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춤 강요”…임금체불·다단계 가입 종용도

▲ <홈페이지 캡쳐 화면>
최근 성심병원이 여론의 십자포화 속에 놓였다. 병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면서다. 이 병원 간호사들이 재단 행사에서 선정적인 복장을 입고 춤을 출 것을 강요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게 도화선이 됐다. 재단 측은 계속해서 불거지는 의혹들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공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림성심병원 등 5개 일송재단 소속 병원들은 매년 개최되는 재단 체육대회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체육대회 때 장기자랑에서 간호사들은 짧은 치마 또는 바지, 나시를 입고 춤을 춘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장기자랑을 시키고 야한 옷에 섹시한 표정을 지으라는 둥 제정신이 아니다’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 행태를 저지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갑질과 성 상품화, 노동 착취까지 아우른 종합적인 만행”이라고 꼬집었다.
 
대학생 배모(22·여)씨는 “간호사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은데 다들 좌절감을 느끼고 있더라”고 전하면서 “해당 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로 간호사에 대한 처우문제를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간호사협회는 한림대 성심병원의 간호사 장기자랑 강요 논란과 관련,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협회는 지난 13일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원치 않는 병원 장기자랑 행사에 간호사가 강제 동원되고 선정적인 옷차림까지 강요받은 것은 지금까지 가져왔던 모든 간호사의 소명의식과 자긍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중대한 사건”이라고 성토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미 고용부가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내사 중인 가운데 간호사들의 노출 의상과 장기자랑의 강제성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에 나선 것이다.
 
논란 직후 강동성심병원이 지난 3년간 240억 원의 임금을 체불해 서울동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실이 주목을 받았다. 다년간 조기출근을 강요하고도 시간외수당을 미지급하고 일부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미만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강동성심병원 근로감독 경과 및 결과’에 따르면 강동성심병원에서는 2015년부터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등 총 24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진정 사건이 발생해 동부지청으로부터 올해 4월 근로감독을 받았다.
 
그 결과 ▲간호조무사 등에게 최저임금미만 임금 지급 (164명·2억 원) ▲조기출근 따른 시간외수당 미지급 (1726명·110억 원) ▲상여금의 통상임금 미반영에 따른 연장수당 등 제반수당 부족 지급 (1726명·128억 원) 등의 노동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다단계 가입 강요 논란도 있다. 노컷뉴스는 최근 관리자급 수간호사가 병동 간호사들에게 다단계 가입과 물품구매를 강요했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따돌림 등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림대의료원 산하 한강성심병원 간호사 A씨가 지난 2015년 수간호사 B씨에게 물품구매 인터넷사이트를 소개받았는데, 이는 사실상 ‘다단계 사이트’였다고 한다.
 
이 사이트의 최초 가입비는 30만 원. 가입하면 사이트 내에 자신만의 페이지가 생기는데, 이후 해당 페이지에 자신이 직접 물품구매 링크를 걸고 물건을 홍보‧판매하는 다단계 구조였던 것이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포함한 병동 내 후배 간호사들에게 이 사이트를 소개해준 뒤 가입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30만 원에 부담을 느낀 간호사들은 보다 저렴한 준회원으로 가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가입 시 ‘추천인’에는 B시의 이름을 등록했는데, 추천인으로 등록되면 가입비의 일부가 추천인에게 떨어질 뿐 아니라 등급 상승으로 물품판매의 마진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B씨의 제안을 거부하면 보복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A씨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입 거부 시 해당 간호사에겐 일종의 따돌림이 뒤따랐다. 회식과 모임이 있을 경우 일정‧장소 등을 알리지 않거나 최대한 늦게 알려주는 식으로 보복했다”고 밝혔다.
 
일송재단 측은 “사실내용을 파악해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현재 해당병원을 상대로 확인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재단 체육행사에 간호사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선정적인 춤까지 요구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데다 임금체불로도 홍역을 앓고 있는 성심병원의 조직 내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윤대원 일송학원 이사장은 공식사과문을 내면서 사태수습에 나섰다. 윤 이사장은 “논란이 된 모든 사안에 대해 더는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뒤늦은 대응’,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여전히 등을 돌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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