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참고 참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현재권력과 전면전을 선언했다. 전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로 MB정권 시절 ‘사이버댓글 정치 관여 개입건’으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구속되자 작심한 듯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적폐 청산’을 전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야당 내 친MB계도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1000만 불(한화 100억가량)이 북한에 정상회담 사례금으로 건네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빚 청산을 위해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받은 3억 원에 대해서도 ‘청와대 특별활동비’로 의심하면서 대대적인 공세를 하고 있다. 참여정부 이후 정권 교체를 이룬 이명박 정부가 9년간 꼭꼭 숨겨뒀던 ‘판도라 상자’를 열 지 정치권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진석·한국당→MB 1차→MB 2차 반격→주광덕·장제원
- MB계, 盧 ‘특활비 판도라’ 상자 開函(개함) 임박 ‘예고’

 
문재인 정권은 전 정권뿐만 아니라 전전 정권까지 ‘적폐청산’을 무기로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 이미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권 수뇌부까지 압박하면서 전현 정권 간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최초 반격은 이명박 정권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친이(이명박)계 정진석 의원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다. 정 의원은 9월20일 페이스북을 통해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하고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공세의 불씨를 지폈다.
 
같은 달 27일에는 그는 “적폐 청산 미명 하에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고 이명박 대통령을 감옥에 넣어서 보수우파의 씨를 말리겠다는 속셈”이라고 반격했다. 다음날인 28일에는 이 전 대통령 역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MB는 이례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적폐 청산은 국익을 해치고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며 “때가 되면 국민께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경고했다.
 
“김관진 구속, 못 참겠다” 전면전 준비하는 MB계
 

10월25일에는 자유한국당 내 친이계가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치보복특위의 친이계 김성태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640만 달러(약 70억 원) 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 권 여사를 비롯해 아들 노건호, 딸 노정연, 조카사위 연철호 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및 형법상 뇌물 혐의를 들었다.
 
11월11일에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군 사이버사 댓글부대 활동관련 “MB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통해 ‘정치관여혐의’로 구속되자 MB와 친이계는 끝내 폭발했다. 김 전 장관의 구속은 곧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이 금명간 이뤄질 것이라는 반증으로 받아들이면서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군 출신인 김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다 MB정권 시절에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으로 국방부 장관으로 긴급 투입되면서 북한이 제일 두려워하는 인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김 전 장관은 연평도에서 대대적인 포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당시 미군은 이에 반대했지만 김 전 장관은 청와대에 들어가 MB를 설득해 밀어붙였다. 북한 군부는 당시 “북이 도발하면 원점은 물론 지원·지휘 세력까지 타격하라”라는 김 전 장관의 기세에 눌려 포 사격에 반응하지 않았다. 또한 2013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김 장관은 국방부 장관을 계속 맡았다.
 
이에 북한 군부는 사격장 표적지에 김 전 장관 사진을 세웠다. 또한 군견으로 하여금 김 전 장관의 모형을 물어뜯는 훈련을 시키는가 하면 암살단을 보냈다는 협박 편지와 전단을 서울 시내에 뿌렸다. 2015년 8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때 북한 목함지뢰 사건이 터지자 김 전 장관은 대북 확성기 설치로 대응했다.
 
결국 북한 군부로 하여금 지뢰 설치가 자신들의 행위임을 인정하고 유감 표명을 이끌어 낸 쾌거를 거뒀다. 김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뿐만 아니라 북한 군부에서 가장 싫어하는 인물로 낙인찍히게 됐다.
 
이런 김 전 장관을 진보 정권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 명목하에 구속시키자 보수 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MB는 11월12일 김 전 장관이 구속된 직후 바레인으로 출국하기전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우리는 안보·외교 위기를 맞고 있다. 가운데 군조직이나 정보기관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김 전 장관을 간접적으로 옹호했다. 또한 김 전 장관으로부터 사이버사령부 활동을 보고받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식에 벗어난 질문이자 상식에 안 맞는다”고답했다.
 
MB와 ‘호형호재’하는 이재오 전 의원 또한 김 전 장관 진술 관련 “김 전 장관의 자백은 장관이 ‘연말연시가 대북 심리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서 인원을 더 늘려야겠다’ 이렇게 대통령에게 말하면 ‘그래. 주무 장관이 알아서 해라’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알아서 하라고 하면 주무 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대변했다.
 
결국 ‘참다 못한’ MB와 친이계는 참여정부 5년간 은밀하게 벌어진 ‘판도라 상자’를 서서히 열기 시작했다. 11월 15일에 친이계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2007년8월 한국 인질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잡혔을 때 국정원이 협상용으로 3000만 달러를 조성했고 테러단체에게 2000만 달러를 지급한 뒤 나머지 1000만 달러를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2007년 10월 초에 성사된 노무현-김정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지급했다는 말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는 국정원 전문 기자인 김당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 쓴 ‘시크릿 파일 국정원’이라는 책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참여정부의 뒤를 이른 MB정부가 ‘노무현 5년 X파일’을 꺼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정치권에서는 일고 있다.
 
이 책은 남북정상회담이 당초 2007년 8월 말에 2박3일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대규모 수해가 북측에서 발생해 연기되면서 김 전 장관이 조기 개최를 위해 ‘수해 위로 및 성의 표시’명목으로 건넨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 전 원장은 “탈레반에 건넸다는 2000만 달러는 노코켄트. 하지만 북한에 1000만 달러 송금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MB측, ‘참여정부 청와대·국정원’ 특활비 ‘정조준’
 
아울러 친MB계인 장제원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 여사가 과거 검찰 조사에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3억 원을 받아 빚을 갚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며 “검찰이 당시 권 여사에게 들어간 3억 원의 실체를 밝힐 당시 문 대통령 비서실장과 권 여사에 대한 소환 일자를 조율하던 중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수사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의원은 “권양숙 여사에게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비자금으로 흘러들어 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대통령 일가의 생활비로 쓰인 전대미문의 적폐이자 농단 사건”이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처럼 MB와 친이계가 9년 만에 재집권한 문재인 정권의 날선 공세에 맞서 전면전을 준비하면서 향후 참여정부 내 민감한 ‘X파일’이 더 터질지 여권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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