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됐다. 국정원 수사팀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 2010부터 2014년까지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연제욱 전 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 등에게 지시해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내용의 사이버 정치 관여 활동을 한 혐의(군형법상 정치 관여 등)를 받고 있다. 한때는 김정일‧김정은이 가장 싫어한 장관이자 문무(文武)를 갖춘 군인이라는 평을 받았으나 이젠 ‘떨어진 별’로 전락해 버렸다는 씁쓸한 우스갯소리가 들려온다. 일요서울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관해 알아봤다.

북한군, 훈련 시 ‘김관진놈’이라 부르며 목표물에 사진 붙이기도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방장관이자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장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전라북도 임실 출신으로 전주북중학교와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2년 육군사관학교 제28기로 임관해 합동참모의장까지 지냈다. 그는 지난 2008년 예비역 대장으로 전역했다.

이후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인해 전임 김태영 장관이 국방부 장관직을 사임하자 26일 후임 장관으로 내정됐으며 12월 4일 정식으로 대한민국 제43대 국방부장관에 임명됐다. 또 2014년 6월 1일 전임인 김장수 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후보자로 내정된 뒤 취임했다. 김 전 장관의 이임 후 국방장관직은 한민구 전 합참의장이 맡게 됐다.
 
육사 생도 시절
서독 육사행

 
김 전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학업 성적이 우수해 육사 기수 중 1명만 선발하는 서독 유학 시험에 합격했다. 한국에서 1학년을 마친 후 서독 육사에 가서 졸업까지 하고 왔다. 당시 그가 수학했던 1969년 뮌헨의 서독 육사는 한국과 비슷한 처지의 국가 출신 생도들이 유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한 달에 60달러로 생활해야 했던 당시 김관진 생도는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 된 식당에서 식사 한 번 못 해봤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 전 장관은 독일 육사가 학사 학위를 주지 않은 탓에 한동안 학력이 고졸로 처리됐다가 나중에야 학력이 인정됐다고 한다.

이후 1972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32사단 수색중대에서 소대장과 12사단 52연대 전투지원중대에서 소대장을 지냈다. 101학군단에서 교관을 지낸 후 서독 전투병과 학교에서 고군반을 이수했다. 귀국 후 수방사에서 203차량화보병대대 3중대장을 지내고 보병학교 전술학처 전술교관을 거쳤다.

영관 시절 육군대학 정규 과정을 이수했으며 대통령경호실 경호요원으로 파견근무를 했다. 이후 15사단 50연대 2대대장을 지내고 동사단에서 작전참모를 지냈다. 육본 작전참모부 군사대책계획총괄장교를 지냈으며 국방대 안보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국방부 818기획단 법규과장을 지냈다.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에서 26기계화보병여단장을 지냈다. 이후 합참 전략기획본부 군사전력과정과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김 전 장관은 장군으로 진급한 후 7사단 작전부사단장을 거쳐 교육사 전투개발부 차장을 지냈다. 이후 준장 요직인 육군참모총장 비서실장과 육본 전력기획참모부 전략기획처장을 지냈다. 소장으로 진급하여 제35향토보병사단장과 육본 기획관리참모부장을 지냈다. 중장으로 진급하여 제2군단장과 중장요직인 합참 작전본부장을 역임했다.

군단장 시절 2003년 10월 1일에 열린 국군의 날 제55주년 기념행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보국훈장을 받았다. 작전본부장 시절 이라크 파병을 총괄했는데, 상당히 중요한 보직이라 이때부터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꽤 높아졌다. 2004년 세간을 뒤흔든 김선일 씨 사건 당시 이라크 파병과 부대 경계 회의 등에 참여했다. 10월 14일에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가서 동해안에서 잠수함 추정 물체 출현 첩보에 대해 보고했다.

이후 대장으로 진급하여 제3야전군사령관에 임명됐다. 이후 강원도 명예 도민으로 선정됐다. 이 밖에 지난 2005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이툰 방문을 다룬 ‘대통령님,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에 저자로 참여했다. 2006년 군 최고 서열인 합동참모의장이 됐다.

