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계파 싸움’ 安 ‘통합 내홍’에 劉 ‘보수 구심점’ 노리기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통합을 타진하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최근 ‘정책연대협의체’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정책 연대’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안보’ 정책에 대해선 극명한 이견차를 노출한 데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이 통합 문제에 집단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은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자유한국당도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계파 싸움을 표출하는 등 보수 진영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개혁 보수’를 주창하는 가운데 국민의당의 ‘통합 구애’로 몸값이 오른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과의 ‘정면 대결’을 선언하는 한편, ‘러브콜’을 동시에 보내면서 한국당 옥죄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바른 정책협의체 출범, ‘안보’ 이견·초선 집단 반대 ‘흔들’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앞두고 내분 격화…劉 “우리 쪽으로 와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지난달 29일 정책연대협의체를 출범하며 통합 시나리오 첫 번째 수순인 정책 연대에 돌입했다. 당초 통합으로 직진하려다 내부 반발에 부딪힌 국민의당은 선(先) 정책 연대로 우회하면서 잠시 숨을 골랐다.
 
이들은 협의체 출범 첫날 방송법 등 9개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에 합의하고, 특히 5?18 진상규명 특별법 논의에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는 등 순항하는 모습이었다. 유승민 대표는 이날 5·18 특별법에 대해 “구체적 의혹에 대한 객관적 조사라면 우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초선 반발로 安 리더십 추락
‘안보 정책’ 이견 극명

 
하지만 두 당의 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안보 문제’에 대해선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국정원은 같은 날 기관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대공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국회 정보위에 제출했는데,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국정원이 제출한 대공수사권 폐지는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바른정당 유의당 수석대변인은 개정안에 대해 “대공수사 능력, 국가안보수사 능력을 무력화하려는 듯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유 대표도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면 간첩과 테러범은 누가 잡겠나”면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국정원을 왜 두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해 안보 사안을 두고 극명한 이견을 노출했다.
 
또 이날은 북한이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5형’을 발사한 날이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만이 해법이다. 지금은 대화를 입 밖에 꺼낼 때가 아니다”라고 대화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은 잘 알려진 대로 강한 제재와 압박 가운데서도 대화의 문은 열어 놓아야 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내부에서 초선 의원들이 집단으로 ‘통합 반대’ 의사를 밝혀 정책 연대 초반부터 급격히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김경진·김광수·김종회·박주현·윤영일·이용주·이용호·장정숙·정인화·최경환 의원 등 10명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양당 정책협의체가 통합을 위한 매개기구가 될 수 없음을 천명한다”면서 “통합을 추진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호남 중진에 이어 초선 의원들까지 집단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안 대표의 리더십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승민 대표가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는 점도 국민의당을 흔드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유 대표가 최근 MBC라디오에서 “아무 희망도 변화도 없는 한국당과는 통합하지 않는다”라고 했으나, 이는 ‘현재의 한국당’과 추진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변화가 있거나 또는 일부 세력이 바른정당으로 넘어온다면 안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 유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구시당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과의 연대·통합에 대해 “장·단기를 떠나서 한국당이 환골탈태하는 그런 변화를 한다면 그건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 지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당과의 보수 통합이 우선”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 운운하는 것은 인격 모독”이라고 했지만, 안 대표가 밝힌 ‘빅텐트’에 향후 한국당도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 압박 나서는 劉
‘추가 탈당’은 불안 요소

 
이런 가운데 탈당 사태를 겪으며 쪼그라든 당을 이끌게 된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범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노리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따른 뇌물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데다, 12월 12일로 예정돼 있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도 친홍(親洪)과 비홍(非洪)으로 계파 갈등을 노출하는 상황도 이를 부추기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유 대표는 대구시당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한국당과 정면 대결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의 지지율 상승이 당 재건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한국당과의 차별화 전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유 대표는 또 한국당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며 한국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지금 부패 사건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검찰에 불려나가는 데, 언젠가는 바른정당으로의 대탈출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이틀 뒤 30일 최고위에서도 “뜻있는 분들이 한국당을 탈출해서 바른정당으로 오는 게 맞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 대표가 범보수 진영에서 홍 대표와 안 대표를 제치고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근소한 차이로 유 대표가 홍 대표를 눌렀으며 호남 지역에선 안 대표를 2배 넘게 따돌렸다.
 
다만 현재 국민의당 내부에서 통합 반대 의견이 분출하며 ‘중도 보수 통합’ 논의가 다시 난항을 겪고 있고,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바른정당에서 ‘추가 탈당’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유 대표의 불안 요소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최근 TBS라디오에 나와 “바른정당은 11석이 아니라 제가 예측한 대로 곧 5-6석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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