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방조제 너머에는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여전히 섬이라고 불리지만 다리로 연결돼 마치 작은 하나의 섬나라처럼 느껴지는 곳. 느닷없이 바다가 보고 싶을 때 홀연히 찾아가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명소들이 가득하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서해바다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와 호수 사이를 가로지르는 11km가 넘는 시화방조제를 달리고 나면 어느새 보물 같은 풍경이 가득한 섬나라 산책이 시작된다.

한때 바다였던 평원 위에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은 저물어가는 계절의 여운을 즐기기 좋고,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구봉도 대부해솔길은 다채로운 해안 절경을 선사한다.

영흥도 십리포해변은 소사나무와 바다가 어우러진 이색적인 풍경을 만나볼 수 있는 곳. 물때가 맞으면 목섬으로 방향을 잡는다.

무인도로 이어지는 길에는 순수함과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보다 광활하고 거친 탄도바닷길의 해 질녘 풍경은 한나절 섬나라 산책에 붉은 마침표를 남긴다.
 
       섬나라로 가는 길 시화방조제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는 그 자체로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다. 바닷바람과 함께 펼쳐지는 바다와 호수의 탁 트인 전경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듯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스쳐 지나가기는 아무래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방조제 중간 지점에 위치한 시화나래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산책로를 따라간다. 작은가리섬이 공원의 일부가 되면서 홀로 바다에 남게 된 큰가리섬, 청자의 우아한 곡선을 연상시키는 오벨리스크, 태양전지로 불을 밝히는 정원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이 75m의 우주선 모양 달전망대에 오른다.
       전망대 한쪽에는 바닥이 투명 유리로 된 스카이워크가 기다리고 있다. 바다 위를 달린 뒤, 하늘 위를 걷고 있는 듯한 짜릿 함이 가득한 곳. 11.2km의 시화방조제를 지나 그 기분 그대로 섬나라로 들어간다.
 
       <Info> 큰가리섬과 작은가리섬 이야기
어부 석동과 보배는 서로 사랑해 부부가 됐다. 어느 날 바다에 나간 석동은 풍랑에 휩싸여 죽을 고비에 처하지만 용왕의 도움으로 풍랑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를 간절히 기다리던 보배는 이미 섬(작은가리섬)으로 변해 있었고, 이를 알게 된 석동도 뒤따라 섬(큰가리섬)이 됐다. 이를 안타까이 여긴 둥근 보름달이 가리비들로 다리를 놓아 둘을 만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춤추는 갈대밭 대부도 바다향기테마파크
 
시화방조제를 건너 대부도에 들어서면 바다 대신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진다. 지나가는 바람에 갈색 파도가 춤을 추듯 너울거린다. 원래 바닷물이 출렁이던 곳이 방조제의 건설로 갈대가 자라기 좋은 너른 습지가 된 것. 한적한 갈대밭 사이로 탐방로를 조성한 바다향기테마파크가 보인다.
      말이 끄는 꽃마차와 자전거, 전동차 그리고 무료로 운영되는 코끼리전기차가 입구에서 손짓하지만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과 보조를 맞춰 두 발로 탐방로를 걷는다. 바닷바람에서 시원한 바다향이 나고 물결치는 갈대와 그 위로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새들의 평온한 풍경을 두눈 가득 담으며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만끽해 본다.
      갈대밭 사이사이로 드문드문 자라난 나무들, 하얀 풍력발전기 그리고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단조로울 수 있었던 풍경의 여백을 심심치 않게 채운다.
      갈대밭 뒤쪽으로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은 아직 뿌리를 내린 지 오래지 않은 어린 나무들이지만 아쉬움 대신 다시 이곳을 찾을 날에 대한 기대감을 남긴다.
 
      <Info> 코끼리전기차
넓은 바다향기테마파크를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 바퀴 돌아보는 데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동 중 마음에 드는 곳에서 내렸다가 다음 차에 탑승할 수 있다. 운행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솔바람 부는 해안길 구봉도
대부해솔길

 
대부해솔길은 해안 비경을 감상하며 걷는 대부도 둘레길로 안산 제2경으로 꼽힌다. 7개 코스로 이루어진 대부해솔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해안 전경이 아름답고 걷기에도 수월한 구봉도 1코스.
     11km에 이르는 코스를 모두 걷지 않고 종현어촌체험마을에서 출발해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낙조전망대까지 돌아보기로 한다. 물 빠진 바다 너머로 선재도와 영흥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바다를 배경으로 낚시를 하거나 자전거와 산책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해안길이 한 번 크게 꺾이는 구간에는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우두커니 서서 인사를 건넨다. 고기잡이를 떠난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할매가 기다림에 지쳐 바위가 됐고 몇 년 후에 돌아온 할아버지가 바위가 된 할매가 가여워 함께 바위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할매바위와 할아배바위다.
     해안길 끝자락에는 개미허리처럼 잘록한 지형이 나타나는데 밀물이 되면 길이 잠기고 그 위로 배가 다니기도 한다. 개미허리 아치교를 건너면 나타나는 짧은 숲길,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와 파도 소리는 상쾌하고 숲을 지나온 바람에서는 맑은 솔향이 난다.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스카이워크를 따라가면 아름다운 낙조와 햇빛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된 구봉도 낙조전망대에 도착한다. 붉은 석양과 노을 대신, 섬과 바다 그리고 대교와 등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한낮의 파란 풍경을 두 눈 가득 담는다.
 
