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쇄신’ 나섰지만 여론 반응은 ‘글쎄?’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과연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칼을 빼들면서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쇄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론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공사 내 고질적인 연고주의와 차별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고 채용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일부 임직원 교체만으로 해결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6년 산업부 감사에서 이미 한 차례 권고 조치
‘시정’ 없이 부당 채용·뇌물수수 비리 계속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채용·뇌물수수 비리는 지난 4월 내부자 고발로 세상 밖에 드러났다. 2015~2016년 공개채용 과정에서 박기동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과 인사담당자들이 임의로 면접 점수를 조작했으며 지인의 청탁을 받아 부당 채용했다는 내용이었다.

박 전 사장 등 관련자 15명은 인사 채용 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와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9월 27일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사장은 2015년과 2016년 공채 과정에서 면접평가표 조작 등 방법으로 여성 지원자를 떨어뜨리거나, 지인 청탁으로 특정 지원자들을 합격하게 하는 등 인사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임직원 5명과 공모해 면접자 31명의 점수를 조작, 불합격인 남성 13명을 합격시키고 이미 합격한 여성 7명을 불합격 처리했다. CEO스코어가 최근 발표한 가스안전공사 4년간 여성신규채용 추이를 살펴봐도 2012~ 2016년 여성 신규채용이 38% 감소했다.

박 전 사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이사와 사장직을 맡으며 납품과 승진, 대통령 표창 추천 등 대가로 업체 및 부하 직원으로부터 1억331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박 전 사장은 지난달 2일 열린 첫 공판에서 채용 관련 업무방해와 뇌물수수는 인정했지만, 채용 관련 부당 청탁 관계는 부인해 향후 피고인과 검찰의 법리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문제는 이러한 비리 행위에 대해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과 가스안전공사의 보여주기식 대처가 계속될 경우 국민들의 지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나서 내부 감시 시스템을 보장하고 채용비리 관련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중론이 모아지는 이유다.

앞서 2016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체 산하기관 40곳 중 17곳을 상대로 인사채용을 점검했으며, 이때 이미 한 차례 가스안전공사가 2015년 상반기 정규직 채용과정에서 예비합격자 순위를 조작해 최종합격자를 임의 변경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가스안전공사는 예비후보자 중 ‘동일 출신학교 중복자 후순위 배정’ ‘특정 학교 출신 후보자 우선순위 배정’ ‘남성 직원 적합 업무 여성 후순위 배정’ 등 불합리한 사유를 들어 최종 단계에서 순위를 조정, 최종 합격자 중 5명이 당초 순위로는 추가 합격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산업부는 가스안전공사 등 문제성 기관들을 형사고발하는 대신 경고, 개선·주의 요구, 권고 처분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본지는 당시 형사고발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기 위해 산업부 감사원 측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특별대책위 구성 등 조직 쇄신 움직임

한바탕 홍역을 치른 가스안전공사는 지난달 21일 조직쇄신·정상화 특별대책위원회(TFT)를 발족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등 시민단체와 내부 관계자들로 꾸려진 특별대책위는 12월 말까지 채용시스템을 비롯해 조직, 인사, 평가, 검사 등 전반적인 자체 혁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 9월부터는 인사·채용시스템 개선 컨설팅 용역을 통해 개선안 도출에 힘쓰고 있다. 현재 최종 검토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 개선안은 ▲채용 전 과정 블라인드화 ▲채용전형 외부위탁과 면접 외부위원 확대 ▲세부 채용가점 규정화 등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대책이 주요 골자다.

오재순 사장직무대행은 “최근 발생한 채용 문제는 40여 년간 쌓아온 가스안전관리 노력과 성과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공사를 사상 초유의 위기에 빠뜨렸다”며 “업무 전반에 걸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고강도 혁신을 실시, 위기를 조직 쇄신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가스안전공사의 특별대책위 발족과 관련해 “시스템 개편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사람이 문제다” “특별대책위 안에도 채용비리 연루된 사람이 없을까” “매일 말만 혁신” 등 댓글이 달린 상황이다.

가스안전공사 내에서도 물음표를 던지기는 마찬가지다. 내부의 한 관계자는 “특별대책위를 만든다고는 했으나 얼마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라며 “또 방안이 수립된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가스안전공사는 신임 사장을 선임 중이다. 지난달 28일 최종 후보로 김지윤 중앙대 교수, 김형근 전 충북도의회 의장, 김충환 전 감사원 실장, 김영식 가스안전공사 비상임이사, 김성문 전 가스안전공사 기획관리이사 총 5명을 압축했다.
가스안전공사는 이르면 올해 안에 사장이 선임되는 대로 쇄신안과 조직 개편을 단행, 조직 정상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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