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잔혹한 범죄행위가 드러나면서 사형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형 집행은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끊임없이 제기됐던 논쟁거리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강남역 살인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가운데 3년 뒤 출소하는 조두순 때문에 다시 한 번 사형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선 사형이 선고된다 해도 집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 지존파 조직원들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게 마지막이다. 이후 20년간 선고만 이뤄졌을 뿐 집행은 없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우리나라를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한다. 유영철,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들도 오래 전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아직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앞선 사례가 사회적 공분으로 인한 ‘단죄’ 차원의 사형 집행 요구였다면, 최근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참여한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은 위협을 느낀 국민들이 조 씨를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기를 바라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조 씨는 지난 2008년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을 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으로, 오는 2020년 출소한다. 2017년이 한 달 여 남은 점을 감안하면 3년이 채 남지 않은 셈이다.
 
직장인 A(30·여)씨는 “조두순 같은 흉악범을 다시 사회로 돌려놓는다는 건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범죄자의 재범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 재범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두순의 경우 이름까지 알려진 상태여서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경제·사회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범죄를 또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현행법과 제도상 조 씨의 사회복귀를 막을 방안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국민 다수가 원한다는 이유로 사법제도를 거쳐 확정된 형의 복역을 마친 사람을 다시 가두는 것이 허용될 수 없어서다.
 
국민 과반 이상은 사형 집행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11명을 대상)에서도 사형제 부활 의견이 52.8%를 기록했다.
 
박성철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사형수들에게는 집행이 장기간 미루어지면서 언제 사회현실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고, 피해자는 아무런 보상 없이 살아가고 있다”며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종신형으로 변하고 있는 사형문제에 대해 이제는 분명한 대안을 가질 때”라고 말했다.
 
국제 인권운동 단체 앰네스티에 따르면 전 세계 198개국 중 104개국이 사형을 폐지했다(지난해 말 기준).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는 37개국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 정서가 사형제 존치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폐지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가의 교정행정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정부 기관이 범죄자 재사회화 등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정부조직법이 교정국을 법무부 산하의 일개 국으로 둠으로써 특화된 교정행정이 아닌 법무행정의 한 부분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사형제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43개국이다. 미국의 경우 1972년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강력범죄 급증으로 4년 만에 부활시키기도 했다. 또 최근 터키, 필리핀 등도 사형제 부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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