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난 3일 출당(黜黨) 조치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근혜당이란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미 탄핵되었고 구속돼 정치적 식물상태이다. 누구도 당명까지 바꾼 한국당을 ‘박근혜당’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박근혜는 더 이상 한국당에 ‘멍에’가 되지 않는다. 
홍 대표는 또한 박근혜를 제명하면서 “당단부단 반수기난(當斷不斷 反受其亂)” 고사성어를 인용하였다. ‘잘라야 할 것을 자르지 않으면 훗날 재앙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자르지 말아야 할 것을 잘라 보수 우파에 좌절과 내분의 재앙을 자초할 우려를 수반했다. 한국당의 ‘보수 재건을 위한 당원 모임’ 회원 151명은 박 전 대통령 제명에 반발, 홍 대표를 상대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밖에도 여기저기서 불만과 반발의 외마디 소리가 터져 나온다.
홍 대표는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탄핵 정국 이후 좌절되고 분열된 보수우파를 하나로 묶어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는 사분오열된 친박계, 비박계, 수백만의 택극기 시위군중,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했던 중도 보수우파 인사 등을 결집시켜야 한다. 
그러나 홍 대표는 박근혜를 출당함으로써 친박계, 수백만명의 태극기 시위군중, 중도 보수우파 등을 분노케 했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은 ‘불통의 정치’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보수 우파를 실망케 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한강의 기적”을 일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보수 우파 정치이념의 근간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정권을 ‘부패’했다며 그를 쫓아내야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불통 정치’로 답답했어도 개인적으로 ‘부패’하진 않았다. 홍 대표의 ‘부패’ 비난은 문재인 정권의 박근혜 폄훼를 복창해 준 거나 다름없고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막말이 아닐 수 없다. 
피의자의 유무죄는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에 의거 법원 판결로 결정된다. 피의자는 법정에서 유죄로 판결되기 전 무죄로 추정케 되어 있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무죄로 추정, 출당할 게 아니라 적어도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 그때 까지 홍 대표는 재판이 공정하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옳다. 홍 대표 자신도 경남기업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1심에서 무죄로 판결되어 한국당 대표가 될 수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홍 대표는 촛불 시위로 급조된 일부 국민들의 박근혜 피로증에 흔들린 것 같다. 또한 그는 박근혜를 내쫓지 않으면 재입당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바른정당 의원 9명의 압박에 굴복한 듯 싶다. 홍 대표의 박근혜 제명은 부상당한 전우를 돌보지 않고 혼자 도망 친 거나 다름없다. 인간적 신의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나며 쓰러진 사람을 짓밟은 격이다. 홍 대표는 수백만 태극기 시위 군중을 비롯한 수많은 박 전 대통령지지 세력을 실망케 했다. 그는 국회의원 몇 명을 얻어 당 대표로서 목에 힘 줄 순 있겠지만 정치도의와 신의를 잃었다. 
지금은 좌편향 정권이 ‘적폐 청산’ 명분아래 과거 보수우파의 족적들을 뒤엎는 터이므로 보수의 거국적 단결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한 시기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출당함으로써 적지 않은 보수세력을 좌절케 하고 반발케 했다. 홍 대표에게는 태극기 시위대의 주장처럼 박근혜 탄핵과 구속을 좌편향 세력의 폭거라며 맞설 수 있는 신의·지혜·용기가 요구된다. 그게 ‘보수 우파의 본당’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믿음직한 모습이고 사내다운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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