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부터 동·서양을 이어주던 실크로드의 중간 지대에 우즈베키스탄이 있었다. 카라반(대상-隊商)이 드나들며 남겨놓은 동서양의 문화와 티무르 대제국의 영화가 황토빛 사막 위를 황금빛으로 수놓았다. 중앙아시아의 광활한 평원에서 마주한 그 화려한 이름들.
 
우즈베키스탄은 민족의 정체성을 ‘아미르 티무르Amir temur’에게서 찾고 있다. 40년간 정복 전쟁을 벌이다 생을 마감한 전쟁 영웅 아미르 티무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현재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인 사마르칸트를 수도로 정했다.

티무르 제국의 영토는 중앙아시아를 넘어 터키와 러시아 그리고 인도 일부까지 뻗쳤고, 이러한 통일 제국의 건설로 실크로드를 통한 교류는 더욱 활발해졌다.

이러한 배경 속으로 문학가와 예술가, 그리고 학자를 존중했던 아미르 티무르의 제국과 그 중심이었던 우즈베키스탄에 동서양을 넘나드는 향기로운 문화의 꽃이 활짝 폈고, 오늘날까지도 말없이 그곳에 남아 우리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다.
 

타슈켄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도시이면서 오늘날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약 2200년의 역사 속에서 ‘돌(Tosh)’과 ‘도시(Kent)’ 두 단어가 합쳐져 이름 붙여진 타슈켄트는 과거 실크로드를 통한 무역과 수공예의 중심지로 번성을 누렸다.

현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고 과거와 공존하고 있는 도시. 타슈켄트 여행은 유럽의 포근하고 세련된 감성이 가득한 신 시가지와 과거 실크로드의 풍경이 남아있는 구 시가지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Tip> 타슈켄트 시티투어버스
 타슈켄트의 핵심 볼거리들을 빠르게 둘러볼 수 있는 오픈형 2층 버스. 각 좌석에 준비된 안내방송 시스템을 통해 운행 중에 여행 지역에 대한 소개를 들을 수 있으며, 영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등 총 8개 언어가 지원된다.

아쉽지만 아직 한국어는 지원되지 않는다. 신 시가지의 우즈베키스탄 호텔 앞을 출발해 순교자의 기념비, 미노르 모스크, 하즈라티 이맘 광장에서 정차하며, 이 외에도 신 시가지와 구 시가지의 주요 볼거리 앞을 지난다.

가장 빠르고 가장 저렴하게 타슈켄트를 여행하는 방법. 투어 시간은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요금은 7만2000숨 또는 USD 20달러.
 
        신시가지에 우거진 유럽의 감성
 
아미르 티무르 광장에서부터 브로드웨이 거리를 중심으로 타슈켄트의 가장 모던하고 세련된 풍경이 연출된다.

깔끔하게 정리된 거대한 가로수 정원의 푸른 물결이 시가지를 이어주는 거리들을 감싸안은 채 도시에 초록빛 상쾌함을 퍼뜨리고, 군데군데 널찍널찍하게 뿌려진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건축물들이 그 틈에서 반짝반짝 빛을 낸다.

이따금씩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름 모를 예술가의 작품들 그리고 사랑한다면 그 어느 누구와 걸어도 마냥 좋을 것 같은 나긋한 여유는 가을 타슈켄트를 찾은 이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 ‘유럽의 어느 곳을 옮겨왔을까’, 작은 벤치에 앉아 한참을 생각해도 좋은 도심 중의 도심.
 
       타슈켄트의 힘, 아미르 티무르 광장 &
아미르 티무르 박물관

 
타슈켄트의 정중앙에 위치한 아미르 티무르 광장, 그리고 그 광장의 중앙에 우뚝 선 아미르 티무르 동상이 그 옛날 강력했던 티무르 제국의 기운을 힘차게 뿜어내고 있다.

동상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둥글게 형성된 타슈켄트의 신 시가지가 티무르의 기운으로 새로운 미래의 희망을 쌓아가고 있는 것.

과거 칼 마르크스와 스탈린, 레닌 등이 자리를 지키던 곳을 이제는 아미르 티무르가 차지하고 서 있기 때문일까. 광장에 나들이 나온 어린아이들이 아빠의 카메라 앞에서 꺄르르 웃으며 뛰어놀고 있다.
       독립 우즈베키스탄의 초대 대통령인 이슬람 카리모프는 티무르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의 민족정신을 부활시켜 국가 재건 의 토대를 이루고자 그의 동상을 이곳에 세웠다고 한다. 이제는 고인이 된 그의 염원마저 이곳 작은 광장에 남아 우즈베키들의 앞날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것만 같다.

우즈베키스탄의 중심 타슈켄트, 타슈켄트의 중심 아미르 티무르 광장. 아미르 티무르 광장 옆에는 아미르 티무르가 차지하는 국가적 위상을 좀 더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소 아미르 티무르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2006년에 지어진 이 박물관은 타슈켄트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동양 건축의 정제된 아름다음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파란 하늘을 향해 금방이라도 솟구쳐 올라갈 것 같은 하늘색 돔을 바라보며 찾아간 박물관의 로비는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특유의 화려한 문양 장식과 거대한 샹들리에 그리고 옛 이야기를 전하는 벽화들로 가득 메워졌다.
       그렇게 시작된 아미르 티무르의 이야기들. “당신이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거나, 그들이 얼마나 정의롭고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지, 그들이 전 세계를 위해 얼마나 공헌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아미르 티무르의 이미지를 다시 불러와야 한다” 박물관에 소장된 수많은 전시품들은 그의 이야기를 이 한 문장으로 마무리 지었다.
 
