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신동빈·이장석 등 재판정에 설 거물급 총수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계는 각종 재판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2심 선고부터 경영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심, 횡령 혐의 이장석 넥센 대표 1심 선고,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혼외자와 이재현 CJ그룹 회장 간 유산 다툼까지 잇따라 있다. 일요서울은 다음달로 예정돼 있는 재계의 재판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사기, 배임·횡령, 유산상속 등 각양각색 법원행 
재판 결과 따라 그룹 경영·지배 구조 변화 가능성


재계 1위, 삼성그룹 수장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은 일명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도 밀접해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2심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올해 안에 선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2심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이 뇌물 혐의 유죄 판단을 뒤집을 수 있을지가 쟁점이다. 검찰은 경영승계 관련 부정한 청탁의 존부를 비롯해 승마 지원 경위, 미르·K스포츠 재단 및 영재센터 지원 경위 등을 따지고 있다.

검찰과 삼성의 논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는 점은 변수로 볼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재영)는 지난 14일 문 전 장관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삼성 합병 결정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점을 인정한 셈이다.

재판 진행 속도를 볼 때 이 부회장 2심은 연내 선고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2심에서 채택된 증인은 모두 6명, 1심에서 많은 신문이 이뤄진 만큼 필요한 증인만 부른다. 6명의 증인 중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법정에 나올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형제간 분쟁과 경영 비리로 물들어 있는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재판도 세간의 주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구형을 받은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총수 일가를 비롯해 실세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만큼 롯데그룹의 미래가 걸린 재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경영 비리 혐의의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해 각각 징역 10년과 5년을 구형했다. 형제인 두 사람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고, 신 회장이 실형을 받을 경우 그룹 경영은 물론 지배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에게는 징역 7년,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황각규 경영혁신실장과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도 각각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총수 일가의 범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며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총수 일가가 장기간에 걸쳐 상상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기업을 사유화한 전모가 드러났고 유례없는 대규모 증여세 포탈과 배임·횡령을 확인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선고기일은 오는 12월 22일. 때문에 롯데그룹은 숨을 죽이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나 이들이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그룹 경영과 주요 현안인 지배구조 개선 등에 차질이 생기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앞선 사례인 삼성이나 롯데와 분야는 다르지만 CJ그룹 가문의 재산을 둘러싸고 2년여를 끌어온 상속 다툼도 12월, 일단락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다음달 21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민사합의 11부(신헌석 부장판사)는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이자 이재현 CJ 회장 삼남매의 이복동생 A씨가 제기한 유류분(遺留分) 반환 청구 소송 최종 변론기일을 지난 9일 진행했다. 해당 소송은 A씨가 삼남매와 고 이 명예회장 부인 손복남 고문을 상대로 2억100원을 청구하며 2015년 10월 제기한 것이다.

A씨 측 주장은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재산이 이 명예회장을 거쳐 이재현 회장에게 갔으니 자신의 상속분을 달라는 것이다. CJ그룹은 창업주의 실명 재산이 이 명예회장이 아닌 손 고문에게 상속돼 A씨와 관계가 없고, 차명재산은 A씨가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이 명예회장은 한 여배우와 동거 끝에 1964년 A씨를 낳았다. 2004년 A씨는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냈고, DNA 검사 끝에 대법원은 2006년 그를 이 명예회장의 친자로 인정했다.

한편 지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회사에 수백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징역 8년의 중형을 구형받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횡령과 사기 혐의로 인해 검찰로부터 징역 8년을 구형받은 넥센 히어로즈의 구단주 이장석 대표의 선고공판도 각각 다음달 7일과 8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의 심리로 지난 6일 열린 이장석 대표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8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남궁종환 부사장에게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9일 열린 남 전 사장의 결심 공판에서검찰은 “남 전 사장에게 징역 8년과 추징금 23억7857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밝혔다. 남 전 사장의 측근으로 함께 기소된 정병주 전 삼우중공업 대표는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대우조선에는 현재까지 총 20조 원의 국책자금이 투입됐기에 그 범죄의 피해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그런데도 남 전 사장은 대우조선을 사유화하고 그 대가로 부정이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과 주주, 동업자 또는 자신이 이끄는 기업에 각종 잘못을 했다는 혐의를 받거나 재산 때문에 가족끼리 다툼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맞게 될 12월은 어떤 운명일지 지켜보는 것이 올해 재계의 마지막 이야깃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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