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900년 전, 아프리카의 염소를 키우던 한 목동은 신비한 빨간 열매를 발견한다. 이 열매는 그 이후 수도승들의 보호아래 이어져 오다 산업혁명이후 전 세계를 지배하는 음료가 된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는 커피열매를 처음 발견한 커피의 발상지이다. 커피 재배에 있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종주국답게 아프리카에서 최대 약 500,000만 톤으로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향과 맛이 뛰어난 아라비카종의 고향이다.
 
커피 콩은 크게 아라비카종과 로부스타종으로 나뉘는데 아라비카종은 로부스타종에 비해 산미가 있고 향이 뛰어나며 같은 양의 로부스타에 비해 카페인의 함량도 적은 편인데 생산을 하는데 있어 수확을 하는데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고 냉해에 약한 편이라 가격이 비싸다.
 
해발고도 1500m에서 3000m에 이르는 고산지대에서 생산이 되며 연평균 15~25도의 기온과 2000~2500mm정도의 강수량인 지역에서 자라는데 에티오피아는 그 조건에 딱 떨어지는 곳이다.
 
하라(harra), 리무(limu), 구찌(guji), 시다모(sidamo), 예가체프(yirgachefe), 짐마(djimmah) 등은 에티오피아를 대표하는 커피로 유명하다. 특히 짐마는 에티오피아에서도 처음 커피를 발견한 짐마지역에서 재배된 커피이다. 우리가 잘 아는 모카커피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모카커피는 초콜렛향이 은은하게 나는 커피로 에티오피아에는 모카라는 지역은 없으나 에티오피아의 이 커피를 예멘의 항구인 모카항에서만 전 유럽 등지로 수출을 하게 되면서 이름 붙여진 커피의 이름이다.
 
이외에도 코르체(kochere), 이디도(idido), 아라모(aramo), 아리차(aricha) 등 자신들의 농장명이나 지역명을 걸고 내추럴가공 방식으로 최고의 맛과 향을 내면서 새로운 커피의 지평을 열고 있다.
 
이렇게 커피의 고향인 에티오피아는 국민의 4분의 1정도가 직간접적으로 커피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커피로 국가 경제 절반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온 국민은 커피를 음용하며 커피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종주국에 대 한 자부심을 나타내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를 ‘분나’라고 부르는데 커피를 마시는데도 특별한 의식을 치른다. 현지에서는 이를 ‘커피 세리모니’, 혹은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rate)라고도 부른다.
 
하얗게 건조된 커피콩을 씻어다가 정성스럽게 볶아낸다. 볶은 원두를 빻아 가루를 내어 ‘제베나(Jebena)’라고 하는 토기로 만든 주전자에 넣고 끓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커피향이 솔솔 베어 오르면 불에서 내려 손잡이가 없는 ‘시니(Cini)’라는 잔에 담는다. 이렇게 끓여낸 커피는 매우 진하고 쓴 맛을 내는데 이렇게 쓴 커피를 한 번에 세잔 마신다.
 
첫 잔은 ‘우애’, 둘째 잔은 ‘평화’, 셋째 잔은 ‘축복’을 담아 마신다고 한다. 이런 세리머니를 하루에 세 번씩 즐기며 가족과 이웃의 친목을 다지고 손님에 대한 예의 표현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독특한 행동문화양식 덕분에 에티오피아에서 생산된 커피의 절반이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커피의 생산지 중 고유의 커피를 마시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에티오피아가 유일하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닌 귀한 식량이었으며 이 정성을 담은 커피 세리모니는 신께 예배를 드리는 방법이었다.
 
오늘 최고의 맛을 내는 에티오피아 커피는 3천년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부심이 함께 담겨있다.
 
유독 차가운 한파에 움츠러드는 요즘, 초콜렛향이 은은하고 다양한 산미와 고급스러운 향을 가진 에티오피아 커피 한 잔 하면서 잠시 뜨거운 아프리카의 태양을 만나보면 어떨까.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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