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물갈이’ 공론화로 소장-중진 정면 충돌양상여권도 정치권 주류 교체 겨냥한 ‘세대혁명론’으로 맞불총선정국 최대 이슈 예고 … 신-구갈등 불가피 최근 여의도 정가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이른바 ‘총선 물갈이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물갈이론’은 과거 총선정국 때도 ‘세대교체’ ‘젊은피 수혈’ 등을 명분으로 정치권이 활용했던 단골 메뉴. 물갈이론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젊은 세력들이 이러한 물갈이론 확산에 앞장서고 있고, 여야 소장파 의원들도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에선 벌써부터 소장파와 중진파간의 정면 충돌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

또 각 지역별 정치개혁추진위원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정치신인들도 ‘세대교체’ 등을 명분으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물갈이’를 주창하고 있어 파문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총선 물갈이론’ 공론화에 불을 지핀 장본인은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대표 특보단장인 안 의원은 지난 14일 “재창당 수준의 개혁이 이뤄지려면 내년 총선에 나갈 주자들 가운데 절반은 바뀌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물갈이론’을 공식 제기했다.안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당내 개혁·소장파들은 적극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중진·보수파들은 ‘좌파적 사고’라며 연령을 기준으로 한 인위적인 물갈이론을 경계했다.또 안 의원의 ‘물갈이론’ 주장이 최병렬 대표와의 사전 교감속에 제기됐는지 여부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중진·보수파들은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들이 최 대표 측과 암묵적인 교감 아래 내년 총선 공천에서 중진들을 대폭 교체하려는 의도하에 물갈이론을 주창하고 있다는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표 경선 당시 내년 “총선에서 패하면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최 대표가 총선 필승 전략 차원에서 ‘물갈이론’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게 이들 중진·보수파들의 관측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층인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로당’이라는 당 이미지 쇄신이 절실하고, 이를 위한 정지작업 차원에서 ‘물갈이론’을 들고 나왔을 것이란 시각. 최 대표와 소장파들간의 ‘물갈이론’ 교감 여부는 아직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최 대표가 당직 인선 과정에서 386세대 등 젊은 의원들을 대거 중용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교감 의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남경필(상임운영위원)·원희룡(기획위원장)·오세훈(상임운영위원 겸 청년위원장)·심재철(대외협력위원장)·박진-김영선(공동대변인)·임태희(대표비서실장)·이승철(운영위원)의원 등은 최 대표체제에서 약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386세대들이다.한 386세대 의원은 “내년 총선의 승패는 어느 정당이 더 시대흐름을 잘 파악하느냐에 달려있다”며 “공천 방법을 결정짓게 될 10∼11월에는 대대적인 물갈이 전쟁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이처럼 최 대표가 386세대 등 소장파들을 당직에 대거 중용하자 중진들은 겉으론 태연한척 하지만 내심 긴장감과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관련 일부 중진들은 “경륜이 일천한 초선들을 데리고 어디 잘 하나 보자”며 당직 인선을 폄하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진들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어닥칠 ‘물갈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진들은 특히 최 대표가 지난달 14일 소장파 ‘쇄신모임’이 개최한 상향식 공천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최 대표는 “계파를 초월한 중립적 당내인사 10명과 비정부기구 시민사회단체 등의 외부인사 10명으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 후보를 3배수 정도로 압축한 뒤 지구당 경선에 부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상향식공천 의사를 피력했다.최 대표는 또 공천심사위의 사전심사와 관련, “나를 포함해 출마하려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이력도 보고 10분씩 연설도 시켜보고 집중 인터뷰 등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중진들은 “공천과 관련한 제도는 운영위원회 결정사항이지 최 대표의 권한이 아니다”며 최 대표와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김윤환·이기택씨 등 거물급들을 대거 탈락시킨 지난 2000년 4·13 총선 공천 물갈이 파문이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또다시 불어닥칠지 한나라당 주변은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민주당 등 여권 내부에서도 ‘물갈이론’은 초미의 관심사다.민주당 일각에서는 나라종금 사건을 비롯한 굿모닝게이트, 현대비자금 사건 등과 관련해 한광옥·박지원·권노갑씨 등이 구속된 배경에는 구정치인 청산이라는 ‘세대교체론’ 기조가 깔려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또 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필승을 위해서는 확실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른바 ‘세대혁명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이러한 ‘세대혁명론’은 현재 민주당내 최대 이슈인 신당론에 밀려 아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신당론이 마무리되고 총선정국이 무르익으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세대혁명론은 주류세력 교체 등 대대적인 정치권 물갈이를 겨냥하고 있어 공론화될 경우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이와관련 노 대통령의 386사단 핵심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월간중앙> 8월호 인터뷰를 통해 “21세기 신주류론은 세대교체, 역사적 주역의 교체를 의미한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세대간 역할의 변화를 말한다”는 ‘세대혁명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청와대의 한 386핵심 참모도 “그동안 민주당과 청와대의 386참모 그룹 사이에서는 ‘세대혁명론’과 관련한 적지 않은 논의가 이뤄져 왔다”며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공직을 사퇴하거나 사퇴할 예정인 상당수 참모진들도 이러한 ‘세대혁명론’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386그룹을 중심으로 한 젊은세대들은 지난해 대선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노풍’을 일으켜 한국정치사의 한 핵을 그었듯이 내년 총선에서도 한국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2의 6월항쟁’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또 이러한 세대혁명론은 386세대에 국한된게 아니라 최근에는 변호사·교수 등 전문가그룹과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진보성향 인사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치권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겨냥하고 있는 ‘세대혁명론’이 이번 총선정국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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