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SBS 회장은 지난 9월 11일 사임했다. 보수적인 윤 회장이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SBS 노조가 폭로하며 사퇴를 요구한 데 따른 자퇴였다. 11월에는 KBS와 MBC 사장·이사장·이사들이 노조에 의한 경영 불법·비리 폭로와 압박 그리고 관계기관의 조사속에 사퇴 또는 해임됐다. 새 정부 들어 이어지는 공중파방송 임원진 사퇴 압박은 좌편향 코드에 맞는 사람을 앉히거나 길들이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의도와 무관치 않다. 다음 차례로는 대표적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김경재 총재가 표적이 된 듯싶다. 
11월 30일 경찰 특수수사대는 김 총재의 자유총연맹 사무실과 자택을 ‘뇌물 수수 혐의와 배임 혐의’로 압수 수색했다. 경찰은 김 총재가 자유총맹이 최대 주주로 있는 한전산업개발의 사장 인사 대가로 지난해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또 김 총재는 지난해 3월 총재로 부임한 뒤 올 1월 까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을 이용하는 등 연맹 예산 수천만 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총재는 12월 1일 경찰 수사와 관련, “무혐의를 200% 자신 한다”며 여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양일국 자유총연맹 대변인(한국외대 외래교수)은 “자유총연맹을 와해시키기 위해 터무니없는 공작과 음해가 악의적 제보에 의해 기획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이제 경찰까지 法 이용한 정치 공작 가담” 제하의  12월 1일 사설을 통해 김 총재에 대한 “수사의 진짜 목적은 전 정권 사람을 욕보이고 쫓아내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적시했다. 
돌이켜 보건대 김 총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보수로 돌아섰다. 그는 새천년민주당 분당 때 열린우리당으로 가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주도했다. 2012년 한광옥·한화갑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함께 새누리당에 입당해 홍보특보를 지냈다. 최순실 국정농단 촛불시위 땐 촛불에 맞서는 태극기 집회에 자주 참가했다고 한다. 
2000년 9월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민주당은 국회법 날치기 처리, 선거부정 축소 의혹, 한빛은행 부정 대출 사건 등으로 야당인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등 총공세에 직면했다. 그 때 김 총재는 집권당 소속 의원으로 당 지도부에 쓴 소리를 했다. 그는 그해 9월 6일 “현 상황은 정부와 당의 대단한 위기다.”라며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장외집회를 비난하는데 우리 같으면 안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추석 때 까지 해결 못하면 지도부는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왕적 대통령” 김대중 총재 하에서 토해내기 어려운 곧은 소리였다. 여기에 동아일보는 2000년 9월 8일자 ‘金景梓(김경재) 의원의 곧은 소리’ 제하의 사설을 통해 “민주당 내에서 모처럼 ‘곧은 소리’가 나왔다”며 높이 평가했다.
김 총재의 ‘곧은 소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퍼주기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일요서울’ 2016년 10월 10일 ‘박지원 맹성토 전면전’ 제하의 보도에 따르면, 김 총재는 김 대통령의 대북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귀국 보고서를 썼다. 이 보고서에서 김 총재는 “아무리 좋은 이념이나 체제라도 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퍼주기 햇볕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 총재는 의원 시절 민주당 지도부의 경직성을 질타했고 햇볕정책에 맞서 과감히 경고하는 등 민주당의 살아있는 양심이었다. 그는 타고난 보수주의자로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 총재로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권이 친북좌편향 세력으로 바뀌면서 곤경에 처했다. 정부는 김 총재를 “욕보이고 쫓아내려” 할 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새 정부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정권이 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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