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10년 만에 JSA로 귀순해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13일 북한 군인(이하 북한군) 1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하 JSA) 북측 초소에서 귀순했다. 귀순 과정에서 귀순 병사의 지프 돌진, 북한군 추격조의 총탄세례, 한국군의 전투기 급파 등 영화 같은 소식이 들려오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귀순 병사는 응급조치를 마쳤지만 위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프 돌진’, ‘북한군 추격조 총탄세례’, ‘한국군 전투기 급파’까지 긴박한 순간
유엔사, 26초 핵심 영상 비공개···귀순 병사 응급조치 마쳤으나 생명 위태로워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3일 북한군 1명이 판문점 JSA 북측 초소에서 귀순했다고 밝혔다. 북한군 병사는 귀순 과정에서 팔꿈치, 어깨 등에 총상을 입어 유엔사령부 헬기로 긴급 후송됐다.

합참은 이날 “13일 오후 JSA 지역 북측 판문각 전방에 위치한 북한군 초소에서 한국 측 자유의 집 방향으로 북한군 1명이 귀순해 한국군이 신병을 확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합참은 또 “귀순한 북한군은 귀순 당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부상한 상태로 긴급 후송 중”이라며 “한국군은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군은 이날 JSA 북측에서 수발의 총성을 듣고 경계태세를 강화하던 중 오후 3시 31분경 군사분계선(이하 MDL) 남측으로 50m 떨어진 지점에서 총격을 받고 쓰러진 북한군 병사 1명을 발견했다. 당시 귀순 병사는 비무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한국 공군 전투기들이 JSA 관할부대(육군 1군단) 상공으로 긴급 전개 및 추가 출격태세에 돌입하고 포병의 화력 대기태세도 최고 수준으로 격상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MDL을 넘는 북한군의 귀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JSA 지역을 통한 북한군 귀순은 지난 2007년 9월 6일 병사 귀순 이후 10년 만이다.

군 당국은 다음날인 14일 판문점 JSA에서 북한군이 권총과 AK 소총으로 귀순 북한군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국군도 소총으로 무장하고 증원 병력을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정한 아군 지역 피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쏜 화기가 권총과 AK 소총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송 국방장관은 전체회의에서 북한군의 사격으로 MDL 남측 지역이 피탄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당시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3시 14분경 북한군 3명이 판문각 앞 도로 북쪽지역에 있는 북한 초소에서 신속히 뛰어가는 것이 폐쇄회로(이하 CCTV)에 찍혔다.

오후 3시 15분경 귀순 북한군이 군용 지프차를 몰고 귀순하는 과정에서 MDL에서 북쪽으로 약 10m 떨어진 지점의 배수로 턱에 바퀴가 빠지자 차에서 내려 MDL 남쪽을 향해 달렸다. 이때 북한군 추격조 4명이 권총과 소총으로 40여발의 총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발사된 총기나 탄환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유엔사령부(이하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정확히 파악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JSA에서 소총 휴대는 정전협정 위반 사항으로 알려졌다.

또 군은 당시 차량이 ‘쿵’하는 소리와 총성을 듣고 누군가 순간적으로 북측 초소에서 빠르게 남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 후, 즉시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상황보고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초병들은 한국군 초소와 북한 초소 사이에 숲이 가려져 차량을 육안으로 할 수는 없었고 귀순 북한군도 나무에 가려져 순간적으로만 목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오후 3시 31분경 자유의 집 서쪽에 쓰러진 귀순자를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열상탐지장비(TOD)로 최초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군이 소총으로 먼저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사격한 만큼 한국 측의 대응에도 문제가 지적됐다. 당시 군은 북한에 대해 대응사격 등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준비할 상황이 되면 통상은 ‘귀순자 유도 작전’을 하는데 순식간에 북한군 1명이 달려들고 총성이 나는 상황에서 유도하고 엄호하겠다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위험성과 위해행위 가능성을 보고하고 전투준비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상황이 급박하고 차량 소리나 총성이 난 곳이 숲 등에 가려져 남쪽으로 사격을 한 여부 등도 확인이 어려운 만큼 즉시 대응사격은 어려웠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또 군 관계자는 “JSA가 유엔사 책임 지역이기 때문에 작전권한은 유엔사령관에게 있다”며 “JSA 대대의 사격이나 대응은 모두 유엔사 통제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26초 핵심 영상
공개 무산

 
유엔사가 26초짜리 CCTV 영상을 공개한다고 예고해 정확한 귀순 정황 등 핵심적인 역할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 16일 CCTV 영상 공개가 무산됐다.

이날 유엔사가 공개 예정이었던 영상은 귀순한 북한군과 북한군 추격조 등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정확한 귀순 정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북한군 추격조가 MDL을 넘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빠진 26초짜리 영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엔사는 북한군 추격조가 MDL 인근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부분이 빠질 경우, 북한의 MDL 침범을 감추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여러 지적을 받아들여 영상 공개 직전 긴급하게 비공개로 전환하고 곧바로 논의에 들어갔다. 정황을 파악하기에 동영상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유엔사 관계자는 결국 이날 오후 국방부에서 다시 기자들과 만나 “유엔사 내에서 의견 조율이 더 필요하다”며 동영상 비공개 결정을 알려왔다.

이날 공개하려고 했던 26초 영상에는 ‘귀순한 북한군이 타고 온 군용 지프차 바퀴가 배수로에 빠지는 장면과 북한군이 이를 추격해 다가가는 장면’, ‘사격하는 장면’, ‘귀순한 북한군이 MDL을 넘어왔을 때 뛰어오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유엔사의 영상이 아닌 JSA 내 CCTV 영상 내용을 볼 때 북한군 추격조가 MDL을 침범했고 MDL 이남으로 총탄이 날아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윈회가 공식 조사를 거쳐 정전협정 위반이 최종 확인되면 북한에 엄중히 항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 유엔사의 CCTV 영상은 유엔사의 관련 조사가 완료된 이후에나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귀순한 북한군은 UH-60 헬기를 이용해 후송 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 도착해서 1차 수술을 마쳤다. 그러나 북한군은 1차 수술을 마친 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 열흘은 지켜봐야 한다고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교수는 지난 16일 전한 바 있다.

의료진은 병사의 활력 징후나 복부 봉합 부위 등을 지켜본 뒤 상태가 나아지면 진정제 투여를 중단하고 호흡 장치도 제거할 계획이다. 의료진은 1‧2차 수술을 통해 심각했던 내장 부위에 응급조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의료진은 양팔과 다리 부위에 있는 총상과 부서진 골반 등은 정형외과‧성형외과 수술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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