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 길을 걸어왔던 정동영 의원과 추미애 의원. 하지만 이제 둘은 완전히 갈라섰다. 신당논의가 한창이던 올해 초부터 이미 두 의원은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정동영 의원이 기존 민주당을 버리고 신당행을 택했다면, 추미애 의원은 통합을 외치며 민주당 사수에 나섰다. 두 의원은 2000년 정풍파동때부터 지난 대선때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그러나 추의원은 정의원 등 신주류의 정치적 행보를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라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들과 정치적 노선이 비슷했지만 다른 길을 선택한 추의원. 충분히 새로운 양지를 택할 수도 있었지만 추의원은 떠나는 게 아닌 남는 것을 선택한 셈이다. 최근 추의원은 민주당 정통지지자들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소신정치에 대한 격려 역시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천-신-정 의원들이 노대통령의 ‘뒷심’논란 속 개혁신당주비위 핵심멤버로 나섰다면, 추의원은 조순형 의원과 함께 민주당통합연대를 구성해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또 노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추의원은 최근 ‘통합이냐 분열이냐 선택하십시오’라는 제목으로 노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추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국고보조금·후원금·당비를 모두 투입하여 뛰고 지지자를 결집하였던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만든 우리 민주당이 분열되느냐 통합하느냐의 문제인데, 어떤 눈으로 보기에 ‘신당문제’라고만 하느냐”며 “당내 통합도 못 이루면서 동서통합이니 국민통합이니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정치적 술수일 뿐”라고 비난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은 이미 민주당을 떠나 있지만, 막상 탈당하려니 우리 정치사에서 최대의 배신행위가 되고 배은망덕한 행동으로 낙인찍힐까 하여 차마 탈당은 못하고 측근들에게 은밀하게 지시하며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왜소화시켜 없애버리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신당배후에 노대통령이 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추의원은 민주당의 분란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노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추의원은 한화갑 전대표와 조순형 의원등와 힘을 합쳐 정당을 정상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천-신-정 의원을 겨냥해 “지난 정권에서 명분이나 철학보다 청와대 바라보기를 하면서 권력으로 호가호위하고 권력의 맛을 보았던 분들이 당의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며 “대통령이라는 권력 앞에 국민 앞에 약속한 이념을 망각하고 자석처럼 끌려들어가는 의원들에 대해서 국민들은 냉철하게 지켜볼 것”이라는 경고도 서슴지 않았다.

추의원은 정의원과 마찬가지로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대권주자. 여성대통령후보로서 박근혜 의원과 함께 1·2위를 다투고 있다. 민주당에 애정이 깊은 당직자들이나 대의원들은 추의원의 이러한 민주당 지키기 행보에 상당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한 당직자는 “이번 일이 잘 마무리돼 민주당이 다시 살아난다면 민주당의 차기대선 후보 일순위는 추미애 의원이 될 것”이라며 추의원을 치켜 세웠다. 구주류 강경파 의원들도 “동교동계 성향이 강한 우리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추의원이나 조의원이 민주당의 중심 틀을 잡아가주는 게 현실적으로 훨씬 바람직하다”고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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