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폐차 지원금 최대 770만 원에 불과…현실성 있게 조정해야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우리나라에서 운행되는 화물차 10대 중 절반 가까운 4.3대가 차령(車齡) 10년이 넘은 노후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이크 고장 등 안전 운전도 큰 문제지만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노후화물차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조기폐차 지원금 지급 등 노후 차량의 미세먼지 줄이기 정책에 나섰지만 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국내에 등록된 차량 2241만7307대 중 출고된 지 10년을 넘긴 차량은 전체의 32.3%인 723만2186대다. 10대 중 3대꼴로 10년 이상 된 차인 셈이다.

특히 화물차는 전체 353만5377대 중 43.1%인 152만4332대가 10년 이상 된 차량으로 10대 중 4.3대가 노후 화물차다. 승용차 노후차량 비율인 30.2%보다 12.9%포인트나 높다.
 
화물차, 차령 제한 없어
 
화물차의 노후 차량 비율이 승용차보다 훨씬 높은 것은 차량이 주로 생계형으로 사용되고, 출고된 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의무적으로 폐차해야 하는 영업용 승용차나 승합차와 달리 별도 차령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택시를 비롯한 영업용 승용차는 배기량과 용도에 따라 출고 후 3년6개월∼10년, 영업용 승합차는 9년∼10년6개월이 지나면 폐차해야 한다. 임시검사를 받은 결과가 기준에 부합해도 운행연장 기간이 최장 2년을 넘지 못한다. 영업용 승용차·승합차는 출고 후 최장 12년6개월 이내에 모두 폐차되는 것이다.

반면 화물차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1998년 영업용 차량의 차령제한 제도가 폐지됐다. 이 때문에 10년 이상 된 노후 차량도 별다른 제약 없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노후 화물차는 배기가스 배출량이 많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차령 10년 이상의 화물차는 최근에 나온 차량과 비교하면 수십, 수백 배의 미세먼지 유발 물질을 내뿜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는 오래된 대형 화물차 1대가 지금의 화물차 기준보다 22배나 많은 질소산화물을 내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차와 비교하면 무려 110배에 이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배출가스 문제를 해결하려면 질소산화물을 비롯한 미세먼지의 배출량이 다른 차종보다 월등히 많은 노후 화물차량 수를 줄이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노후 경유차를 퇴출시키기 위해 조기폐차 지원 예산을 2017년 482억 원으로 2016년 대비 57.9% 증액시켰다. 이를 친환경차 구매로 연결시키기 위해 전기차 보급예산을 증액하는 등 경유차 퇴출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화물운송업계 일각에서는 상용차가 아닌 승용차 위주의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10년 이상(05년 12월 말 기준)된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 보조금 지원율을 85%에서 100%까지 올리고, 지원금 상한액도 10% 인상했다.

구체적으로 포터, 스타렉스 등 총중량 3.5톤 미만 상용차는 150만 원에서 165만 원, 총중량 3.5톤 이상(6,000cc 이하)은 400만 원에서 440만 원, 3.5톤 이상(6,000cc 초과)은 700만 원에서 770만 원으로 올랐으며, 전 차종 모두 지원율도 85%에서 100%로 확대됐다. 또 경기도를 포함한 각 지자체도 지원 대상과 지원 금액은 예산에 따라 다르지만 조기폐차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노후 경유차 줄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로 레저용 경유차만
폐차

 
그러나 미세먼지를 풀풀 내뿜는 화물차보다 멀쩡한 레저용 경유차가 주로 폐차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의 한 폐차장에 가면 사고 차량 사이로, 멀쩡한 레저용 경유차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폐차장에 들어온 지 채 일주일도 안 된 조기 폐차 차량으로서 운전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고 외관을 봐도 큰 부식 없이 멀쩡한 모습이다.

정민수 차량 성능 검사원은 “이 차는 2005년식 레저용 차량인데 소리라든지 육안으로 봤을 때 상태가 아주 좋고 배출 가스 측정치도 정상이라 폐차하기에는 조금 아깝다”고 말했다.

지난 석 달간 조기 폐차 신청 차량은 4만여 대. 이중 미세먼지를 많이 내뿜는 화물차는 21%에 그치고, 레저용 경유차는 70%가 넘는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오염물질 과다 배출은 화물차인데, 이 조기폐차의 예산배정은 소형 레저용(RV) 차이기 때문에 지금 제도의 엇박자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조기 폐차에 레저용 경유차가 집중되는 건, 최대 400만 원에 가까운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3.5톤 미만 화물차는 조기폐차 보조금으로 165만 원을 받는 데 그친다. 그나마 4.5톤 노후 트럭의 경우 최대 77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와 동급 차량의 신차 가격은 1억 원 내외로, 차량이 주요 재산인 생계형 영세운송사업자가 보유 차량을 처분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특히 중대형 화물차의 경우 폐차 고철 값과 조기 폐차 지원금을 합해도 중고차로 파는 것보다 못하다.

때문에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는 화물차에 집중돼야 함에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기 폐차 정책은 경유 승용차 위주로 시행되고 있고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그만큼 반감되고 있다.

결국 정부는 국내 수송시장에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노후 화물차를 지목했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난관에 봉착해 있는 셈이다.

남준희 녹색당 정책위원은 “지금이라도 중대형 화물차의 조기폐차 지원금 상한을 현실화하고, 과거에 규제완화 차원에서 풀어줬던 영업용 화물차에 대한 차령 제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화물차주들은 “실제적인 신규 수요로 돌리려면, 정부의 일정 지원금 보다는 완성차 업체들이 스펙과 옵션사항을 줄인 경제형 모델을 내놓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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