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눈치 보다 일부 제품 가격 내려… ‘꼼수 인하’ 논란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유한킴벌리가 사상 첫 생리대 가격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017 국정감사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폭리 취득 의혹 관련 조사에 착수하자 ‘보여주기식’으로 황급히 가격을 인하한 것 아니냐는 지탄이다. 또한 인하된 품목마저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인기 품목이 아닌 일부 프리미엄 제품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환경부가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생리대에 대한 건강영향조사에 착수할 방침을 밝히며, 차후 공정위의 조사 및 환경부의 생리대 유해성 검토 결과에 따라 유한킴벌리의 운명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보여주기식 가격인하”라며 소비자 반응은 ‘쌀쌀’
프리미엄 라인만 깎아… 인기 제품 쏙 빼 비판 가중


유한킴벌리의 ‘보여주기식’ 생리대 가격 인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한킴벌리는 내년 1월 1일부터 ‘좋은느낌 좋은순면’ ‘좋은느낌 오가닉 순면 커버 패드 생리대’ 공급기준가를 각각 6%, 11% 인하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유한킴벌리는 “국내 생리대 시장은 다른 나라와 달리 순면 커버 제품과 오가닉 순면 커버 제품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고, 프리미엄 라인의 판매 비중이 높다”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프리미엄 라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가격 폭리 관련 공정위의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것.

앞서 유한킴벌리의 독과점 논란은 계속돼 왔다. 생리대 업계 1위로서 실질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가격 설정을 통해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생리대 가격은 지난 7년간 약 2배 올랐다. 그 가운데 유한킴벌리는 2010년, 2013년, 2016년 3년 주기로 3차례에 걸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2013년에는 ‘화이트 슬일소(슬림, 일자형, 소형) 30’와 ‘화이트 슬일소 10’ 등 인기 품목의 패드당 가격을 53~59% 인상했다. 또 2016년에도 일부 제품의 가격을 20% 올리려다 반대 여론이 일자 철회한 바 있다. 하지만 이때도 주요 2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군의 가격은 ‘리뉴얼’을 명목으로 인상했다.

이처럼 유한킴벌리가 가격 인상을 주도하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논란이 일자 공정위는 폭리 취득 여부를 놓고 유한킴벌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 정책홍보담당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시작되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사안들이 있다. 유한킴벌리 건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기 제품 가격 인하” 촉구 확산

아울러 이번 가격 인하가 ‘꼼수’라는 지적도 빗발치고 있다. 2013년에는 인기 품목을 중심으로 패드당 가격을 20~59% 인상해 놓고, 이번에는 ‘일부’ 프리미엄 상품을 중심으로 단 6~11% 인하율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는 “우리나라는 프리미엄 라인의 수요가 높다”는 명목을 들어 ‘좋은느낌 좋은순면’ ‘좋은느낌 오가닉 순면 커버 패드 생리대’에 대한 가격 인하 조치를 취했지만, 정작 시장 점유율이 높은 품목은 제외돼 소비자 체감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은희(49) 씨는 “프리미엄 라인을 쓰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도 의문”이라며 “평소 사용하는 제품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이 가격을 내린다 해도 큰 감흥은 없다. 사실상 인기 품목의 가격을 인하해야 우리(고객)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한킴벌리는 주요 제품군의 판매율 비교표를 공개하고 판매율이 높은 제품의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해성 논란 여전 ‘물타기’ 의혹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생리대 유해성 논란’도 유한킴벌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3월 제기된 ‘국내 생리대 유해 물질 검출’ 논란은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폭넓은 역학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에 대해서만 유해성을 평가했던 기존 검사 외에 VOCs 74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급기야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건강피해 여부를 규명해 달라며 9울 18일 환경부에 청원, 환경부는 11월 29일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생리대에 대한 건강 영향 조사를 정밀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내달 예정된 조사 결과에 따라 유한킴벌리를 비롯한 생리대 업계의 운명도 좌지우지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생리대 제품에 대한 유해성 여부 논란이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유한킴벌리의 가격 인하 방침을 ‘물타기’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논란에 대해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고객들의 제품 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중저가 제품을 출시하는 등 여러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번 가격 인하 방침도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자 마련했을 뿐 공정위 조사 및 유해성 논란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칼날 겨눠야만 몸 낮추는 기업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이하 공정위)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덩달아 불공정 관행 등에 대한 공정위의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자 ‘눈치껏’ 한 발 빼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천시 영상문화산업단지 내 개점을 포기한 신세계백화점의 사례가 있다.
당시 신세계백화점 측에서는 원인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인천 전통시장 상인들과 인천시가 적극 반발하자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아무래도 최근 상생을 강조하는 정부와 공정위의 눈치가 보인 것 아니겠나”고 분석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공정위가 백화점업계 판매수수료 인하 현황을 공개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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