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박질 해 본 놈…“잘 싸우는 야당 되겠다”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3선인 김성태 의원이 선출됐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총 투표 108명 중 55명의 지지를 얻어 2위를 차지한 홍문종 의원을 따돌리고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인사에서 “이제 우리는 야당으로서 그동안의 아픔과 상처를 녹여내고 문재인 정권에 맞서는 전사로 나서야 한다”면서 “서민 노동자와 함께하는 정당이 돼서 국민들에게 다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경선서 51% 득표, 과반수로 당선… ‘대여투쟁력’ 강화
풀어야 할 숙제 산더미…반홍 극복, 복당파 유입 등

당초 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은 친홍준표계 김 원내대표와 친박근혜계 홍문종 의원 간 양자 대결 구도로 흐르는 듯 했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중립 성향 의원들 간 단일화를 이뤄 한선교 의원이 최종 후보로 선출돼 3자 구도가 형성됐다.

의원들의 선택은 혼란보다는 화합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계파 간 갈등을 더 이상 확대하기보다는 봉합한다는 차원에서 홍 대표와 손발이 맞는 김 원내대표에게 표를 몰아 준 것.

특히 지난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 중 제1야당인 한국당의 존재감이 상실됐다는 점에서 강고한 대여 투쟁이 필요하다는 데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친박계 재선인 함진규 의원을 영입하면서 경쟁 후보인 홍 의원 등에게 쏠릴 우려가 있는 친박계 표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투표에 앞서 진행된 합동 토론회에서 줄기차게 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을 ‘투쟁전문가 김성태’라며 “말이 좋아 대여투쟁이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싸움도 해 본 사람이 잘한다. 싸움에 격식을 둘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과 관계 설정이 핵심…'홍준표 사당화' 논란 해소 숙제
선명한 정책경쟁 “첫째도, 둘째도 문재인 정부 맞서 싸우는 것”


이 같은 김 원내대표의 정견에 상대편인 홍문종 의원은 상호토론에서 “동물국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인가”라며 “홍준표 대표와 함께 ‘막말 한국당’ ‘폭력 한국당’ 이미지가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그동안 방송사고 한 번 낸 적 없다. 과격해 보이지만 깊은 준비를 해 왔다”면서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 당 대표가 거친 말을 할 이유도 없어진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홍 대표도 김 원내대표의 강력한 대여 투쟁에 공조를 이룰 뜻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당선 발표 후 투표장을 찾아 “제대로 된 각오로 대여투쟁을 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계기로 당이 소멸될 수도 있다”며 “부디 여러분들이 합심해서 온 몸으로 이 좌파광풍 시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출신 운동가 경력

포털지식백과사전 ‘나무위키’에 따르면 1958년생인 김 원내대표는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다.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보낸 후 강남대학교 법학 학사 및 한양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군복무를 마친 뒤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건설 노동자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KT에 입사해 노동조합 간부를 역임하고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역임했다.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비례대표 서울시의원에 당선돼 4년간 활동했다.

다시 한국노총 사무총장으로 복귀했지만 2003년에는 노사정위원회 노동계대로 나서 주5일 근무제 시행 관련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8년 한나라당에 입당해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특별시 강서구을에 출마했으며 당시 현역이던 통합민주당 노현승 의원을 이기면서 국회입성에 성공했다.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호남 3선 중진 출신의 김효석 의원을 이기고 당선됐으며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진성준 의원을 이기며 3선 의원이 됐다.  지역구는 서울 강서구을이다.

당시 노동운동가 출신의 사람이 보수 정당에 들어간 것이라 다소 이례적인 평을 받기도 했지만 앞서도 한국노총 출신이면서 보수 정당에 입당한 경우도 있어 종종 그들과 함께 회자되기도 했다. 대표적 인물이 현기환, 장석춘, 임이자 등이다.

지난해 5월 다른 비유승민계 의원들과 함께 홍준표 지지를 선언하며 당시 새누리당을 탈탕했지만 이후 대선 국면을 거치며 ‘보수 대통합’을 명분으로 한국당에 복당했다.

복당 후 첫 공식 자리인 5월 1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 총수와 안민석 의원에게 집중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안 의원에게는 ‘국민이 우습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이전에도 안 의원은 새누리당 분당 이후 몇 달간 지속적으로 김성태 의원과 같이 게스트로 참여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은 위장이혼 상태고 바른정당 의원들은 진정성 없는 박쥐라고 비판해 왔다.

본인도 홍준표의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바른정당은 도피용 정당이므로 자유한국당에 복당해 자유한국당을 바꾸고 보수를 살리기 위한 결단이었다는 식으로 자신의 탈당 행보를 해명했다. 김 대표는 복당 이후 평생 가장 많은 욕을 먹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의 원내대표 선출에는 복당파 의원들의 지지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정활동으로는 ‘대체 휴일 제도’ ‘정년 60세 연장법’을 발의하는 등 서민 친화적인 정책을 펼쳤으며 지역구 관리가 매우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도 지역에서는 김 원내대표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야, “개혁입법·혁신·민생” 주문

김 원내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당내 봉합되지 않은 계파 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당장 친박계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출당 문제를 놓고 당내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이는 현재 한국당에서 수사 선상에 올라 있거나 재판을 받는 의원은 15명 안팎이다.
여기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 등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가 확대되는 경우 더 많은 의원이 검찰청의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는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한 대여투쟁을 공언하고 있다. 보수정당을 타깃으로 표적수사를 할 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문제에 대해서도 균형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신임 원내대표의 첫 째 역할은 사정 한파 속에서 강력한 대여 투쟁을 통해 소속 의원들을 지켜내는 것이다.

실제로 김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기간 내내 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견발표를 통해 “우리 당의 당면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것”이라며 “무기력한 원내 전략을 구사하지 않겠다. 원내대표가 국회법 위반의 희생양이 된다고 해도 대여투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 그의 재임기간에 지자체선거가 치러져, 유권자 앞으로 얼마나 다가갈지, 이 점도 그가 풀어내야 할 숙제다. 여기에다 아직 야당으로 체질 전환이 되지 못한 한국당 의원들에게 야성(野性)을 심어주는 것도 김 원내대표의 역할이다.

한편 김 원내대표에게는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공전 상태인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신임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김 원내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산적한 민생·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국정농단의 책임 있는 세력으로 국민들에게 낙인찍혀 있는 현실에서 혁신의 길을 잘 해 나가길 바란다”며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의 정치형태를 지양하고 다당제 국회의 현실에 맞게 건전한 정당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성주 바른정당  대변인은 “국민과 민생을 살피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면서도 “대표 선출 과정에 ‘친홍’이냐 ‘친박’이냐밖에 없었던 줄 세우기식 선거를 지켜보면서 씁쓸한 마음 금치 못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나와 TBS 라디오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1년 6개월간 티격태격하며 미운 정 고운 정 들었다”며 “내가 최순실 재산 찾으러 독일 다닐 때 여비를 보태준 유일한 의원이다. 그리고 127명의 한국당, 바른정당 의원 중 최순실 재산 몰수 특별법에 서명한 유일한 의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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