천안함 사건 이후 김태영 국방장관의 뒤를 이어 국방장관이 됐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 인사를 불신하며 여러 국방장관 후보자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한 인사가 김 전 장관을 추천했고 그와의 대면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 집무실에
북한 지도부 사진, 왜?

 
지난 2013년 3월 22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 내정했던 후임 국방장관 후보자 김병관 예비역 대장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비리가 드러나 자진 사퇴했다. 이로써 김 전 장관이 유임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방부 장관이자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으로서 국방 업무를 계속 총괄하게 됐다.

북한에서는 김 전 장관을 ‘김관진놈’이라고 부르며, 훈련 때 목표물에 김 전 장관의 사진이나 그림을 붙여놓고 훈련한다고 알려진 바 있다.

과거 김 전 장관의 집무실 의자 뒤편 벽에는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사진과 함께 인민무력부장 김영춘, 군사보좌관 김격식 등 북한군 수뇌부의 사진이 A4용지 크기로 걸려 있었다고 한다.

한국의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북한의 인민무력부장 김영춘은 2000년대 중반 후계자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의 군내 우상화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또 김격식은 지난 2005년 김 전 장관이 합참 작전본부장을 마치고 서울과 수도권 방어를 주 임무로 하는 3야전군사령관을 맡았을 때 반대편에서 서울과 경기 북부를 공격대상으로 하는 2군단을 지휘하고 있었다. 당시 군 관계자는 “당시 두 사람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꽤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장관이 합참의장이었을 때 김격식은 김영춘에 이어 군 총참모장(2007년 4월부터 2009년 2월)을 맡았다. 김격식은 이어 황해도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관할하는 4군단장으로 내려왔는데, ‘강등’이라기보다는 전권을 갖고 NLL을 무력화하라는 임무를 띠고 왔다는 게 우리 군의 분석이다. 대청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은 김격식이 주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지난 2010년 3월의 천안함 폭침은 그가 김영철 정찰총국장과 함께 일으킨 도발이라는 분석이 크다.

이렇듯 대남 도발에 많은 전과를 올려 김정일에게 상당한 총애를 받았으며 일찌감치 후계자인 김정은의 측근으로 분류돼 지난 2011년 9월 그의 군사보좌관으로 승격됐다. 이러한 적들의 사진이 장관의 집무실에 걸려 있다는 것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적이 장관의 등을 노려보고 있는 만큼 한시도 적을 잊어선 안 된다는 마음가짐일 것”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이후 사진은 김정은,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사진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김 전 장관 구속
좋아할 사람 김정은뿐”

 
김 전 장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된 당시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욕설 수준의 비난을 해댔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하나의 기만극’이라는 논평을 통해 김 전 장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임명으로 한반도 정세가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통신은 “현실은 남조선에 김관진과 같은 악질 대결 광신자들이 있는 한 북남관계가 민족의 기대에 맞게 개선될 수 없으며 조선반도의 정세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면서 “박근혜(전 대통령)는 극악무도한 대결광신자를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지명한 것으로 하여 초래되는 모든 후과(결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통신은 김 전 장관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특급 범죄자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친미사대 매국노’ ‘민족반역자’ ‘대결광신자’라는 비난을 일삼았다.

이 같은 김정은 정권의 비난에 일각에서는 “북한은 겁먹을 때마다 협박성 발언을 내놓는다”면서 김 전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한 것이 ‘올바른 인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군 사이버사를 통한 정치 개입 혐의로 구속된 김 전 장관에 대해 “유·무죄 여부를 떠나 정권 차원에서 우파 궤멸이란 전략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대 숙청작업을 벌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용기 원내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군‧검찰‧국정원 등 기관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켰던 사람들에 대한 숙청이 자행되는 것은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서 우려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비판에 나섰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원내대표는 “일각에서는 김 전 장관, 전직 국정원장들이 감옥에 가고 국정원과 사이버 부대들이 무력화되면 박수 치고 좋아할 사람은 김정은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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