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 신광렬 재판장은 지난 달 구속 수감 중인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적폐 판사들을 향해 국민과 떼창으로 욕하고 싶다”며 청산돼야 할 ‘적폐 판사’로 몰아세웠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도 신 재판장이 “우병우(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와 TK(대구·경북) 동향에 같은 대학, 연수원 동기이며 같은 성향(보수)”이라며 편파 판정으로 몰아세웠다. 일부 네티즌들도 인터넷에서 신 재판장의 판결에 대해 욕설을 퍼부었다. 
여기에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신 판사 공격에 대해 엄중히 항의했다. 이 전국교수회는 성명서를 발표, “헌법과 법치주의 정신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사법권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등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법과대교수회 경고대로 “헌법과 법치주의 정신“을 무너뜨린다. 북한과 같은 독재 국가엔 법치란 없다. 북한 법정에서 판사가 로동당의 심기를 어기고 구속자를 석방하면 ‘적폐 판사’를 넘어 ‘반동 판사’로 간주돼 청산된다. 하지만 자유민주 국가는 법에 의해 통치된다.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법을 어기면 판결을 통해 구속된다. 
법원의 결정을 공격하거나 거부하게 되면 법질서는 무너지고 혼돈과 무질서에 빠진다. 약육강식의 동물정글이 되고 만다. 법정 판결은 국가 질서 유지의 최후 안전판이라는 데서 정치적 이념이나 개인적 득실관계를 떠나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할 집권당 국회의원들이 사법부 판결을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공격한다.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집권세력의 법치주의 파괴 작태이다. 자유민주 국가에선 국가와 공익을 외면한 채 개인적 사익만 쫓는 간상배나 소인배가 할 짓이다. 법정 판결을 공격하는 국회의원들은 기원전 399년 법원 판결 준수를 위해 독배(毒盃)를 마신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의 소크라테스(469-399 B.C.)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서양 역사상 ‘철학의 아버지’로 추앙된다. 그러나 그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새로운 신(神)들을 만들어낸다는 죄로 399 B.C. 아테네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친구들은 그에게 죄가 없다며 탈옥과 망명을 권유했다. 그들은 탈옥을 위해 감옥 간수를 매수할 재산도 충분했다. 당시 아테네 집권세력은 선(善)·정의(正義)·진실(眞實)을 설교하고 다니던 소크라테스가 눈엣가시로 여겨졌고 타국으로 도망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그렇지만 소크라테스는 법에 따라 살아온 터이므로 법을 어길 수 없다며 친구들의 탈옥권유를 거부했다. 그는 친구이자 제자인 크리토에게 법 존중을 역설했다. 시민들은 법을 개정할 수는 있지만 개정될 때까지 법을 복종해야 한다고 했다. 법은 자신에게 유리하면 받아들이고 불리하면 거부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또한 법을 거스르는 건 자기가 평생 동안 말하고 행동해 온 것들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법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삶은 살아야 할 가치가 없다”며 법원 판결을 거역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했다. 그리고 독배를 마셨다.
오늘날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법원 판결 공격 추태를 보며 소크라테스의 숭고한 준법정신이 더욱 돋보인다. 2400년 전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법은 자신에게 유리하면 따르고 불리하면 거역하는 게 아니다. 신광렬 판사의 박근혜 정부 국방장관 구속적부심 석방 판결을 두고 ‘적폐 판사’로 공격한다는 건 자유민주체제 근간인 법치주의를 짓밟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 북한에서나 있을 수 있다. 그런 자들은 국회의원 자질은 고사하고 법치주의 국가 시민으로서도 자격이 없다. 법원 판결을 존중하기 위해 동료들의 탈출 권유를 뿌리치고 독배를 마신 70세 노인 소크라테스를 기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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