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 운동·독서통해 심신다지며 조국 생각”후원회측 “특히 불우청소년 교육에 관심” 전언“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내 행동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로버트 김, 한국명 김채곤(63)씨가 로버트 김 후원회 이웅진(선우 대표)회장에게 전한 말이다. 미 펜실베이니아 앨러우드 교도소에 7년째 수감중인 로버트 김은 모범적인 수형생활로 내년 7월 가석방이 결정됐다. 그러나 최근 로버트 김 후원회는 부친 김상영(90·전국회의원) 옹이 위독한 상태에 놓여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에 지난 7월27일 발족한 후원회는 미국 정부에 일시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미 대사관측에 제출하고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석방이후에도 3년 동안 보호관찰 명령을 받은 로버트 김으로서는 2007년쯤에나 조국방문이 가능하기 때문. 북한 잠수정 사건 당시 한·미 간의 뜨거운 감자였던 로버트 김. 후원회 측은 “조국 때문에 자유가 박탈됐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보다 조국의 미래에 대해 더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가 한국의 스파이였다면 가족에게 보상해주시고 아니었다면 미국정부에 떳떳이 밝혀주십시오.”지난 1996년 9월 24일, 19년동안 미 해군정보국에서 컴퓨터 분석관으로 일했던 로버트 김은 한국측에 북한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FBI에 전격 체포됐다. 이후 미국 연방법원에서 국방기밀취득음모죄를 적용, 9년형과 3년 보호감찰을 선고했다. 로버트 김이 체포된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북한 잠수함 사건. 미국은 북한 잠수함이 동해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흘 전부터 추적하고 있었으면서도 한국에는 일체 알려주지 않았다. 이에 이런 정보를 알고 있었던 로버트 김이 주미한국대사관의 백 대령에게 정보를 제공했던 것. 로버트 김은 현재 미국 앨런우드 교도소에 7년째 수감중이다.

교도소 건물은 3개동으로 high-medium-low로 나누어져 있으며 로버트 김이 생활하는 건물은 low이다. 이곳에서 그는 만6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후원회 측에 따르면 이는 모두 출소 후 가족과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다시 만나고, 한국에 돌아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기 위함이라는 것. 지난 7월 19일 로버트 김을 면회했던 이웅진 후원회장에 따르면 그는 새벽 4시 30분 기상, 성경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식전 30분 운동, 식사 후에는 신문과 잡지를 읽으며 아침생활을 보내고 있다. 저녁 시간에도 식전 30분 운동, 식후에는 독서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 회장은 “로버트 김의 독서량은 방대해서 한 달에 수십 권의 책을 읽고, 교도소 안에 들어오는 신문과 잡지는 거의 대부분 읽는다”고 전했다.

로버트 김은 또 점심 식사 후 2시부터 4시까지 주변 재소자들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주로 석방 후 취업을 위한 이력서 작성, 관심분야에 대해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거나 궁금한 점들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리고 오후시간은 주로 안부 편지를 쓰는데, 하루에 2, 3통, 한달에 70여 통을 쓰고 있다. 후원회 측에 따르면 오랜 수감생활에서도 로버트 김은 조국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이 회장은 “로버트 김은 한국정부에 대해서 다소 섭섭함을 가지고 있지만, 한미간 미묘한 입장과 정세가 얽혀있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의 방미 시 부시 대통령에게 자신의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만으로 고마워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출소이후 국내에서 교육관련 사업에 종사하고자하는 뜻을 편지를 통해 후원회 측에 전했다.

그가 이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는 “저는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을 세계 일등국가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한몫을 보태고 싶다”면서 “현재 한국의 정치,경제, 사회풍조로는 일등국가가 되기는 도저히 불가능하여 이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인성교육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적혀있다. 편지는 또 “로버트 김 후원회가 씨가 되고 성장해서 이러한 교육사업을 할 수 있으면 한국의 이 무질서한 정치, 경제, 사회를 바로잡는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후원회 관계자는 “폐교된 학교 건물을 이용해 언어연수학교를 세우고 싶어하는 로버트 김의 뜻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금조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후원회 사이트에 로버트 김과의 면회당시 대화내용을 공개하며 “그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은 사람이며 젊은이들에게 사랑하는 마음, ‘우리’라는 공감대를 심어주고 싶어했다”면서 “특히 불우 청소년들에게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고, 이민 희망자들에게는 자립과 완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한편 로버트 김의 구속이후 그의 가족들도 정신적인 충격에 경제적 곤란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원회 측은 “아들이 범법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사건 3년만에 면회를 갔던 아버지 김상영 옹은 면회 직후 충격을 견디지 못해 쓰러진 뒤 현재는 위독한 상태”라며 “부인 장명희씨 역시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경제적 곤란으로 교회 청소부일까지 마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김 사부곡에 아버지 의식

임종 상태서 테이프통해 목소리 듣고 “아들아”“젊어서야 바쁘게 일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느라 깨닫지 못했지만, 백발이 성성한 초로가 되어서야 부모님의 은혜를 뼈에 사무치도록 느끼게 됩니다 ….”로버트 김의 애절한 사부곡이 아버지의 의식을 깨웠다. 지난 8월 17일 로버트 김 후원회는 경기도 남양주시 한 요양원에 입원 중인 김상영(90)옹을 찾았다. 임종을 앞둔 상태여서 마지막으로 아들의 목소리를 전해드리고자 했던 것. 이에 로버트 김의 부인 장명희씨가 김옹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의 목소리라도 들려주려고 지난 9일 로버트 김과 전화 면회를 통해 녹음한 테이프를 가지고 갔다.

그런데 의식이 전혀 없었던 김옹이 머리맡에서 들리는 아들의 목소리를 확인하고는 갑자기 “채곤아, 채곤아”라며 로버트 김의 이름을 부른 것.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이날 육성테이프를 전달하는 현장에 있었던 후원회 관계자는 “로버트 김이 정보를 전해주었다던 백 대령이 ‘저나 채곤 선생이나 개인의 영달을 위해 그런 것이 아니다’며 ‘건강해지셔야 된다’고 말하자, 김옹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고맙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그는 이어 “병세가 위독해져 가족들이 이미 장례준비를 마친 상태일 정도로 위독했던 김 옹이 이 날 이후 병세가 많이 호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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