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삼각편대 장하성·홍종학·김상조
재벌개혁 삼각편대 장하성·홍종학·김상조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7-11-24 19:22
  • 승인 2017.11.24 19:22
  • 호수 1230
  • 6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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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개혁의 경제민주화 ‘일성’ 파급 효과 어디까지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홍종학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일명 ‘재벌개혁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과 재벌 개혁 등을 주요 경제 정책 기조 중 한 가지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대기업 및 재벌과 관련해 단호하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대표적인 인물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때문에 향후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이 어떻게 진행될지, 또 각자의 역할은 무엇이 될지 역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삼각편대 좌장 장하성

장 실장은 재벌개혁 삼각편대의 좌장 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당시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던 장 교수를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문재인 정부 정책의 중심을 잡아 달라는 요청이었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장관급이지만 2명의 보좌관(경제 및 과학기술)과 정책기획, 통상비서관,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사회수석을 모두 거느린 만큼 권한과 역할은 장관급을 훨씬 상회한다.

그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우선 1953년생인 장 실장은 광주 출신이다. 경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펜실베니아 주립대 와튼경영 대학원 경영학 박사를 마쳤다.

특히 장 실장은 1996년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회를 만들고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민주화 시민운동을 선도했다. 1997년에는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으면서 삼성그룹의 부당내부거래와 지배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6년에는 장하성 펀드를 만들었고, 지배구조가 모범적인 우량기업에 투자하는 경제민주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장 실장이 수십 년간 대기업 집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제적 민주화를 위해 달려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또 앞서 장 실장은 지난달 외신기자 간담회를 통해 “공정한 경쟁구조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투명한 기업경영은 경제의 활력을 높여 한국경제가 재도약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말로 본격적인 재벌개혁을 암시하기도 했다.

실제 장 실장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임금과 일자리의 불평등을 꼽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재벌개혁을 제시해 왔다. 장 실장의 지론을 고려했을 때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개혁을 통한 임금 및 기업구조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이자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가장 강력한 인사라는 평가도 잇따랐다.

재벌들의 저격수 김상조

김 위원장은 1994년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  재벌개혁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 경제개혁소위 책임전문위원,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약력만 봐도 재벌개혁에 대한 신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김 위원장은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는데, 늘 그가 앞장서 왔다.

2004년 삼성전자 주총장에서 김 위원장이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가 불법 대선자금을 지원하게 하는 등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주장하다 강제 퇴장당한 사건은 이미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그 이후 현실정치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김 위원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특검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의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지난 3월 문재인 대선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합류 후에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과 관련한 정책과 공약을 입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승계와 황제경영을 근절하기 위한 회적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경제범죄 엄정 처벌 및 사면권 제한 등이 담겨 있다.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후려치기 등 재벌기업의 갑질행위에 대한 조사·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 구성 공약 등은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의 핵심이다.

현재 경제 검찰로서 공정위의 위상도 엄청나다. 김 위원장 체제의 공정위는 전 정부에서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했던 경제민주화를 강행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제질서를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김 위원장은 재벌들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기업집단국을 신설했고, 편법 지배력 확대 견제를 위한 대기업 공익재단 전수조사 방침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주요 재벌 전문 경영인과 만나 자발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등의 압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을의 눈물’을 닦아 달라는 것이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바”라면서 “당연히 공정위는 그분들의 호소를 듣고, 피해를 구제하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 화룡점정 홍종학

홍 장관은 장 실장, 김 위원장으로 구성된 진용에 마지막으로 가담해 화룡점정을 찍었다.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발언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홍 장관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정책위원장과 경제정책연구소 소장을 지내면서 재벌개혁을 주장해 왔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롯데, 신라 등 대기업의 면세사업을 정조준하고 특허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이른바 홍종학법을 발의했다.

취임식에서도 “대기업의 기술탈취와 납품단가의 일방적 인하 등 불공정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재벌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홍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우려하는 정책에 대한 보완책을 내놓는 등 중소기업들의 수호자 역할도 맡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가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대기업이나 재벌이 있다면 저부터 상대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자신감을 보였던 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홍 장관 역시 장 실장과 김 위원장 못지않은 강력한 재벌 개혁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평이다.

홍 장관은 2000년 ‘재벌 문제에 관한 두 가지 견해: 진화가설 대(對) 암세포 가설’이란 제목의 논문과 다음 해 펴낸 책 ‘한국은 망한다’에서도 한국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했을 정도로 강성이다.

그는 “재벌이 평상시 끊임없는 확장으로 중소기업을 몰락시키고,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고 끊임없이 자금을 끌어다 써 다른 기업에 피해를 주고, 결국 망할 때는 국가 경제 전체를 휘청거리게 한다는 점에서 암세포나 마찬가지”라고 썼다.

이쯤 되자 재벌 기업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재벌 기업 입장에서는 장하성·김상조·홍종학으로 이어지는 재벌개혁 삼각편대가 어떤 효과를 일으킬 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가장 늦게 두 사람과 호흡을 맞추게 된 홍 장관은 취임 이후 “우리는 워낙 친하고 서로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며 재벌 개혁에 힘을 모을 것을 시사했다. 장 실장과 김 위원장, 홍 장관이 호흡만 잘 맞춘다면 유례없는 재벌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장 실장이 임명되고, 김 위원장이 임명됐을 때까지만 해도 둘의 관계보다는 각각의 영향력에 더 많은 신경이 쓰였다”면서 “하지만 홍 장관까지 취임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이제 정말 제대로 시작되겠구나 싶었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은 재벌 때리기가 경제민주화의 충분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고, 재벌개혁 삼각편대라 불리는 세 사람도 재벌개혁이 단순한 재벌 때리기라는 해석은 상당히 경계한다. 재벌개혁 삼각편대가 올바른 방향의 개혁과 혁신으로 나아갈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