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김문수 의원 비롯 한나라당 발끈 초강력 대응 결의“노대통령을 반드시 주변비리 국정조사 증인으로 세울터”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13일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4개 언론사를 상대로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현직 대통령이 현직 의원과 언론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헌정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청와대측은 “개인으로서 최소한의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원칙 고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이 파문의 당사자였던 이기명씨도 별도로 소송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김문수 의원은 ‘탄핵 검토’를 시사하는 등 초강력 대응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과 관련한 또다른 X파일이 조만간 터질 것이라는 소리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소송을 제기한 다음날(14일)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의장은 노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이날 오전 최병렬 대표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주요 당직자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모두 나서 노 대통령에 대한 총공세를 펼쳤다.홍사덕 총무는 “이승만 전대통령은 70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치고도 헌법위반과 부정선거 때문에 40여년 전에 국민이 퇴진시킨 바 있다”며 “대한민국에 어떤 이바지도 하지 않은 노 대통령이 언론탄압과 헌법유린에 나섰는가 하면 실정이 국민이 이해하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이강두 정책위의장은 “노 대통령은 정치를 망치로 만들고 대언론 선전포고하면서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꼬았고, 박주천 사무총장도 “지난 총선때 돈을 원도 없이 썼다고 한 노 대통령은 석고대죄해야 할 판에 30억원 손배소송을 냈다”고 비야냥거렸다.

김영선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대통령은 국민의 생사와 복지를 위해 국정에 전념할 의무가 있어 헌법에 면책특권을 허용한 것인데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자유를 말살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포기하고 수사기관에 스스로 출두해 자신의 비리를 밝히라”고 주장했다. 소송을 당한 김문수 의원은 더욱 발끈하며 독설을 쏟아냈다.김 의원은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내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노 대통령을 “염치와 양식, 분별력이 없고 뻔뻔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등 감정섞인 ‘독설’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재산과 관련해서는 할말이 많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 드러났기 때문에 검찰도 지난 6월에 민주당이 나를 상대로 제기한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면서 “누가 누구를 고소하고 심판한다는 말이냐”고 울분을 토했다.또 “돼지저금통 사기극과 민주당 권노갑 전고문의 비자금 등이 대선전에 밝혀졌다면 과연 노 대통령이 저기에 있겠느냐”며 “대선과정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김 의원은 “제가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진리가 죽더라도 영원히 죽는 것은 아니라는 각오하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탄에 빠진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굳건하게 나가자”며 당내 결속과 단합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특히 회의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의혹 제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려고 하니 나도 방어차원에서 싸움을 안할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제보할 것이다. 새로운 의혹이 드러날 수 있다. 긁어 부스럼 일으키니 부스럼이 또 일어날 것이다. 노 대통령을 반드시 대통령 주변 비리의혹 국정조사 증인으로 세우겠다. 노 대통령은 민사소송의 당사자인 만큼 반드시 법정에 출두해 나와 진실을 놓고 겨뤄야 한다”고 답했다.노 대통령 등에 대한 반소 제기 여부와 관련해서는 “법률가들은 하라고 권하고 있다. 검토해 볼 생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그동안 제기한 의혹이 전부 사실이라고 자신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 지난 대선때 많은 제보가 들어왔고,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민주당이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한데 대해 검찰이 지난 6월 무혐의 처분을 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한편 한나라당도 이날 당사 10층 대강당에서 최 대표 주재로 ‘노무현정권 불법선거자금 및 야당·언론탄압 대책회의’를 갖고 후속대응책을 논의했다. 또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전원은 결의문을 내고 노 대통령에게 소송 즉각 철회와 사과, 국정쇄신책 제시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노 대통령의 소송 제기 파문이 청와대와 한나라당간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동안 잠잠했던 노 대통령과 그 주변인사 비리 의혹이 또다시 정국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아졌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양측간 감정대립이 심화될 경우 노 대통령과 관련된 또다른 X파일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집권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토지 소유 문제 △장수천 특혜 의혹 △이기명씨 소유 용인 토지 처분 및 활용 문제 △형 건평씨 소유 거제국립공원내 토지 특혜 의혹 △대선자금 유용 문제 등 크고작은 구설수에 시달렸다.이러한 의혹 제기 선봉장은 단연 김문수 의원이었고, 일부 언론사들은 이러한 의혹을 사실확인 절차 없이 연일 대서특필했다.노 대통령이 김 의원과 조선-동아-중앙-한국일보 등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법무법인 덕수를 통해 낸 소장을 통해 이러한 의혹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노 대통령의 승소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선 김 의원의 경우 이미 비슷한 고소사건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은 상태고, 해당 언론사의 경우에도 악의나 중대한 과실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지만 이들 언론이 의심할만한 정황을 근거로 기사를 썼다면 노 대통령의 승소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거 아니냐”는 반응이 더 많다. 특히 이 문제가 거대야당인 한나라당과의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국정운영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긁어 부스럼 일으키니 부스럼이 또 일어날 것”이라는 김 의원의 말처럼 노 대통령의 소송 제기가 새로운 의혹을 양산,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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