     CNN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섬 선재도 목섬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춤을 추던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선재도는 그만큼 맑고 수려한 풍경과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대부도에서 선재대교를 건너 선재도로, 다시 영흥대교를 건너 영흥도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선재도와 영흥도는 더 이상 섬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맑고 잔잔한 바다 위를 떠다니는 고깃배와 평온한 어촌 풍경에는 여전히 오래된 섬의 서정과 정취가 남아있다.
    선재대교를 건너자마자 보이는 목섬은 썰물 때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섬으로 CNN이 ‘한국의 아름다운 섬’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무인도에 물이 빠지면서 황금빛 고운 모랫길이 유려한 곡선을 이루며 섬과 섬을 잇는 황홀한 풍경이 펼쳐진다.
    선재도와 목섬을 잇는 바닷길은 갯벌이 아닌 단단한 모랫길로 돼 있어 두섬 사이를 걸을 수 있다. 고운 바닷길 위로 갯벌체험을 하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트랙터가 달리는 풍경은 꽤나 이색적. 곱게 드러난 바닷길 위로 손을 잡고 느린 발걸음을 옮기는 연인과 가족들의 모습이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가만히 가슴에 남는다.
 
    바다 옆 소사나무숲, 영흥도 십리포 해변
 
웅장한 영흥대교 끝에서 포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진두선착장이 눈에 들어온다. 영흥대교가 놓이기 전까지 영흥도는 인천항에서 뱃길로만 닿을 수 있던 곳이었다.
   대부도에서 선재도를 거쳐 영흥도까지 차로 하루 만에 돌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진다. 목적지인 십리포해변은 선착장에서부터의 거리가 십리에 이른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도로의 정취를 즐기며 도착한 십리포해변은 동해바다처럼 물이 맑고 넓은 모래사장과 함께 시원한 바다 전망이 더 없이 시원스럽다. 굵은 모래로 된 단단한 해변은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산책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해변 뒤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사나무군락지가 소나무 숲을 대신해 방풍림의 역할을 한다. 구불구불하게 뻗어나간 나뭇가지들이 묘한 운치를 풍기며 해변 끝의 바위절벽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라있다.
   그 바위절벽을 따라 데크길이 조성돼 있다. 척박한 바위 위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소사나무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더욱 멋스럽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새하얀 조개껍데기들이 파도에 밀려와 하얀 백사장을 이루고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내어준다.
 
지나치기 아쉬운 대부도 명소
 
▲ 종이미술관
종이미술관은 한국 최초의 종이 조형 미술관으로 종이와 미술을 소재로 다양하게 표현되는 공예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2층 전시관에서는 화병, 문갑, 서랍장 등 생활용품을 비롯해 국내외 종이 작가들의 수준 높은 종이 공예를 만날 수 있으며, 연중 다양한 기획전이 개최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지하 1층 전시관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전시관을 비롯해 아트숍, 카페, 자연과 조형작품이 어우러진 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술관 마당에 자리 한 한옥에서 숙박 체험이 가능하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남로 233.
 
▲동주염전
동주염전은 1953년부터 염전을 시작해 오늘날까지 재래방식으로 소금을 채취하며 정통 천일염의 명맥을 잇고 있다.
  이곳에서는 다른 염전들처럼 장판지를 사용하지 않고 옹기조각을 깔아 만든 염전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데 맛과 품질이 우수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일염보다 월등히 높은 미네랄 함유량을 자랑한다. 직접 염전에서 소금을 채취해볼 수 있는 체험 학습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으며 먼저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학습한 후 직접 염전에 들어가 소금을 채취해보는 순서로 진행된다.
  아이들은 물론 연인이나 가족, 외국인까지 누구나 즐겁게 체험할 수 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동주길 18.
 
▲유리섬박물관
이탈리아 베니스의 무라노 섬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리공예 성지이다.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자리한 유리섬박물관은 한국의 무라노를 꿈꾸는 곳으로 말 그대로 유리공예를 위한 예술 공간이다.
  유리섬박물관은 크게 맥아트 미술관과 아트샵 BODA, 유리미술관, 유리조각공원으로 나누어진다. 유리섬박물관의 중심인 유리미술관은 다양한 유리 공예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유리공예 시연장과 체험 장까지 갖춘 복합공간이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부흥로 254 Glass Island.
 
  이국적인 일몰 풍경 탄도 바닷길
 
어슴프레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마지막으로 대형 풍력발전기 세 대가 나란히 하늘과 맞닿아 있는 탄도항에 다다랐다. 머리 위에 있었던 해는 어느새 서쪽 바다의 이름 없는 섬들 위로 자리를 옮겨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볼에 차갑게 닿는다.
 마침 물때가 맞아 등대전망대가 있는 누에섬까지 바닷길이 시원하게 열렸다. 안산 9경 중 하나로 꼽히는 탄도 바닷길. 길을 따라 누에섬으로 걸어가는 동안 나란히 늘어선 100미터 높이의 풍력발전기들은 하얀색에서 붉은색으로 다시 검은색으로 변하다가 붉은색과 검은색, 두 가지 색이 농도만 달리해 바다와 하늘을 채색한다.
 매일 뜨고 지는 해지만 바다에서 보내는 해 질 녘의 한때는 언제나 특별한 기분을 선사한다. 하늘을 태워버릴 듯 붉게 이글거리던 해는 순식간에 수평선 아래로 모 습을 감추고 어스름이 내려앉는 바다를 뒤로 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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