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지난 10일 열린 ‘문재인케어 반대’ 대규모 궐기대회 이후 정부와 의료계가 공동 실무협의체를 운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반대여론이 불식될지 함부로 예단하긴 어렵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반응이다. 의료 보장성 강화는 의료계도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아직 없다는 게 이유다.
 
지난 14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북부지역본부에서 비공개회의를 했다. 양측은 이 회의에서 앞으로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추진을 위한 각종 준비사항을 공동 논의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측은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케어는 초음파·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검사와 수술, 치과재료 등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3800여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해 63.2%인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골자다(미용·성형은 제외).
 
정부는 필요한 예산을 약 30조6000억 원 규모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신규예산 6조56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인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은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40.8%)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평균(19.6%)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반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63.2%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80%다.
 
이는 비급여 진료가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2015년 기준 총 의료비 69조4000억 원 가운데 비급여 의료비는 13조5000억 원(19.5% 차지)이다. 가족 중 하나가 중증질환에 걸리면 집안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는 이런 이유 때문에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문제는 의료계의 수익구조다. 의료 서비스는 의료기관이 아닌 정부가 가격, 즉 수가를 정한다. 환자 부담을 덜기 위해 수가를 원가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의료계는 현재 건강보험 진료 수가가 원가의 70~80%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1명을 진료할 때마다 병원이 손해를 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를 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가를 삭감해버리면 병원이 차액을 떠안아야 한다. 의료계에선 이를 ‘진료수가 후려치기’라고 한다.
 
결국 건보 진료 수입만으로는 병원이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데 이런 손실분을 보전해주는 장치가 비급여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환자가 비용을 100% 부담하는 것으로, 의료기관이 임의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 비급여 항목을 줄이면 손해를 메우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보다 적정수가 보전이 먼저라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의협 측은 “비급여 항목을 급여항목으로 전환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부실해져 국민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생존을 위해 비급여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진료비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비급여가 단기간 내 모두 급여화되면 수가가 원가에 밑돌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1차의원과 중소병원이 도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비급여 철폐 및 건강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사들이 비급여 없이 건강보험 진료만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현실성 있는 수가를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여론은 차가운 게 사실이다.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선 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기관의 입김이 센 수가 책정 과정에서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현재보다 더 보장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의사단체도 일방적인 집단행동보다는 대화의 자세로 나가야 등 돌린 국민여론을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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