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에 로봇 투입돼도 사람 일자리 줄지 않아

점포 소매보다 온라인 소매가 5배 빨리 성장
점포에서 사라진 일자리, 온라인쇼핑이 벌충하고 남아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박스트(Boxed)’는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코스트코(Costco)’와 비슷한 미국 양판점이다. 둘 사이의 차이는 박스트가 전자상거래 업체라는 것이다. 미국 뉴저지주 유니언에 신축된 박스트의 상품 창고에 지난 봄 로봇이 출현했을 때 이 회사 직원들은 “로봇이 속속 도입되면 우리 일자리가 위협받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하지만 그들이 우려했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 측은 사람을 자르기는커녕 급속히 증가하는 주문을 소화하려고 직원을 더 늘렸다. 박스트를 비롯한 여러 일자리에서 실제로 발생한 것은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축소라는 공포가 근거 없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자동화는 실제로 전자상거래에서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리는 데 도움이 되며, 앞으로 이런 추세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 시간을 줄임으로써 로봇공학과 소프트웨어는 온라인 쇼핑을 소비자들에게 더 편리하게 만들어 가고 있으며,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매출은 쑥쑥 커지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폭증하다 보니 로봇과 인간 노동자를  아우르는 창고 및 배달 시스템의 방대한 네트워크가 급속도로 구축되고 있다. 로봇들은 사람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가지 않았다. 그 주된 이유는 로봇 가운데 많은 것들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새로이 작업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은 로봇 나름의 일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추가적으로 투입되는 것이다. 
로봇이 사람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박스트에서 유통을 담당하는 릭 줌파노 부사장은 “우리는 절반의 인력으로 과거와 동일한 작업을 할 생각이 없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성장하고 있으며 그래서 기존 직원 모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 로봇 기술이 일부 전자상거래 일자리에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신생 로봇 기업들은 예컨대 선반에서 물건을 집어 올릴 수 있는 로봇 팔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장치는 앞으로 일부 노동자들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성장과 자동화의 이점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더 많은 창고를 짓도록 이끌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창고에 더 적은 노동자가 배치되더라도 새 창고들이 늘면서 전자상거래 산업 전반에 걸쳐 고용인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사이 점포를 갖고 장사하는 소매업체들 가운데 전자상거래의 맹공격을 받고 문을 닫는 곳이 생기면서 일자리가 줄어 왔다. 한국에도 진출해 있는 미국 장난감 체인 토이즈러스, 미국의 전자기기 소매 체인점이며 북아메리카, 유럽,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에 걸쳐 영업하는 라디오섹, 미국의 신발 할인판매 체인점 페이리스 슈소스 같은 이름 있는 체인점들이 올해 모두 파산을 신청했다. 미국의 1600만 소매업체 종사자들에게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할 것이라는 공포가 광범하게 퍼져 있다. 계산원이 따로 없이 고객이 스스로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무인 판매 점포들은 이론적으로 수백 만 개의 소매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소매업 초토화에 관한 걱정은 더 중요한 추세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우리가 이전에 스스로 하던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시킴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를 실제로 이끈다.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과거 그들이 직접 했던 일, 즉 걷거나 자동차를 몰아 대형마트를 직접 방문해 물건을 고르고 그것을 계산대로 가져가 값을 치른 뒤 집으로 가져오는 일을 전부 남에게 시킨다. 인터넷에 들어가 클릭을 몇 번 하고 나면 이제 온라인 쇼핑 업체의 창고 직원과 택배기사가 그 일을 대신한다. 사람들은 쇼핑에 이전보다 시간을 훨씬 덜 소비한다. 연구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의 연구팀은 정부 자료를 분석한 끝에 직업여성이 10년 전보다 현재 쇼핑에 연간 25시간을 덜 소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은 거의 전적으로 전자상거래 덕분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일반 가정들은 아기 돌보기나 집안 청소하기를 남들에게 오랫동안 돈을 주고 시켜온 것과 꼭 마찬가지로, 이제 갈수록 쇼핑을 전자상거래 직원들이 대신 더 많이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어떤 경우든 일자리가 새로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소매 부문의 파산과 점포 폐쇄가 전체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점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반면,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온라인 쇼핑에서 새로 생겨나고 있다. 
공공정책을 주로 연구하는 비영리 싱크탱크인 ‘진보정책연구소’의 경제학자 마이클 맨델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자상거래와 창고 관리 일자리가 미국에서 40만 개 증가했다. 이런 새 일자리는 같은 기간 사라진 전통 소매업 일자리 14만 개를 벌충하고도 남는다. 미국 최대 온라인쇼핑 업체 아마존이 이처럼 새로 생긴 일자리의 많은 부분을 창출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동시에 업무 자동화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2014년 이래 아마존은 전 세계 창고 25곳에 로봇 10만 대를 투입해 왔다. 이와 동시에 이 회사는 같은 기간 시간제 노동자를 4만5000명에서 12만5000명으로 늘렸다. 독일은행 도이체방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사용으로 아마존은 창고 운영비를 약 20% 절감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아마존은 새 시설을 짓고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해 왔다. 맨델은 그것이 100년 전 발생했던 것과 많이 닮았다고 지적한다. 100년 전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자동화의 초기 형태인 조립라인을 설치함으로써 자동차 가격을 낮췄고, 그 바람에 자동차 수요가 커져 포드는 더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하게 됐다. 로봇은 지난 20~30년 동안 많은 제조업 노동자들을 대체함으로써 공장들이 더 적은 직원을 가지고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와 창고관리는 제조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것이 자동화의 일자리 관련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결정적인 차이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판매는 점포 소매판매보다 대략 다섯 배 빠르게 늘고 있다. 2022년이 되면 전자상거래 판매가 모든 소매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3%에서 1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자상거래 확산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속설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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