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부동의 1위 올리브영, 왓슨스·롭스 등 ‘추격’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유통업계가 ‘노다지’로 등극한 헬스앤뷰티(H&B)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22.5%의 성장률을 보인 H&B 시장은 향후 5년 내 3조 원의 시장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H&B 시장에 손을 뻗치는 대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부동의 업계 1위인 올리브영(CJ올리브네트웍스)을 비롯해 왓슨스(GS리테일), 롭스(롯데쇼핑)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도 프리미엄 H&B 브랜드 ‘부츠’를 개점하며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과도한 출점 경쟁에 애꿎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있을 건 다 있는 ‘만물상’… 고객 접근성·편의성 ↑
로드숍 間 경계 허물며 유통업계 판도까지 뒤엎어


2013년만 해도 5000억 원 규모였던 H&B 시장이 지난해 1조2000억 원까지 성장, 올해는 시장 규모 2조 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 내에는 3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H&B 시장이 이처럼 확장하는 데는 1인 가구 증가,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수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양한 물품을 한곳에서 접하고, 브랜드 간 품질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소비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어서 H&B 시장 규모도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일제히 H&B 시장에 눈을 돌리며 출점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은 1999년 첫 출점 후부터 지금까지 명실상부 업계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올해만 전국에 200여 개 매장을 추가로 개점하며, 총 938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후발 주자로 나선 GS리테일의 왓슨스와 롯데쇼핑의 롭스는 시장 진출 초기만 해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기업 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최근 주력 사업인 편의점·대형마트가 성장 한계에 부딪히자 H&B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뻗치고 있다. 왓슨스와 롭스는 각각 151개와 9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따라 제약업계에서도 H&B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동국제약은 자체 H&B 매장인 ‘메이올웨이즈’를 론칭해 신세계백화점 충정점에 입점, 자사의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제품인 ‘마데카크림’ 등을 선보이고 있다.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을 합성한 신조어다.

명품 화장품 입점 등 업계 경계 허물어

H&B 시장의 확대는 유통업계의 경계를 허물며 시장 판도까지 뒤엎었다. H&B 시장 형성 초기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만 취급하던 H&B 매장들이 추후 스낵·식품류에도 손을 뻗치며 편의점 업계를 자극하자 편의점업계에서도 화장품류를 취급하기 시작한 것.

CU는 소용량을 선호하는 편의점의 주 고객층에 맞춰 60ml 이하의 화장품을 들여오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에뛰드하우스의 여행용 미니 화장품을 론칭하는 등 저가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GS25도 비욘드, 아이소이, 온더바디, 아모레퍼시픽 등 30여 화장품 브랜드를 취급하며 유통망을 확장했다.

급기야 백화점의 전유물이던 명품 화장품 브랜드도 H&B 매장에 발을 뻗쳤다. 그동안 명품 화장품은 백화점에서만 유통되던 것이 업계의 불문율과 같았다. 이 때문에 H&B 점포에 명품 화장품 브랜드가 들어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영국의 프리미엄 H&B 브랜드 ‘부츠(Boots)’가 대표적이다. 부츠는 올해 5월 신세계가 국내 독점 운영권을 획득, 스타필드 하남점을 시작으로 현재 총 7개 매장이 문을 열었다. 국내 부츠 매장 중 최대 규모인 명동점에는 맥, 슈에무라, 베네피트, 아베다, 비오템 등 내로라하는 명품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해 명품 화장품 브랜드도 H&B 매장으로 입점하는 추세”라며 “H&B 매장이 취급하는 제품이 많아질수록 업계의 경계는 더욱 빠르게 무너질 것이다. 편의점이 뷰티 제품을 취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출점 제한 등 규제 도입 목소리 커져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의 ‘출점 전쟁’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입을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편의점이 골목상권을 잠식했던 것처럼 H&B 시장도 전철을 밟지 않겠냐는 것. 더욱이 H&B 매장은 현재까지 출점거리 제한이나 의무휴업 등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규제를 전혀 받지 않아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H&B매장 주변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H&B 매장 인근 727개 소매점포 중 380개 점포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B 매장은 있을 건 다 있으면서도 쇼핑몰이나 백화점보다 접근성이 좋아 소비자들의 호응이 꾸준히 높아질 전망”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관련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 출점 경쟁이 심화될수록 골목상권 침해, 업체 간 무분별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T i p > 헬스앤뷰티(H&B)숍이란?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음료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외국에서는 잡화점과 약국이 혼합된 형태의 ‘드러그스토어(Drugstore)’란 말로 통용되지만, 국내에서는 화장품 등 뷰티용품이 주를 이뤄 H&B 매장이란 말이 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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