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죄의식 없는 충동 범죄에 온 국민 경악
강 씨, 2009년 2월 1일 백과사전에 등재

 
2009년 1월은 온 국민이 ‘강호순’이라는 살인마의 잔인한 범행에 경악과 분노로 끓었던 때로 기록됐다. 경기도 군포시에서 한 여대생이 실종된 뒤 36일 만에 용의자로 검거된 강호순은 여대생뿐 아니라 경기서남부에서 실종된 부녀자 7명을 모두 납치 살해한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7명에 이르는 연쇄살인이라는 사실과 범행이 죄의식 없이 충동적으로 저질러졌다는 점이 큰 충격을 줬다. 당시 강호순의 연쇄살인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충격과 파장, 그리고 경고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목적이 돈도, 성폭행도 아니었고 순간순간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당시 38세)이 2006년 12월부터 약 2년 사이에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부녀자 7명을 살해하고 경찰에서 밝힌 범행 동기였다. 강 씨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적 살인 충동으로 2년간 경기 서남부지역을 휘저으며 7차례에 걸쳐 살해 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온 국민을 경악과 분노에 휩싸이게 했다.
 
강 씨는 지난 2009년 1월 24일 검거된 후 “2005년 아내가 사망하면서 여자들을 보면 살인 충동을 느꼈고 1차 범행을 한 다음부터는 (충동을) 자제할 수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강 씨는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2년 사이에 경기 서남부에서 부녀자 7명을 납치 또는 유인해 살해한 다음 시신을 암매장했다.
 
1~5차 범행은 2개월 사이에 이뤄졌고, 나머지 2건은 2008년 11~12월 저질러졌다. 1~5차 범행에서는 이틀 사이 2명을 살해한 적도 있어 경찰이 범인과 서로 다른 사건일 가능성을 짚었을 정도였다. 피해 여성 7명은 배모(당시 45세·노래방도우미), 박모(당시 37세·노래방도우미), 박모(당시 52세·회사원), 김모(당시 37세·노래방도우미), 연모(당시 20세·여대생), 김모(당시 48세·주부), A(당시 21세·여대생)씨 등이었다.
 
경찰은 2008년 12월 9일 오후 3시 7분께 군포보건소 앞에서 실종된 여대생 A(21) 씨가 실종된 뒤 46일 만인 2009년 1월 24일 강호순을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했다. 당시만 해도 강호순이 7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끔찍한 연쇄살인범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먼저 A씨가 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된 군포보건소 앞, 휴대전화가 꺼진 안산시 건건동, 범인이 현금을 인출한 안산시 성포동 등 3곳을 꼭짓점으로 하는 가상의 동선 3개를 그렸다.
 
그런 다음 실종 당일 이 동선이 지나는 곳에 설치된 300여대의 CCTV에 잡힌 차량 7천여 대의 운전자를 추적,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용의점을 수사했다. 실종 당일 오후 3시 22분께 이 가상 동선을 통과한 검정색 에쿠스 차량의 소유주 김모(당시 64세·여)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실제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김 씨의 아들 강 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사건 당일 강 씨의 알리바이를 추궁하며 수사망을 좁혔고 불안감을 느낀 강 씨는 자신의 안산 집 앞 빈터에서 어머니 소유의 에쿠스 승용차와 자신의 무쏘 차량을 불태웠다.
 
경찰은 범행 차량에서 나올 수 있는 피해자의 혈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으로 보고 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그의 직장인 안산 상록수역 인근 스포츠마사지숍에서 검거했다. 강 씨는 밤샘 조사에서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다 경찰이 현금 인출기에 신용카드를 집어넣는 장면이 잡힌 CCTV 화면을 보여주며 뭉툭한 손가락이 그의 손가락 생김새와 똑같은 점을 확인시켜 주자 A씨 살해 사실을 자백했다.
 
그는 그러나 계속되는 경찰의 여죄 추궁에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증거를 가져와라. 그러면 자백하겠다”며 여유를 보이기까지 했다. 연쇄살인 시인은 프로파일러가 투입되고 지리한 심리전이 진행되다 결정적인 물증이 제시되면서 검거 엿새 만에 그의 입에서 서서히 흘러나왔다. 뚜렷한 단서가 없어 미제로 묻힐 뻔한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을 일거에 해결하는 순간이었다.
 
7차 사건 당일 범행 차량이 찍힌 CCTV와 함께 경찰이 강 씨의 수원 당수동 축사에 있던 리베로트럭에서 압수한 강 씨의 점퍼 소매에 남아 있던 혈흔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열쇠가 됐다. 경찰은 소매에 묻어 있던 극미량의 혈흔을 DNA 분석해 2008년 11월 9일 저녁 수원시 당수동 수인산업도로 버스정류장에서 실종된 주부 김 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과학수사가 우리의 수사 현장에서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강 씨는 피해 여성 7명 가운데 3명은 노래방에서 유인해 성관계를 맺은 뒤 살해하고 4명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을 태워주겠다고 유인하거나 납치해 강간 또는 강도 행위를 한 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 12월 노래방 도우미 배모 씨가 실종된 것을 시작으로 다음달 여대생 연모씨까지 닷새에 1명꼴로 부녀자 5명이 잇따라 실종되자 언론 매체들은 화성부녀자 연쇄강간살인사건(1986∼1991년)의 악몽을 떠올렸다. 그 여파로 경찰이 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등 수사를 강화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러나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CCTV에 잡힌 7천여 대의 차량 소유주를 일일이 확인하는 저인망식 수사와 이후 프로파일러를 활용해 용의자와 심리전을 벌이거나 용의자 주변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하는 과학수사를 결합한 ‘한국형’ 수사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듯 여유를 보였던 연쇄살인범의 고개를 떨구게 만들었다.
 
한편, 강 씨는 백과사전에도 등재됐다. 위키백과는 2009년 2월 1일 강호순에 대해 충남 서천군 출신으로 2009년 1월 24일 경기도 군포시에서 여대생을 납치, 살해한 살해 용의자로 검거된 뒤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7명을 연쇄 살해한 사건의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결국 범죄 사실을 자백했다고 올려놓았다.
 
위키백과는 강 씨가 살해했다고 밝힌 부녀자는 노래방 도우미 3명, 회사원 1명, 주부 1명, 여대생 2명이라고 덧붙였다. 또 강호순은 서천에서 초중학교, 충남 부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부사관으로 군에 입대했다가 절도죄로 불명예 제대했으며, 1992년부터 2005년 사이 네 번 결혼해 아들 셋이 있다고 서술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