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상장 후 한진그룹 변화에 이목 쏠려

진에어 , 확보된 자금으로 기단 확대 등 수익성 강화에 총력
 
1위 제주항공, 진에어 공모가에 ‘도움’ 주고 상장 후 ‘타격’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국내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이하 LCC) 업계 선두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1위 ‘제주항공’과 2위 ‘진에어’는 서로 다른 전략으로 선두 자리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상장으로 자금이 확보된 진에어는 기단 확대와 서비스 강화 등으로 선두 자리 추격의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진에어의 상장 공모가에 주목할 점은 제주항공의 역할이 컸다는 점이다. 시가총액 1조 원에 돌파한 제주항공이 경쟁사지만 밸류에이션(기업 가치를 평가해 적정 주가 산정) 비교 기업으로서 진에어의 높은 기업 가치를 이끌어 낸 것. 특히 진에어는 상장 후 수익성 제고에 본격 나설 예정으로 조현민 부사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에어는 8일 유가증권에 신규 상장됐다. 앞서 진에어는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 등 주요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공개(IPO)를 선언했다. 진에어는 코스피 상장을 통해 아시아 대표 저가항공사로 도약한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진에어의 공모가는 3만1800원으로 약 950억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 자금은 기단 확대와 서비스 강화 등에 투입될 전망이다. 진에어는 저비용항공사 중 유일하게 중대형기 4대를 보유한 회사로 중대형기에 대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진에어는 2020년까지 중대형기 4대를 추가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진에어 측은 다른 저가항공사가 취항하지 못한 노선 개척, 슬롯 제한 노선을 투입해 수익 극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18년부터 다른 저가항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부가서비스 사업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기내식 요금을 별도 책정한 경쟁사들과 달리 진에어는 기내식과 위탁 수하물 서비스 등을 무료로 제공해 왔다. 이번 자금으로 수익성 강화를 위한 여객서비스시스템(PSS)을 도입해 수익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여러 브랜드와의 콜라보, 해외시장 진출 등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올해 3분기 매출 2335억 원, 영업이익 314억 원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의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66억 원, 404억 원으로 진에어가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것. 사업 초기부터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진에어는 탄탄한 기반과 자금력까지 갖추며 1위 제주항공과의 선두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도움 준 제주항공
 
저가항공업계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1위 제주항공은 진에어의 추격에 도리어 도움을 주고 있는 형세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9일 시가총액 1조 원을 돌파한 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주가 상승세에 웃은 곳은 진에어다. 진에어가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기업 가치 산정 과정에서 제주항공을 비롯한 6개 회사를 비교기업으로 꼽고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진에어는 최종 기업 가치를 1조 원 이상으로 책정했으며 할인율 5~20%를 적용해 희망공모가밴드를 산출했다. 진에어가 1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책정하는 데 제주항공의 주가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친 것. 다만 진에어의 상장을 앞둔 지난 7일 제주항공의 주가는 종가 기준 3만4600원으로 마감하며 시가총액 9080억 원을 기록해 타격을 면치 못했다. 제주항공은 진에어의 공모가에는 ‘도움’을 주고 상장 후에는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향후 경영 행보는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오빠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의 그림자 속에 가려져 주로 광고와 홍보 분야에서 활약해 온 조현민 부사장은 이번 진에어의 상장으로 한진그룹 내 영향력이 증폭될 전망이다. 진에어 상장 후 기업 규모가 커지며 한진그룹 오너 일가인 조 부사장의 향후 경영 행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특히 조 부사장은 지난 2013년 등기이사로 선임된 후 임기를 마치고 현재까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이번 상장을 계기로 등기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조 부사장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는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자회사 진에어의 상장으로 한진칼에서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조 부사장의 영향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진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워질 것으로 점쳐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조 부사장이 지난 4월 선임됐다는 점 등이 경영 전면에 설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서 한진그룹은 항공사업과 시너지를 노리고 호텔사업에 최근 3년간 10억 달러를 쏟아붓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비수기 중대형기 운항 노선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는 점과 다른 저가 항공사의 상장 예정 등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혀 진에어의 상장 후 고공행진 지속성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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