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화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만성화된 수족냉증, 체질 개선으로 적극 치료해야…
[한동화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만성화된 수족냉증, 체질 개선으로 적극 치료해야…
  • 정리=김정아 기자
  • 입력 2017-11-27 15:26
  • 승인 2017.11.27 15:26
  • 호수 1229
  • 5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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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보면 주인공 로돌포가 미미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을 그의 따뜻한 손으로 잡아주며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이라는 아리아를 부르며 사랑을 고백한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다. 내원하는 환자분들의 손발도 미미의 손처럼 차갑게 느껴진다. 어떤 여성들은 진맥할 때 너무 손이 차가워 깜짝 놀랄 정도다. 
수족냉증은 말 그대로 손과 발이 너무 차가운 것을 말한다. 손과 발이 차갑고 시리며 찌릿한 느낌, 통증까지 오는 경우도 있으며 대부분은 여성에게 흔하게 오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족냉증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들에게 언제부터 이렇게 손, 발이 찼냐고 물어보면 20, 30대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는 대답이 많았고, 40, 50 대 중년 여성들 중에서는 처녀 때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찬 경우도 물론 있으나, 일부는 “출산 후 몸은 따뜻해졌지만 손발은 스트레스나 계절, 월경 주기에 따라 차갑게 변한다"는 환자도 많았다. 60, 70대 이상의 노년 여성들은 주로 마르고 몸이 허약한 환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며 이들은 손발이 저린 증상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족냉증이 오는 이유는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인체의 몸이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온기를 가진 혈액이 전신의 혈관을 구석구석 지나며 산소와 영양분 그리고 온기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수족냉증 환자들은 어떠한 원인으로 혈액이 동력 중심부인 심장에서 먼 말단 부위(손과 발 등) 혈관을 충분히 흐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혈액공급이 충분치 못한 말단 부위(손과 발 등)에서는 혈액의 온기를 받지 못해 피부가 차가워지고 냉감을 느끼게 되며 심해지면 혈색이 좋지 않은 창백한 색으로까지 변한다.

수족냉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말단의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를 ‘자율신경실조증’이라 하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데, 여성호르몬이 자율신경계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트레스에 따른 자율신경실조도 매우 흔한 편이다. 주위 온도에 따라 증상이 심해지는 환자들은 온도의 변화에 자율신경계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즉, 수족냉증은 기본적으로 몸이 냉한 사람에게 잘 이환된다. 몸이 냉하면 손발도 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냉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말단의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에 문제를 일으키는 여성호르몬, 스트레스, 온도 등에 의해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체질과 무관하게 누구나 수족냉증이 생길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수족냉증을 진단할 때에는 크게 ▲양기가 허한 상태에서 발생했는지 ▲양기가 실한 상태에서 발생했는지를 먼저 감별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양기는 음기의 반대되는 것으로 신진대사 혹은 열에너지와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편하다. 

양기가 허한 사람은 쉽게 말하자면 ‘몸이 냉한 사람’이다. 양기가 부족하면 몸의 신진대사율이 떨어지게 되고 섭취한 음식에 비해 열에너지가 덜 생성된다. 몸이 냉한 사람들은 체질적으로 혹은 선천적으로 양기가 부족해 냉할 수도 있고, 양기가 있었지만 후천적으로 주로 피로와 질병, 노화 등으로 인해 양기가 소진되어 없어진 경우도 가능하다. 양기가 허한 사람들의 특징은 추위를 많이 타고 찬 음식보다는 따뜻한 음식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사상체질에서 비장(脾)의 양기가 부족한 소음인들은 쉽게 체하고 만성위장병을 가진 경우가 많고 신경이 예민해 우울증이나 불면을 겪는 경우가 많다. 폐장(肺)의 양기가 부족한 태음인들은 호흡기질환에 쉽게 걸리거나 오래가는 경우가 많고 내성적이고 심장도 허한 경우가 많아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을 자주 쉰다. 신장(腎)의 양기가 부족한 소양인들은 손, 발뿐만 아니라 아랫배도 차고 일부에서는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프다는 경우도 많다. 또한 자궁 및 방광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양기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체질에 맞게 보양하는 약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보양약은 몸을 따뜻하게 덥히는 더운 성질을 지녔으며 특히 녹용을 함께 가했을 때 효과가 아주 좋다. 참고로 녹용은 정혈을 보익(補益)하며 뇌수를 채우고 신정(腎精)을 강장시키는 데 최고의 특효를 보인다. 

한편, 손발은 차가운 반면에 얼굴 혹은 상체는 열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는 양기가 많은 상태인 열이 많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고 한다. 주된 원인은 간화(肝火)와 심화(心火)로 인해 나타난다. 어떠한 원인에 의해 간과 심장에 화(火)가 생기게 되면 말단(손과 발 등)으로 가야 할 혈액들이 모두 인체의 가슴과 위쪽으로 쏠리게 되므로 혈액 공급이 적은 수족에 냉증이 생겨난다. 

또한 이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상열(上熱)증상인  예민, 스트레스, 불면, 상열감, 여드름, 안구건조, 비염, 홍조, 갈증 등의 증상을 지니고 있다. 이는 앞서 설명한 자율신경실조증과 매우 깊은 연관이 있다. 인체가 건강해지려면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 하여 아래가 따뜻하고 위에는 시원해야 하는데, 상열하한(上熱下寒)은 아래보다 위에가 더 열이 많은 상태이다. 여기서 하한(下寒)은 주(主)라기보다는 상열에 따른 상대적인 현상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손발이 찬데 몸까지 차다고 오인하여 열성이 있는 녹용이나 꿀, 인삼 등을 복용하게 하면 ‘불난 몸에 휘발유를 붓는 꼴' 이 된다. 상열하한(上熱下寒)의 상태인 환자들에게는 아무리 손이 얼음처럼 냉하다고 해도 몸을 따뜻하게 덥힐 것이 아니라 반드시 몸의 열을 끄는 청열약을 사용해야만 한다. 

수족냉증은 일반적으로 증상이 나타난 기간이 길고 대부분이 만성이기에 치료가 수일 내에 되지 않아 환자도 답답하고 의사 입장에서도 까다로운 질환이다. 하지만 침, 뜸, 한약을 이용한 한방치료로 체질을 개선하고 원인에 따른 근본치료를 시행한다면 비교적 치료가 잘 되어 예후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만약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여성이라면 이 글을 읽고 한의원에서 본인의 몸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리=김정아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