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서울시장 3선 가도에 적신호?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내년 6·13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거물급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당선되면 대선 주자급 반열에 오르는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 물밑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야권의 필승 카드 부재로 ‘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라는 말까지 나오는 만큼 민주당에서는 벌써부터 경쟁 레이스가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 중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연임에 대해 부정적 기류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친문 열렬 지지 추미애, ‘더 큰 꿈’ 위해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
문재인 정부 신(新)주류 ‘전대협’ 출신 우상호, 출마 고심 중
‘문민시대’ 민병두·‘4선’ 박영선 출마 준비 중
‘유일 강남지역구’ 본선 경쟁력 가진 전현희 ‘고심’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박 시장의 차기 출마는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당선될 경우 3번 연임한 최초의 서울시장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 그는 최근 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가 있지만 인위적으로 행로를 결정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 자신이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게 좋다”고 언급, 3선 도전을 재차 시사했다. 박 시장 핵심 측근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도 지난 7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줬다.
 
친문계, 당색 옅은 朴 제외
‘자기 쪽 사람’ 밀 움직임

 
하지만 그의 3선 가도가 순탄할지는 의문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최근 당내 주류인 친문계에서 3선 피로도·당과의 일체감 등을 이유로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기에 당내 서울시장 유력 후보 가운데 친문 성향 주자가 많아 박 시장의 경선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70%를 웃돌고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50%를 오가는 수준이다. 무난히 이대로 흘러 간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 승리를 점치는 것이 무리가 아닌 상황인 만큼, 친문 진영 내부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나와도 여권이 이길 수 있다면 ‘자기 쪽 사람’을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당내 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물론 잘해 왔는데 ‘민주당과 접착점이 없다’는 지지층 내부의 아쉬움이 있다”며 “서울시정을 하면서 ‘(박 시장이) 민주당 사람이다. 민주당 후보다’ 하는 이런 유대감과 일체감이 부족하지 않냐는 지지층의 평가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핵심 친문 인사인 김경수 의원은 몇 달 전 박 시장을 만나 다른 지역 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 9월 추석 무렵 박 시장에게 경남 지사직을 권유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후보 교체 시도’가 있었던 것이다.
 
3선 피로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3선 연임하면 11년간 서울시를 이끌게 되는 데 한 사람이 이렇게 장기간 이끌 경우 여러 가지 한계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이 대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에 대한 시정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관계(官界)에서도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친문·다선·본선 경쟁력’ 업고
후보들 본격 채비

 
이런 가운데 친문 세력을 등에 업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도 여러 명 거론되고 있다. 당초 친문은 아니었지만 지난 대선 과정을 거치며 친문 지지자들의 열렬한 지원을 받는 추미애 대표가 대표적이다.
 
추 대표는 현재 당을 이끌고 있는 만큼 출마 도전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감독이 아닌 선수로 직접 뛸 수 있다는 전망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대선 승리, 현 50% 당 지지율까지 성공적으로 당을 이끈 추 대표가 ‘더 큰 꿈’을 위한 교두보로 서울시장직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대표가 현 상황을 발판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시장 임기 4년이 지나 곧바로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대권의 꿈을 거머쥐기 좋은 케이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에선 여태까지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적이 없고, 추 대표가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첫 여성 서울시장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쉽게 도전 의사를 꺾기 어려운 이유라는 분석이다.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추 대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가 개인의 포부를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당 대표로서 아직 할 일이 많고 (출마 여부를) 언급할 단계도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재인 정부 내 신(新)주류인 임종석 비서실장 등 ‘전대협’ 출신 우상호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 중이다. 우 의원은 친구 사이이자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이인영 의원의 결정에 따라 출마를 결정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우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당권 도전 등 당내 역할에 더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우 의원 측 관계자는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만약 출마 의사를 밝힌다면) 늦어도 1월에는 얘기해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우 의원이 밝혔다”고 전했다. 

현재 추 대표, 우 의원 외에도 서울시장 도전에 나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적지 않다. 민병두 의원은 이미 도전 의사를 밝혔고, 4선의 박영선 의원도 유권자들을 만나며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당내에서 유일하게 강남을 지역구로 둔 전현희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이다.

