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 강요 ‘특혜채용’ 논란 ‘장학금’ 부정 수급

‘근로’가 아닌 ‘교육’이라는 이유로 급여 받지 못해
 
건국대 “‘임상실습 참여 신청서’ 서명 받아 문제 없다”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가 연이어 구설에 오르고 있다. 건국대의 수익사업인 건국유업이 대리점에 8년간 ‘갑질’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난 지 불과 1달여도 지나지 않아 ‘열정페이 강요’ ‘장학금 부정수급’ 등의 문제 지적이 계속해서 일고 있다. 최근 건국대 동물병원이 대학원생 수의사들을 상대로 ‘열정페이’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병원 측은 ‘근로’가 아닌 ‘교육’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국대 동물병원이 대학원생들이 실제 진료에 참여하고 있으며 병원 매출의 40% 이상에 해당하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급여를 주지 않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건국대 일부 단과대학에서 8학기를 초과해 다니는 학생회장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다른 학생의 이름을 빌리는 편법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건국대가 시끄럽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5일 272개 가정 배달 대리점들에게 제품 구입을 강제한 건국유업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 원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을 결정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거듭되는 논란으로 건국대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2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건국대 동물병원에서 진료에 참여하는 대학원생들이 실습 명목으로 병원에서 주 40시간 넘게 일을 하면서도 급여를 받지 못한다. 이에 건국대 동물병원이 대학원생 수의사들을 상대로 ‘열정페이’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생이라는 이름 아래 ‘근로’가 아닌 ‘교육’이라는 이유로 급여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 된 것.
 
병원 측은 대학원생 수의사들은 학생 신분으로 부속동물병원에서 실습 경험을 했을 뿐 근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임상실습 참여 신청서’에 서명을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단독 보도한 언론사가 입수한 녹취록에 “신청서를 받지 않으면 나중에 노동을 했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는 병원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있어 ‘임상실습 참여 신청서’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서명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병원 측의 대학원생 수의사들이 진료 보조 실습을 하고 있어 ‘무급여’는 문제가 없다는 해명은 신뢰성이 낮다. 대학원생들이 진료를 직접 보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식 수의사로서 ‘치료종료 및 상담’ ‘약 처방’ ‘영상진단 소견’ ‘조직검사 이후 재진’ 등 진료 항목에 직접 서명한 진료서와 담당 교수의 현장 감독 없이 동물을 진료하는 사진 등이 언론에 알려지며 보조 역할과 실습을 넘어 실질적 진료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채 없이 채용
 
수의학과 대학원생들의 노동이 건국대 동물병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0원의 급여와 ‘장학금’ 명목 역시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도 못 되는 등 문제가 드러났다. 2학기 이상 학생들은 장학금 형태로 월 60만 원을 지급 받지만 30일 기준 하루 2만 원의 일당으로 올해 최저시급(6470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현재 건국대 부속동물병원에 근무하는 수의사는 총 71명으로 그 중 45명이 대학원생이다. 지난 9월 한 달간 ‘담당자별 매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학기 이상 대학원생 30여 명이 올린 매출은 1억1000여만 원으로 총 매출의 40% 이상에 달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해당 학생들이 면허증을 획득한 수의사이므로 단순한 실습생으로 실습 또는 인턴의 작업이 매출 혹은 이익에 반영됐다면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당 논란으로 지난 8월 수의과대학 교수 29명 중 18명이 ‘구시대적인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서 냈다. 그러나 한 수의과대학 교수는 건국대 총장은 이에 대해 묵묵부답이었으며, 성명을 낸 교수들에 대한 감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 ‘열정페이’ 논란에 이어 건국대 동물병원장이 지난 8월 부임하면서 특정 수의사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물병원 내규에 따라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진료진을 뽑아야 하지만 해당 시기에 별도의 채용 공고 없이 수의사가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병원장은 특혜 의혹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학칙 위반 사례
 
건국대 부속동물병원 ‘열정페이’ 강요 주장에 이어 지난 14일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됐다. 건국대 일부 단과대학에서 8학기를 초과해 다니는 학생회장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다른 학생의 이름을 빌리는 편법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건국대는 단과대 학생회장과 부회장에게 등록금 일부를 학생회 장학금(공로장학금) 형태로 지원한다. 해당 장학금을 신청하려면 1∼8학기 재학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하지만 8학기를 초과한 일부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같은 과 후배나 학생회 소속 국장 등의 이름을 빌려 장학금을 신청하고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1~8학기 재학생으로 장학금 신청 조건을 제한한 학칙을 위반한 것.
 
해당 문제를 조사 중인 건국대에 따르면 A학부 학생회장은 같은 과 후배 이름으로 장학금을 신청한 뒤 계좌이 체로 돈을 건네받았다. B대학 학생회장은 부학생회장을 회장으로, 학생회 소속 국장을 부회장으로 명단을 작성해 장학금을 신청해 수령했다. 이에 건국대는 전수조사 후 부정수급 정황이 발견된다면 전액 환수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측이 장학금 신청 학생과 실제 수령 학생이 동일인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건국대의 책임 회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계속된 논란에 대해 건국대학교 관계자는 “대학원생들이 공부할 공간도 마련됐고 진료도 하고 공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공부하는 시간까지 다 포함해서 노동으로 보기에는 일방적인 얘기지 않냐는 의견이 있다”며 “서약서를 쓴 것은 맞지만 강제적으로 하지 않았고 실습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앞으로 도움이 많이 돼 자발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무급 논란에 대해서 “법제화가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건국대 동물병원장이 그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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