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맏형’으로 불리는 한국자유총연맹이 시끄럽다. 시작은 김경재 현 총재의 ‘조기 퇴임설’ 부터다. 청와대와 여론의 노골적인 압박 속에서 김 총재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자 정가에선 곧바로 후임 총재직을 둔 물밑경쟁이 조기 과열되기 시작했고 몇몇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까지 분위기는 김세옥 전 청와대 경호실장과 김태랑 전 국회 사무총장의 양강 구도로 점쳐진다. 김세옥 전 실장은 김대중 정부 첫 경찰청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경호실장에 발탁됐다. 김태랑 전 총장은 동교동계 원로로서 19대 대선 당시 문 후보 지지선언을 한 바 있다. 청와대가 이들 가운데 어떤 후보를 낙점할지는 미지수다. 두 인사가 아닌 전혀 뜻밖의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자유총연맹에 몸담았던 적 있는 한 인사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두 후보 중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 자총 내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 전직 임원 “일단은 김세옥”... 연맹 측 “사실무근”
- “총재는 선출직, 누구든 문제 있다면 ‘비토’할 수도...”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가 취임 2주년인 2018년 2월 25일께 총재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추측이 여의도 정가에서 흘러나온다. 탄핵 정국에서 태극기 집회에 참가해 강성 발언을 쏟아 냈던 김 총재가 현 문재인 정권하에서 임기 3년을 채우는 것은 부담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총재는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 캠프의 홍보 본부장을 맡아 당선에 일조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새천년민주당의 분당 과정에서 김 총재는 친노와 갈라서게 됐고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아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후 김 총재는 2016년 2월 25일 16대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에 선출됐다.
 
‘보수 맏형’으로서
책임 다했지만...
 

김 총재는 임기 도중 맞이한 탄핵 정국에서 보수 인사로서 태극기 집회에 열성적으로 참석했다. 당시 보수층으로부터 ‘보수 맏형’으로서의 직분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여론에 반하는 목소리를 낸 대가는 혹독했다. 대다수 여론이 김 총재에게 날을 세웠고 급기야 그는 태극기 집회에서 “임기 말이면 대통령이 다 돈을 걷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삼성으로부터 8000억 원을 걷었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탄핵 정국이 끝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김 총재를 향한 정부 여당과 언론의 ‘흠집 내기’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지난달 26일 김 총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유총연맹 국정감사에서 월 900만 원 활동비를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을 받았다. 연맹 공적자금을 피부 관리와 성형수술 등에 쓰고 사퇴한 연맹 사무총장에게 전별금 명목으로 7300만 원을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렇듯 청와대와 여론이 김 총재를 향해 서슬 퍼런 칼끝을 겨누자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를 버티다 못한 김 총재가 조기 퇴임할 것이고 그 시점으로 취임 2주년이 되는 2018년 2월 25일을 꼽는 것이다.
 
당초에는 김 총재가 임기를 끝까지 채울 것이라는 기류가 강했다.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과 김 총재가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총재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완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 기류가 김 총재의 ‘조기 퇴임’ 쪽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자유총연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김 총재에 대한 사퇴 압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총연맹 양일국 대변인은 김 총재의 총재 사퇴설에 대해 “전직 대통령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발생했던 운전기사 건 등 음해와 의혹만으로는 선출직인 김 총재를 내쫓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양 대변인의 단호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에선 김 총재 후임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여러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는 김태랑 전 국회 사무총장과 김세옥 전 청와대 경호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자유총연맹 양일국 대변인은 김세옥 전 실장과 김태랑 전 총장이 후임 총재로 하마평에 오르는 것과 관련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 없으므로 연맹 내부에서 두 분에 대한 평가나 입장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세옥 전 실장이 연맹 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다. 김세옥 전 실장이 신임 총재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것도 처음 듣는 얘기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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