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고래 잡으러’친숙한 국민 애창곡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동해에는 고래들이 살고 있다. 고래가 동해의 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어부에게도 쉽게 눈에 띄지않지만 울산에는 귀신고래의 모습이 담긴 암각화가 있다. 동해의 귀신고래는 매년 이맘때쯤 울산 장승포에서 축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를 찾기 위해 장승포로 떠나보자.


오는 17일부터 나흘간 울산 장승포에서는 고래축제가 열린다. 올해 13번째를 맞는 울산 고래축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단체, 언론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역에서 가장 큰 행사인 셈이다. 때문에 볼거리, 먹을거리 등 여러 가지 즐거움을 갖춘 축제로도 유명하다.

고래의 크기는 예로부터 인간들에게 신비감을 안겨줬다. 이는 다양한 고래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잘 나타났다.

울산 암각화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유일한 수렵어로 미술 암각화이다. 그림 자체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제작한 절대연대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법이나 외국의 유사한 유물 등을 통해 신석기 후기에서 청동기 전기 정도로 그 연대를 추정하고 있다.

황상일 경북대학교(지리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고래연구소에서 열린 ‘고래와 문화 학술 심포지엄’에서 “반구대 암각화는 해안선이 전진했던 후빙기인 6000~7000년 전 제작되기 시작해 해수면의 하강으로 고래어장이 멀어진 3000년 전까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귀신고래의 천국 동해
울산 장승포의 고래이야기를 들어보면 귀신고래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무서운 이름이지만 귀신고래라는 이름은 동해로 나섰던 사람과 고래의 관계를 상징한다.

귀신고래는 바다 밑바닥 진흙 속에 입을 박고 먹이를 찾다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위로 불쑥 떠올라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사례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항해술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귀신고래를 보고 뭍에 가까이 온 것을 짐작했을 것이다. 숨쉬기 위해 수면위로 떠오른 곳이 울산 장승포와 멀지 않은 바다였을 테니까. 고래가 공포의 대상이면서 바다에 나선 사람들의 안내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울산 장승포에는 국내 최초로 세워진 고래박물관이 있다. 이곳을 찾으면 귀신고래를 실물크기로 만날 수 있다.

1층에는 고래 뱃속을 재현한 어린이 체험관이 위치해 있다. 2층 영상관에는 웅장한 몸을 뒤척이며 물줄기를 내뿜는 고래를 입체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다. 박물관 3층으로 자리를 옮기면 귀신고래를 여러 가지 테마로 꾸며 놓은 귀신고래관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이 박물관에는 특이한 곳이 있다. 박물관 앞 ‘극경회유해면’이라는 해수면이다.

이곳은 일반 해수면인데도 천연기념물 126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극경은 귀신고래의 일본식 표기인데 귀신고래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바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울산 장승포 앞바다가 얼마나 많은 귀신고래들이 출몰했는지 짐작케하는 단어이다.

100년 전 미국의 포경선들이 작성한 어업일지에도 동해에 귀신고래가 살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본 어업자료에도 1890년대 후반 포경선들이 동해에서 귀신고래 떼를 목격한 사례가 있다.

울산 장승포의 고래 역사는 18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나가사키항을 근거로 활동하던 러시아 포경회사가 잡은 고래를 해체하기 위해 장승포항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다.

1940년대 들어 일본이 장승포 등에 포경회사를 차리면서 울산지역 포경업이 활기를 띠게 된다.

그러나 무분별한 포획으로 동해에 서식하는 고래들은 씨가 말라 멸종위기를 맞게 된다. 우리나라 정부는 1978년 국제포경위원회에 가입했고 이후 상업포경금지에 따라 현재까지 포경을 금지하고 있다.


축제 17일부터 나흘간 장승포 일대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빠진 장승포 귀신고래와 인간과의 공존을 위해 시작된 것이 울산 고래축제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도 매주 한차례 이상 울산 앞바다를 중심으로 회유 고래 종류와 경로 등에 대한 연구를 벌이고 있다.

울산시와 고래축제위원회는 올해 고래축제를 국내 유일의 고래정보 수집과 관찰, 체험이 가능한 축제로 만들 예정이다.

이번 축제는 ‘고래, 울산을 꿈꾸다’주제아래 소통과 공존의 컨셉트로 행사가 진행된다.

축제는 17일 오후 5시 울산 반구대 암각화 현장에서 고래축제 열림굿이 열린다. 이날 밤 9시부터 한시간 동안 도심에서는 대형 고래 모형을 앞세운 거리 퍼레이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튿날 오전부터 고래퀴즈대회, 극경회유해면 탐사가 이어지며 저녁 7시부터 개막식과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축제준비단은 이번 축제를 교육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강화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고래의 가치를 공유하는 생태문화, 생태환경도시로서의 울산이미지 강화, 고래관련 문화인프라를 연계한 문화관광 등을 준비 중이다.

축제 행사 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고래 소망등 만들기, 고래판화 스크래치, 고래 비누 만들기 등이 관광객을 맞는다.

또 일반 관람객들이 직접 만든 깃발로 고래의 이미지를 완성, 거리 행진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축제에는 고래영화상영회가 열린다. 고래와 바다를 주제로 하는 웅변대회·고래춤 경연대회·울산말 경진대회·전통과 현대예술의 만남인 ‘퓨전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축제기간 이어진다. 해양수산청, 해양경찰서, 업체들이 참여하는 홍보 전시관도 볼거리 중 하나다.

축제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오전 9시부터 3시간동안 고래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중국 기예단 공연과 고래 가요제가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밤 9시 폐막식에서는 화려한 레이저 쇼가 선보인다.

나흘간 다양한 볼거리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만큼 미리 고래축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일정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심세훈 울산고래축제 사무국 홍보팀장은 “국내 유일의 고래축제인 만큼 우리나라 고래정보를 알리는 동시에 울산을 생태환경도시로 부각시킬 계획” 이라며 “이번 축제가 바다에서 고래를 직접 볼 수 있는 관경(觀鯨)관광상품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울산고래축제(www.wh alek orea.com) 052-226-2294~5


#전시, 체험 홍보행사 _

전 시 : 고래의 귀향 깃발전, 국토사랑 사진전, 배미니어처전, 바다사진전
참 여 대 회 : 퀴즈고래박사, 고래 골든벨, 고래고함 지르기, 고래줄 당기기, 고래춤 경연, 사투리 경연
참여·체험 : 고래만들기(종이, 레고, 점토, 비누, 판화스크레치, 페이스페인팅)
공예(설탕, 유리, 초, 짚풀, 목, 토피어리, 매직, 풍선아트, 코스프레 등
홍 보 부 스 : 남구청/일본 재대도시/울산 기업체/울산지방해양수산청
해양경찰서/해군함정, 해경소방정 승선행사
먹 을 거 리 : 한·일고래 맛자랑/지역특산물 먹거리 장터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