민병두, 국회 세종시로 이전 공약
박영선, 유권자들과 스킨십 늘리기

 
민병두 의원은 지난달 말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민병두의 문민시대-사람의 가능성을 크게 하는 서울탐구’라는 행사를 열어 서울 시정에 대한 계획을 밝히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민 의원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세종시로 옮기고, 국회의사당 부지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창업밸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서울시민 대상 여론조사를 해보면 해결해야 할 현안 1순위로 일자리를 꼽는다”며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 이 곳 10만평 부지를 아시아창업중심도시, 일자리를 만드는 일자리 중심도시로 키운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 의원은 ‘문민시대’라는 선거 구호를 쓰고 있는데, 이는 ‘문’재인 대통령-‘민’병두 서울시장, ‘문’재인 대통령과 진짜 ‘민’주당 시장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박영선 의원은 출마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서울시장 도전을 준비 중이다. ‘강한 이미지’를 가진 박 의원은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10월부터 ‘박영선과 서울을 걷다’ ‘박영선, 청춘을 만나다’ 등의 프로젝트와 강연으로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박 의원은 연말을 맞이해 당원들과의 만남도 이어갈 계획이며, 공식 선언은 이르면 1월 무렵 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의 전현희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당 유일의 강남지역 의원인 만큼 ‘본선경쟁력’이 있다는 점에서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전 의원은 “우리가 본선에 나가면 강남권에서 표를 못 받아 진 적이 많다”며 “‘민주당의 불모지인 강남권 출신이니까 (자신이 나가면) 플러스 알파 역할을 할 수 있다’, ‘본선 경쟁력이 있으니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주변 요청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 의견을 신중하게 의견을 듣고 있는 단계”라며, 구체적 의사 표명 시기에 대해선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전 의원은 “경선에 출마해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점은 전 의원의 경선 출마 가능성을 높여줄 지점이란 평가다.

朴 ‘대규모 개발’ 강조
기동민, 안팎 비판 ‘일축’


하나둘씩 당의 쟁쟁한 후보들이 나서고 박 시장을 비판하는 당 안팎 여론이 존재하는 가운데 최근 박 시장은 대규모 개발을 강조하고 나선 모습이다. 그간 박 시장을 떠올리면 시정에 몰두하는 시장을 떠올리면서도, 구체적 성과를 꼽기 어렵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제 임기 중 역대 어느 시장 때보다 강남·강북 재건축 속도가 빨라졌다”며 도시 재생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 육성을 위한 ‘양재 R&CD 혁신지구’, 창동차량기지 등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8년간 선보인 경의선숲길 복원, 올해 서울역 고가 산책로 조성(서울로 7017) 사업 등 도시재생 전문가 등의 이미지를 3선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시장 측 기동민 의원은 “정치는 자기가 잘하는 것에서 경쟁해야 한다. 서울 행정에서 박 시장 능력이 검증됐고 그 속에서 자기 위치를 포지셔닝하는 게 맞다”고 밝히는 한편,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 의원은 지난 9월 김 의원이 박 시장에 경남 지사 출마를 요청한 것에 대해 “정치공학적, 기술적 냄새 난다”고 지적했다. 험지 출마를 통해 당을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한쪽 시각으로 보면 그럴 수 있지만 보편타당한 것 같진 않다. 경남에도 좋은 후보가 많은데 당사자(김경수 의원)가 가장 후보 아닌가”라며 “굳이 무리한 카드를 쓸 필요가 있나”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경선 통과하면 본선에서 이긴다는 ‘낙관론’에 대해서도 “호사가들 얘기다. 대통령 지지율 믿고 지방선거 승리를 낙관하는 건데 선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전통 구도가 복원될 것”이라며 “본인 캐릭터와 본인 상품으로 승부하는 거지. 누구는 안 된다 누구는 비켜라 이런 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3선 피로감 지적엔 “동의할 순 없지만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 의원에 따르면 박 시장은 내년 초쯤 공식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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