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수신부터 거래 사고까지…제대로 된 규제조차 없어

위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합니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우리나라도 가상화폐(실물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공간에서만 사용되는 전자화폐의 일종) 열풍이 거센 가운데, 그에 따른 역풍 또한 만만치 않다. 가상화폐 시장이 몸집을 불리는 만큼 많은 부작용이 발견되고 있고, 이용자들을 노리는 사기 수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가상화폐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명확하지 않아 규제의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있다. 엄청난 대박을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할 수도 있는 가상화폐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봤다.

가격 급등락, 시세 조작 등 위험 노출 가능성 높아
업계 “제대로 알고 투자하는 사람 거의 없다” 우려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은 올해 들어서만 20배 이상 성장, 총 시장 규모가 2000억 달러(233조 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투자자 수가 급증한 것은 물론, 가상화폐 가격 역시 상상을 뛰어넘는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의 주목을 받을 만큼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투자자가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일일 거래 대금도 코스닥 시장보다 많은 2조6000억 원 규모다.

그런데 가상화폐 시장이 넓어짐에 따라 각종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가상화폐는 주식과 달리 금융 거래로 인정되지 않아 투자 사기 및 시세 조작과 거래 사고 등의 피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코알코인 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가짜 가상화폐 사업을 미끼 삼아 210억 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인데, 재판에 넘겨진 대표 박모씨는 현직 국회의원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투자자들을 꾀어 낸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 등은 사실상 자산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피해자 5000여 명에게 마치 향후에 비싸게 팔릴 것으로 속여 210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해당 가상화폐는 시중 은행과 거래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통화 가치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 사고도 빈번하다. 이른바 빗썸 대란, 지난 12일 오후 4시쯤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서버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접속하자 서버가 말썽을 부렸다.

일부 투자자들은 “고점을 기록한 시점부터 서버 접속 장애가 나타나 매도할 시점을 놓쳤고, 서버가 복구돼 접속이 정상화됐을 땐 가격이 크게 떨어져 나가 막대한 손실을 입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빗썸 고객 3만 명의 이메일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고,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인 야피존과 코인이즈도 해킹, 서버 마비 사태를 일으켜 논란이 되었다.

특히 해킹당한 빗썸 직원은 고객 정보를 자신의 집 개인용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더 큰 비난을 받았다.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본 회원들은 금전적 피해에 대해 집단소송에 나섰다.

또한 해당 과정에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수준의 등록 과정만 거치면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부가 금융상품으로 인정을 하지 않으니, 거래의 보안이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다.

아울러 가격의 폭등과 폭락세가 너무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점과 투자 건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법적인 토대조차 마련하고 있지 않아 소비자 보호·보안 등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입법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발견돼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는 부분도 눈 여겨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지난 6월 빗썸거래소 회원 정보 유출 논란이 일자 관련한 조사를 진행했던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가 없는 한 접속장애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정부 당국은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불법화하는 등의 규제 도입은 유예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신규 가상화폐를 등록해 거래하도록 주선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업자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신용 거래도 막는다.

별도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답보 상태다. 사실상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됐지만 연내 관련 입법이나, 정부 규제를 바라기는 물 건너간 꼴이다.

금융 당국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행위는 단속하지만, 가상화폐 자체를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투자 위험성은 개인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결론적으로 부작용만 거세고, 관련 규제나 대책은 한참 모자라는 상황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가상화폐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도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지 제대로 알고 투자하는 이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공부를 하고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주식 투자와 비슷하겠지 하는 생각이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면서 “특히 누군가 투자를 권유한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사기나 부작용이 너무 심해 규제 초점이 ‘부작용’에 맞춰진 상태”라면서 “가상화폐 시장은 분명 성장할 것이고, 대세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렇기에 정부는 가상화폐 사업을 인정하고, 부작용도 막을 수 있는 법안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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