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식 원장의 정신건강 이야기] 부부의심증, 심리적 공감치료로 신뢰 회복해야…
[권호식 원장의 정신건강 이야기] 부부의심증, 심리적 공감치료로 신뢰 회복해야…
  • 정리=김정아 기자
  • 입력 2017-11-27 15:30
  • 승인 2017.11.27 15:30
  • 호수 1230
  • 5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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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부부간의 외도 문제가 불거져 진료실을 방문하는 일이 많아졌다. 우연찮게 또는 의도적으로 배우자의 스마트폰을 보고 문자 내용이나 사진 등을 확인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등의 다정하게 나누는 대화 내용을 보거나 단둘이 찍은 사진을 보게 되면 남녀관계를 의심하게 된다. 그러면서 상대가 누구인지 캐묻고 의심이 갔던 행적에 대해 확인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단서라도 잡히게 되면 추궁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외도 사실을 인정하게 되어 험난한 부부갈등이 시작되기도 한다. 다행히 친밀함의 지나친 표현이라 생각하고 오해가 풀려 무사히 넘어가기도 하는데, 배우자의 의심이 깊어지면 사실과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다. 그동안 늦게 들어오거나 출장 간다고 했던 것이나, 이상한 전화가 왔다고 느꼈던 것들이 이번 일과 맞물려 깊은 관계로 발전된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스스로 질투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만든다.

한번 의심이 시작되게 되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것과 관련지어 생각하게 된다. 길을 가다 이웃 여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어도 둘이 사귀는 사이로 의심을 하거나, 귀가가 늦는 날이면 다른 여자를 만나지나 않나 의심해 자주 전화 해 확인하려한다. 연락이 안 되는 날이면 의심이 더욱 심해져 거의 사실로 확정 짓기도 한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안정을 못하고 상대방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기도 한다. 직장 여직원과의 관계를 의심하게 되면 그 여직원에게 연락해  따지는 중증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 여직원이 유부녀라면 그녀의 남편에게 연락해 남의 가정에 분란을 일으키게도 된다. 자동차 안에서 터럭이라도 하나 발견되면 여자의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하여 남편을 의심하거나 음모라고 생각하여 카섹스를 의심하기도 한다.

남자의 경우 나이가 들어 정력이 떨어졌을 때, 아내가 화려하게 차려입고 바깥 활동을 늘리게 되면 의심하기 사작하기도 한다. 딴 남자가 생겨서 집안일보다도 바깥일에 바쁘게 다니는 것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전화내역이나 SNS내역을 확인하고 아내의 활동 동선에 대해 의심을 품어 틈을 안 주려고 직접 따라다니기도 한다. 아내의 외도에 대한 확신이 굳어지게 되면 아내의 성기 부위의 색깔이 달라졌다고도 하고 아내의 질 검사를 주장하기도 한다. 여자의 경우에는 남편이 잠자리를 피하는 것을 어디서 바람을 피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단서를 잡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에서 오셀로는 그의 아내인 데스데모나의 불륜을 의심하여 그녀를 죽이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서 착안해 정신과에서는 부인 또는 남편이 상대방의 정조를 의심하는 망상성 장애를 ‘오셀로증후군’이라 부른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처럼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를 의심하고 그러한 잘못된 믿음이 아무리 설득해도 고쳐지지 않는다면 의학적으로는 ‘질투형 망상장애’에 해당된다. 편집성 인격장애, 알코올 중독, 조현병 그리고 치매나 우울증에서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감별이 필요하다. 특히 편집성 인격장애는 단순히 배우자를 의심해서 뒷조사를 하고 폭력적인 행동 등을 자주 보이거나, 배우자뿐만이 아니고 타인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믿지 못하고 의심을 하며, 타인의 동기에 악의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편집성 인격장애의 경우 나중에 질투형 망상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발병 연령은 주로 중년에 나타나지만 그 이전이나 노년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성취감이 낮고 열등감이 있을 때 더 잘 나타날 수 있다.

질투형 망상장애가 지속될 경우 폭력적인 행동으로 발전하여 타살이나 자살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주위에서 도와야 한다. 가능하면 외래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환자의 협조가 어렵거나 자타해의 위험이 클 때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그 증상 외 다른 면에서는 극히 정상인처럼 지내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당사자의 고통과 괴로움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치료가 늦어지기도 하고, 환자가 자신의 생각이 정당하고 옳다고 강하게 믿고 있기 때문에도 치료적인 접근이 어렵게 된다. 또한 이 환자들은 의심이 많고 냉담하기 때문에 치료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매우 어렵고, 치료자도 환자의 망상 속의 한 인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접근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어떻게든 환자가 치료의 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망상에 대해 처음부터 바로잡아 주려고 하기 보다는 환자와의 치료적인 신뢰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환자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부부사이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환자가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가족들도 환자의 잘못된 믿음에 대해 지적하면서 환자를 코너로 몰지 말아야 하며, 환자가 가능한 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고 고립되거나 배척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도록 해야 한다.  

약물치료가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에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환자가 약물치료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고 피해사고를 가질 수가 있어 약물치료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의 어려움이 있다. 

이처럼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당사자 입장에서 치료과정이 까다롭다. 그러나 어려운 치료과정이 잘 이루어지고 서로의 믿음 안에서 의구심을 풀어나간다면 차츰 갈등이 해소되고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회복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하나정신건강의학과 권호식 원장>


정리=김정아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