 소통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의 준법지원부문을 신설했으며 윤리경영 평가, 리스닝투어(파트너사 고충 청취 프로그램), 준법경영 캠페인 등을 통해 투명 경영에 힘쓰고 있는 것.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검찰의 수사 속도가 높아질수록 이 대표의 노력이 물거품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홈쇼핑 방송 재승인 심사 평가기준은 ▲방송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현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 ▲지역적·사회적·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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