      샤방샤방, 브로드웨이 & 페인터 스트리트
 
왠지 경직된 듯한 느낌, 공산권에 속했던 과거에 대한 불필요한 선입견과 너무나 차분한 도시의 분위기가 만들어준 타슈켄트의 이미지다.
      서울의 왁자지껄함이 그리운 건 아니더라도 여행이 만들어주는 뜻밖의 활기가 살짝 아쉬운 어느 날의 오후가 찾아온다면 브로드웨이 거리로 가자. 몇해 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곳에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고 있고,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젊은 우즈베키들이 뿜어내는 샤방샤방함도 물론 함께한다. 가로수 그늘 아래에 놓인 거리의 벤치는 충분히 기분이 가벼워질만한 볼거리들을 내놓았다. 거리의 가난한 예술가들은 여행자의 얼굴을 그리기 위해 가벼운 농담과 낮은 가격을 내어주고, 묵묵히 차가운 바닥을 지키는 누군가의 그림들은 아직 가보지 못한 우즈베키스탄의 모습을 담고 지나는 이의 발목을 붙잡는다.
      나이 지긋한 노인이 무심한 듯 팔고 있는 그의 나이보다 더 오래됐을지도 모르는 낡은 물건들은 아주 드물게 누군가의 쇼핑백 속으로 들어간다. ‘서울의 명동’이라기에는 많이 부족한, 활기를 살짝 얹은 소곤거림뿐이다.
 
<Infor>주변 볼거리들
 
▲무스타킬릭 광장
 
우즈베크어로 ‘무스타킬릭’은 독립을 뜻한다. 영어로 ‘Independent Square’로 불리기도 하는 이 광장의 널찍한 입구에선 거대한 게이트 위로 은빛 황새 조각상들이 멀리 비상할 것 같은 모습으로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과거 구 소비에트연방 시절 ‘붉은 광장’, ‘레닌 광장’으로 불리던 이곳에는 레닌 동상이 서있었지만, 지금은 1991년 9월 1일 우즈베키스탄이 독립을 쟁취한 것을 기념하는 독립기념탑과 행복한 어머니 동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평화로운 모습으로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우즈베키들이 누렸을 독립의 기쁨과 민족적 동질감이 함께 전해진다.
    광장 옆으로는 127m의 폭포 분수와 총 1991개의 물줄기를 뿜어내는 초대형 분수가 독립만큼이나 시원한 광경을 연출한다. 또 광장의 안쪽에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 한 ‘타슈켄트 추모의 광장’도 자리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국립역사박물관
 
우즈베키스탄 국립역사박물관은 1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학술연구 및 교육 기관이다.

고고학과 화폐, 민속지학적 유물과 고대문헌까지 약 26만7000점 이상의 방대한 전시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이 독립공화국 체제로 전환한 이래로 본격적으로 진행된 민족 역사의 결과물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석기시대로부터 오늘날까지 역사의 주요 시기별로 분류된 광범위한 전시물은 우즈베키스탄이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문명의 발상지임을 입증하고 있다.

전시물 중에는 우리나라의 박물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전시물도 있어 한반도와 실크로드의 연관성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한다. 우즈베키스탄이 궁금하다면, 우즈베키스탄 여행이 조금 더 흥미롭기를 바란다면 꼭 들러봐야 할, 명실상부한 우즈베키스탄 종합안내소.
 
▲ 알리세르 나보이 오페라와 발레 극장
 
구 소련 시절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과 함께 3대 극장으로 명성을 누렸다. 우즈베키스탄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알리세르 나보이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 극장에서는 매년 세계 정상급의 오페라와 발레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강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게 지어진 이 극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로 잡힌 일본인들의 손으로 건설됐다. 명성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으며, 극장 입구에서 공연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구시가지에 남은 동양의 향기
 
22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타슈켄트의 옛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올드타운에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오래도록 지켜온 삶의 방식들이 남아있다.
   과거 실크로드의 모습을 닮은 오래된 시장에서는 우즈베키의 멋과 맛 그리고 우리에게는 낯선 향이 피어난다. 또한 무슬림들이 기도하고 공부하며 신앙생활을 영위하던 역사가 깊은 모스크와 메드레세이슬람 신학교 그리고 높이 솟은 미나레트모스크의 첨탑이 이슬람 문화의 생경함을 스스럼없이 전한다.
 
  물길 따라 소문 따라 초르수 바자르
 
타슈켄트를 찾은 여행자들의 필수코스이기도 한 초르수 바자르는 타슈켄트에서 가장 번잡하고 가장 소란스럽지만 또 가장 정겨운 곳이기도 하다.
  네 개의 물길이 만난다는 ‘초르수’, 그곳에 타슈켄트를 대표하는 시장이란 뜻의 ‘바자르’가 자리하고 있다. 건조한 이 땅에서 물길이 하나 둘도 아닌 네 개나 만나니 얼마나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을까.

실크로드를 따라 동양과 서양 구석구석에서 찾아든 수많은 대상들이 각자 자신의 물건 보따리에서 진귀한 물건들을 풀어놓고 뜨거운 흥정을 벌였을 생각을 하니 더욱 흥미진진하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포장도 안 된 골목 사이사이로 늘어선 노점들, 그리고 커다란 돔 안에 들어선 커다란 시장까지. 사지 않더라도 봐야할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이든, 이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물건이든. 작은 물건 하나에도 우즈베키스탄이라는 이름이 묻어 있으니. 무척 착한 가격에 굳이 값을 깎기 위해서가 아닌, 한 번 더 웃기 위해 던져보는 흥정에 늘 웃음을 선택해주니 더 오래 머무르게 되는 곳. 그 소문을 따라 지금도 전 세계인이 찾아든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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