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홍준표 당 대표와 김무성 의원 간 바른정당 소속 의원 추가 복당 문제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 닫았다. 더 이상 추가 복당은 없다”는 홍 대표 입장에 반해 김 의원은 추가 복당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추가 복당 대상자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거론된다. 하지만 홍 대표는 “배신자 집단”이라며 절대 불가 입장이다. 2011년 계파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당 대표에 어렵게 당선됐지만 2위를 차지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4, 5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남경필,원희룡 3인이 같은 날 동반 자진 사퇴한 아픈 경험이 한몫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홍 대표와 소장파 ‘악연’은 2018년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2011년 7·4전대 당대표 당선 후 5개월 낙마 ‘배후’
- 홍 대표 측,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까지 시켜줬는데...”

 
홍준표 당 대표와 김무성 의원 간 바른정당 의원 복당 문제를 두고 시각 차를 보이고 있어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홍 대표는 최근 김 의원을 포함한 9명의 바른정당 의원의 복당 이후 “문을 닫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11월21일 바른정당 추가 복당 건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모셔 올 사람은 또 모셔 와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차기 ‘당권도전설’이 나오고 있는 김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우군인 바른정당 의원들 2~3명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반면 홍 대표는 바른정당 소속 의원의 ‘추가 복당 불가’ 입장은 확고하다. 홍 대표는 11월14일 “바른정당은 배신자 집단이지 정당이 아니다”며 “잔류 배신자 집단에서 소위 말로만 개혁 소장파니 운운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은 정책으로 개혁을 이뤄 낸 게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입으로만 개혁으로 포장해 국민들을 현혹하고 당내 흠집내는 것만 개혁인 양 처신해 반대 진영에 영합하는 정치로 커 왔다”며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은 더 이상 그들과 같이 하는 것은 당내 분란만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못을 박았다.
 
2011년 7.4전대
유·남·원 ‘악연’ 현재 진행 중?

 
홍 대표가 원 지사와 남 지사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배경은 2011년 당 대표 시절 소장파들과의 ‘악연’이 한몫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홍 대표는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1년 7.4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에 당선됐다. 2위는 현 바른정당 대표인 친박계 유승민 의원이 차지했고 3위는 나경원, 4위는 원희룡, 5위는 남경필 순으로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홍 의원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나 의원을 제외한 유승민·원희룡·남경필 3인방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앙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특히 경쟁자였던 원희룡 현 제주지사와 관계가 부쩍 소원해졌다. 당시 민주당 우제창 의원의 “KMDC 이영수 회장이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아 2011년 7.4 전당대회에 때 홍준표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폭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우 전 의원은 이 회장으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검찰 수사 결과 허위로 밝혀지면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한 우 전 의원은 “박지원 의원이 시켜서 폭로했다”고 진술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홍 대표 진영과 이 회장은 박 의원에게 전달한 당내 인사로 경쟁자였던 원 지사를 의심했다.
 
이후 홍 대표가 이들 3인방과 사실상 ‘동지에서 적’으로 바뀐 결정적이 이유는 취임한 지 5개월 만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데 세 사람이 앞장섰던 기억 때문이다. ‘계파도 세력’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당 대표직에 올랐지만 취임 이후 너무 빨리 자진사퇴하기까지 홍 대표 흔들기가 난무했다.
 
당시 홍 대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12월7일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30분 간격으로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유 최고는 사퇴 의변으로 “서울시장 보선 패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의) 디도스 공격건에 대해 당이 무기력하게 대처한 데 책임을 느껴 사퇴한다”고 밝혔다.
 
남 최고의 경우 “내부에서 혁신을 해보려고 했는데 계파의 장벽, 당 대표가 갖고 있는 인식의 차이 때문에 그 공간을 도저히 열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원 최고는 “더한 말도 하고 싶지만 홍준표 체제와 박근혜 대세론으로는 안된다”며 “상황을 만든 당사자의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사퇴했다.
 
이에 홍 대표는 이틀 뒤인 12월9일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홍 대표는 “서민의 애환을 살피고 반값 아파트와 국적법 개정 등 대한민국을 바꾸는 획기적 개혁정책도 내놓았다”며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혁신에 성공한 현재의 당헌을 만들면서 개혁과 쇄신에도 앞장서 왔는데 그런 나를 일부에서 쇄신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고 서운한 감정을 밝혔다. 홍 대표가 물러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개명하고 총선을 지휘, 친이계 공천대학살이 벌어지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이혜훈 전 바른정당 대표는 유승민 의원이 선도 탈당을 하는 데 일조하면서 홍 대표의 눈 밖에 나게 됐다. 이 전 대표는 홍 대표가 제1사무부총장으로 중용을 했지만 유 의원과 함께 ‘대표 흔들기’에 동참한 게 관계가 악화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홍 대표 입장에서는 ‘눈엣 가시’ 4인방 모두 바른정당에 속해 있어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김무성 의원이 ‘추가 복당’을 암시하는 발언에 홍 대표측근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홍대표측, “차기 대선주자 걸맞은 예우?
그럴 일 없다”
 

특히 홍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17곳 중 6곳을 못 얻으면 ‘집에 가겠다’고 사실상 배수진을 친 상태다. 남 지사와 원 지사가 복당한다면 8석으로 늘어난다는 점도 부담이다. 게다가 ‘남원정(정병국)으로 불리는 소장파가 홍 대표의 리더십을 순순히 따를 리도 없고 오히려 반홍 전선 선봉에 설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김무성 당 대표 도전설이 나돌고 있는 점도 추가 복당을 허용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당 지도부 책임론’이 일어 조기전당대회 개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바른정당에서 추가 복당할 경우 김무성계가 늘어나고 ‘남원정’까지 가세할 지방선거전이라도 ‘대표 흔들기’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홍 대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뼈아픈 기억도 있다.

현재 남 지사나 원 지사 모두 한국당 복당 관련 언급을 한 바는 없다. 또한 바른정당에 남아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하지도 않고 있다. 한국당 한 고위인사는 “두 인사 모두 광역단체장에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입당을 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홍 대표 체제가 유지되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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