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사람 뼈로 추정되는 유골 1점이 발견됐음에도 닷새 동안 밝히지 않은 ‘유골 은폐 사건’으로 정부를 향한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 문제를 철저하게 밝히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던 만큼 비판의 강도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진상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현장 책임자의 자의적인 판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보고 시스템’ 오작동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지난 23일 해양수산부는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에 대한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현장 책임자였던 김현태 부단장이 이철조 선체수습본부장과 사전 논의한 뒤, 이를 알리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골이 발견된 건 지난 17일이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세월호 선체 객실구역에서 나온 지장물에 대한 세척작업 중 유골 1점을 발견했다. 현장 책임자였던 김현태 부단장은 세월호 유골을 발견하고도 이철조 본부장과 사전 논의한 뒤 비공개 지시를 했다. 미수습자 장례식 전날인데다, 발견된 유골이 미수습자 중 한명일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이유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일었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직접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다. 김 장관은 “(현장 책임자가) 17일 장례식 바로 전날이었기 때문에 유골 주인이 전에 수습되었던 몇 분 중에 한 분 일거다라고 짐작하고 예단했다고 한다”며 “가능성이 크지 않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서 장례 일정에 혼선을 초래하고 고통의 시간을 더 보내게 하는 것이 현장 책임자 입장에서는 참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비판의 화살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를 넘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의혹 7시간을 확대 재생산해서 집권했는데 유골 은폐 5일이면 그 얼마나 중차대한 범죄냐”며 “문재인 정권의 출발점이자 성역인 세월호에 대해 유골 은폐라는 중차대한 범죄를 범했는데 해수부 장관 하나 사퇴해서 그게 무마 되겠냐”는 비판의 글을 올렸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은 원내정책회의에서 “촛불 민심으로 탄생했다는 현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이런 야바위짓을 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은폐 사실이 언제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해양수산부 장관, 차관은 언제 알았는지 은폐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관계자를 의법조치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가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건 정부의 철학, 정신상태와 관련된 문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분명히 책임지고 반성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전부터 세월호 문제를 철저하게 밝히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바 있기 때문에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현장 공무원들에게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아직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거나,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는 앞으로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에 대해 자의적이거나 비밀스럽게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은 면치 못하게 됐다.
 
김 장관은 책임자 엄중 문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우선 1차로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알리고 추가조사를 통해 모든 사실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소상히 밝혀 국민들 앞에 보고 드리는 한편, 책임져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전체 수습과정을 돌아보고 미진한 부분이 없는지 철저히 재점검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추가 유해 발견 등 어떤 상황이 현장에서 발생하더라도 결코 자의적이거나 비밀스럽게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김 부단장 및 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향후 해수부가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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