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후임으로 12일 만에 한병도 전 정무비서관이 임명됐다. 호남 출신의 초선의원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특유의 친화력으로 국회와 청와대 가교 역할에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반면 보수야당에서는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3기 의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임수경 평양 방문을 함께했다는 점을 들어 ‘전대협 출신·운동권’인사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전임 수석이 3선의원이었지만 초선 의원으로 야당 공감대를 이끌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당장 2018년 예산안 통과가 한 수석의 당면한 최대 과제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 청와대 ‘운동권’ 출신 전면 등장 임종석 ‘운신 폭’ 커져
- 호남 초선, 특유의 친화력 ‘강점’- 한국당 ‘NL’ 비판
 

문재인 대통령은 11월28일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후임으로 한병도 정무비서관을 승진시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임명 배경으로 “신임 수석은 17대 국회의원 경험과 정무비서관 활동에서 보여준 것처럼 국회와의 소통에 적임자”라며 “특히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분으로 대통령의 진심을 국회에 잘 전달할 분”이라고 밝혔다. 한 수석 또한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국회와 청와대 간 소통의 다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원광대 총학생회장... 임수경 방북 조통위원장
 

한 수석은 국회의원 선수는 낮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참모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과는 2012년 대선 캠프 조직을 맡아 문 대통령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2015년 2.8 전당대화에서 ‘조직의 귀재’라는 별칭에 걸맞게 탄탄한 조직을 지닌 박지원 의원에 맞서 문 대통령이 당 대표가 되는 데 적잖게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 그룹인 ‘마포 광흥창팀’에서 조직을 맡아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기여했다. 광흥창팀 주요 멤버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한 수석,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신동호 연설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조한기 의전비서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오종식·탁현민 행정관 등이다.
 
광흥창팀 멤버 중 청와대 밖 인물은 ‘3철’중 한 명인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 정도이니 핵심 중의 핵심 인물이다. 여권에서는 ‘광흥창팀’을 ‘친문(親文)’으로 보기보다는 ‘진문(眞文)’으로 볼 정도로 문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수석은 전북 익산이 고향이고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89년에는 민주화 시위 주도 혐의로 투옥된 바 있다.
 
국회 입문은 2004년 17대 총선(익산갑)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이후 재선에 실패한 한 수석은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이사와 노무현 재단 자문위원,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정무특보 등을 지냈다.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국민명령정책참여본부장을 맡았다.
 
한 수석을 알고 있는 여권 인사들은 초선이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조직 관리를 장점으로 보고 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술을 한 병도 못 먹어서 이름이 한 병도”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술자리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초선에 50대 초반이지만 이런 장점으로 17대에 함께 등원했던 여야 중진의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왔다. 또한 정무비서관으로 6개월간 여야 의원들을 두루 접촉한 점도 내부 승진하는 데 한몫했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설명이다.
 
여당 내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이런 한 수석의 임명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80년대 운동권 출신인 정청래 전 의원은 11월2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 수석에 대해 “문재인 후보 시절부터 전국을 돌며 경선 본선을 승리로 이끈 조직가”라며 “민주당 동지들에게 두루두루 사랑받고 신뢰받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민족해방(NL)전대협 3기 출신 청와대 ‘약진’
 
또한 정 전 의원은 “친화력이 좋은 사람, 술 한잔도 못하지만 술자리 분위기를 깨지 않는 친화력이 돋보이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대학생 시절인 1989년 10월13일 미국 대사관에 들어가 반미 구호를 외쳤다가 징역 6년을 선고 받았고 1995년 8월15일 김영삼 정부의 광복 50주년 기념 8.15 특별 사면 때 복권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수석의 전면 등장은 ‘광흥창팀’ 특히 ‘전대협 운동권’ 출신들의 청와대 장악이라는 평가를 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이미 청와대 1기 멤버에는 임종석 실장과 함께 전대협 출신(1987년~92년, 1기~6기)의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
 
대표적으로 청와대 요직에 있는 인사로 임 실장을 제외하고도 국민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윤건영 국정상황실장과 권혁기 춘추관장, 부산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송인배 제1부속실장,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유송화 제2부속실장 등이 있다.
 
특히 전대협 3기를 이끌던 전대협 출신들이 눈에 띈다. 임 실장과 한 수석 외에도 임 실장 한양대 1년 선배인 신동호 연설비서관은 전대협 문화국장을 지냈고 유행렬 자치분권비서관실 행정관은 전대협 3기 중앙위원을 역임했다. 또한 오종식 정무기획비서관실 선임 행정관은 제주도 출신으로 고려대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지내 임실장과 같은 NL(민족해방)출신이다.
 
이러한 구성으로 청와대 비서실은 더 젊어지게 됐고 임 실장의 활동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무수석 자리가 비서실장 산하 5개 수석실(정무·민정·사회혁신·국민소통·인사)중 선임으로 비서실장 부재 시 대행할 수 있는 중책이기 때문이다. 반면 여권내 한 인사는 “개인적으로 두 사람이 가까울 수는 있지만 임 실장과 한 수석을 상하 관계나 ‘한 몸’으로보기는 어렵다”며 “한 수석은 임 실장과 다른 독립된 영역이 있는 인사”라는 평가도 있다.
 
“임종석 활동 반경 넓어져”vs“독립된 영역 인사”
 
한 수석이 원광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시기가 전대협 3기 의장이자 한양대총학생회장이던 임 실장이 두각을 나타냈던 시기이자 1989년 전대협 산하 전북지역 조국통일위원장을 맡아 임 실장과 함께 임수경 씨를 방북시켰던 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우려감도 표출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한 수석 임명 당일 “전대협 운동권 아니면 사람이 없느냐”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전 대변인은 “한병도 정무수석은 전대협 3기 전북 지역 조통위 위원장을 맡았던 전력이 있는데, 3기 전대협 의장이 바로 임수경을 북한으로 보냈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며 “문 대통령이 결국 전대협·운동권 출신 비서관의 승진 자리로 정무수석을 채우는 현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전 대변인은 “이 정부의 지분이 누구에게 있는지, 이 정부의 진짜 주인인 누구인지에 대한 의구심에 스스로 답을 보여주고 있다”며 “80년대 전대협, 그들만의 회합장으로 전락해 가는 청와대의 모습을 보며 문재인 정부 아래 대한민국의 운명을 우려한다”고 쓴소리를 보냈다.
 
보수정당의 전대협·운동권 출신이라는 우려를 불식해야 하는 한 수석은 당면 과제도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당장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한 수석의 예방을 받고 새해 예산안 처리 문제를 비롯해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추 대표는 “정기국회(예산안 처리시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새 정부 예산을 통과시켜야 하는 그런 중차대한 순간에 있는데, 이제 한 수석이 전면에 나서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면과제 ‘산적’
새해예산·개헌·
선거법 개정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예방한 한 수석에게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다”며 “문재인 정부 6개월 지나 실질적 결과를 낼 시점이고 예산 정국, 실질적 선거법 개정이나 개헌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하는 3가지 시간이 겹쳤다”며 야당과의 폭넓고 깊은 소통을 당부했다.
 
주요 프로필
■ 1967년 전북 익산
■ 북일초등학교
■ 원광고등학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학 학사
■ 원광대 총학생회장
■ 17대 국회의원
■ 한·이라크 우호재단 이사장
■ 민주정책연구원 이사
■ 노무현재단 자문위원
■ 민주통합당 당무위원회 위원
■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실 정무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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