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커질 만큼 커졌는데…의심의 눈초리는 여전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오는 18일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될 예정이다. 이는 비트코인이 제도권 시장에 진입한다는 의미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비트코인 투기와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등 가상화폐를 둘러싼 새로운 문제적 현상들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는 것과 관련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도 이와 관련 공청회 및 투자회를 열고 사고 대비가 한창이지만 아직 부정적 여론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당국도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의 선물거래를 금지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지만 광풍(狂風)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올해 10배 올라…투기판 우려
일본은 회계원칙 바꾸며 과세 기준 마련…국내는?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광풍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엇갈린다.

‘화폐나 금, 부동산 등 기존의 자산을 뒤집어 엎을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자산’이라는 평과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불었던 튤립 거품에 버금 가는 21세기의 거품’으로 나뉜다. 튤립 거품 사건은 과거 네델란드 튤립 재배의 열기가 투기 열풍으로 이어졌다.

튤립을 재배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튤립 뿌리의 거래에 나섰다. 뿌리를 사 두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돈이 생기면 튤립 뿌리를 사려고 발버둥쳤다. 그런데 1637년을 기점으로 급등하던 튤립 뿌리의 가격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네델란드인들이 이 사건으로 큰 재산상의 손실을 봤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한 어떠한 정의나 규제를 내리기를 꺼려해 왔다. 그런 행위 자체가 자칫 제도권에서 인정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격 고속행진에서 광투자 열풍

하지만 분명한 건, 금융 당국이 손 놓고 있는 사이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투기 열풍이 가장 뜨거운 나라가 돼 버렸다.

지난 11월 29일 비트코인 가격은 1341만 원(빗썸 거래소 1코인 기준)까지 치솟았다. 올해 1월 121만 원에서 1년도 채 되지 않아 10배 넘게 올랐다. 거래량도 급등했다. 11월 12일 하루 동안만 빗썸 비트코인 거래량은 6조5000억 원이었다. 코스닥 일일 거래량(2조4200억 원)의 두 배를 넘어선 것이다. 빗썸 비트코인 시가 총액은 지난 11월 27일 기준 180조원대로 코스닥(280조 원)의 65% 수준에 도달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0만 원대였던 비트코인이 갑작스럽게 주목받은 이유는 일본과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정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가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비트코인이 `현실 데뷔’를 선언한 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기업 보유자산으로 인정하며 제도권으로 완전히 편입시켰다. 새 회계기준에 비트코인을 담으며 발 빠르게 후속 조치를 이어갔다.

여기에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오는 18일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점도 상승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금이나 원유와 같은 자산 반열에 오르며 주류 금융시장에 당당하게 진입한 셈이다.

이러는 사이 크고 작은 가상화폐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것이 가수 박정운 씨가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는 사기사건이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가상화폐 채굴기 운영 대행 미국업체 관계자와 상위그룹 투자자 등 14명을 추가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같은 혐의로 마이닝맥스 관계자 3명을 구속하고 경남지방경찰청이 구속한 이 회사 관계자 1명의 신병도 넘겨받았다.

이번에 추가로 구속된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생성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많은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자를 모집한 뒤 이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규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가상화폐가 투기화되고 있고 거래량이 코스닥을 능가하는 등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왜곡 현상이나 병리 현상이 벌어질 것 같다”며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4일 오후 국회에서 학계와 법조계, 관계 전문가 5명을 초청해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공청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심사에 참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박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이용자들을 위한 보호장치 마련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경수 법무법인 위민 대표 변호사는 공청회 발제문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는 통신사업자 신고 외에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태”라며 “최소한 거래소에 대한 규제만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올해 6월 기준 국내 1일 총 거래액은 약 1조 원에 달한다”면서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해도 피해구제 방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발행 주체가 있고 가격상승 및 시세 차익을 약속하는 유사 코인과의 구분을 위해 ‘암호화폐’(Cryp to-currency)라는 엄밀한 용어의 사용 필요성과 함께 관련 규제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발제문에서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의 경우 제도권 편입이 가속되는 상황”이라며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자금결제법 제정 등으로 신기술 적응력은 물론 금융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 전문가로 나온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미국, 일본, 중국, 스위스 등 해외의 가상통화 관련 규정을 소개하며 법 개정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차 국장은 “가상통화는 국내법상 규제 대상인 화폐 지급 수단에 해당하지 않고 매매의 대상으로 거래되는 상품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해 입법 추진 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비트코인 선물거래 금지

한편 지난 5일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의 선물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는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는 만큼 선물거래는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증권업계에 전달했다.

금융위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국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증권사들은 오는 18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되는 것을 앞두고 투자자 유치를 위한 세미나를 계획했지만 금융위의 결정에 따라 취소됐다. 

 

T i p > 비트코인(가상화폐)란
비트코인은 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 실물 없이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전자화폐·가상화폐의 일종이다. 가상화폐는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를 가리킨다.

가상화폐는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화폐와 달리 처음 고안한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고, 실제 화폐와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유통된다.

가상화폐는 화폐 발행에 따른 생산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이체비용 등 거래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또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저장되기 때문에 보관비용이 들지 않고, 도난ㆍ분실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도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거래의 비밀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마약 거래나 도박, 비자금 조성을 위한 돈세탁에 악용될 수 있고, 과세에 어려움이 생겨 탈세 수단이 될 수도 있어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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